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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근 박사의 물류직썰] 글로벌 공급망 전쟁 격화...한국의 선택은?

  • 입력 2022.12.13 11:31
  • 수정 2022.12.13 15:20
  • 기자명 이상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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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근 (주)삼영물류 대표이사(공학박사).​
​이상근 (주)삼영물류 대표이사(공학박사).​

미국 BBS(바이오, 배터리, 반도체) 공급망과 중국의 홍색(紅色) 공급망 간의 마찰이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외적으로 수출•개혁 개방을 지속하면서 대내적으로는 내수를 키우고 활성화시켜 내순환(국내 시장)과 외순환(국제 시장)이 유기적으로 돌아가게 만들자는 ‘쌍순환(雙循環)’ 전략을 2020년 10월 29일 폐막한 5중전회에서 국가 발전 계획으로 채택했다.

여기에 글로벌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의 중심축 전략을 더 강화하는 ‘홍색 공급망’ 전략을 동시에 추진해 중국 중심의 네트워크 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바이든 정부는 바이오•배터리•반도체 등 이른바 ‘BBS’로 불리는 핵심 산업의 가치 사슬 중심지를 미국에 둔다. 양국의 경제 정책은 중심축 국가(pivot state)로 성장하기 위해 추진하는 것이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동맹쇼어링(Aiiy-shoring)과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중국 등에서 특정 품목과 지역에 대한 높은 의존성이 장기적으로 산업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힘을 받으면서 공급망 자립정책과 함께 동맹쇼어링, 프랜드쇼어링이 부상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보고서에서 드러난 미국 정부의 공급망 재편은 모든 품목을 미국이 생산하는 것이 아닌 해당 품목의 제조 경쟁력을 갖춘 우방 국가들과 협력을 통해 안정적이고 회복력 있는 공급망을 미국 중심으로 구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동맹쇼어링, 프랜드쇼어링은 바이든 정부의 칩(chip)4 반도체 동맹 추진으로 나타나고 있다. 반도체 논란에서 미국 국방 관계자들이 자주 언급하는 키워드는 두 가지다.

'Trusted Foundry' (신뢰할 수 있는 반도체 파운드리)와 ‘Zero Trust' (아무것도 믿지 않는다)다. 첫 번째는 거기서 생산되는 반도체 칩이면 믿을 수 있다는 공장을 미리 지정해두는 식이다.

두 번째는 자재를 조달하거나 통신망을 사용할 때 디폴트로서 어떤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음을 전제한다는 뜻이다. 국방부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무기로 사용할 수 있는 고도의 기술 영역이지만 미국이 볼 때 믿을 만한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이 미국의 우선적인 정책임에 틀림없다. 산업용의 범용품을 포함해 반도체 체인 관리를 강화해갈 것이다. 

글로벌 반도체 생산 비중을 보면 한국 21%, 대만 22%이고 미국은 12%, 일본 15%다.

칩4는 네 나라가 협의체를 만들어 공급망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공동으로 차세대 반도체 개발도 추진하자는 구상이다. 세계 반도체 기업의 2020년 기준 시장점유율은 미국은 원천기술을 가진 퀄컴이나 엔비디아 같은 설계 전문기업을 통해 반도체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반도체칩(51%), 설계 소프트웨어(96%), 요소회로 라이선스(52%), 반도체 제조장치(46%) 분야의 1위이다.

대만은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인 파운드리(71%), 제조 후공정(54%)에서 부동의 1위다. 일본은 웨이퍼(57%)에서 1위로 소재와 부품 영역에서 독보적이다. 우리나라는 메모리 분야에서 압도적이며 반도체칩(18%) 2위, 파운드리(9%) 3위, 웨이퍼(12%) 4위이다. 

◇미국은 ‘칩(Chip)4동맹’ 참여를 한국 정부에 제안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의 견제를 위해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편성을 위한 ’칩4(미국, 한국, 대만, 일본)동맹’ 참여를 우리 정부에 제안했다. 우리 정부는 한중수교 이후 30년간 비약적인 성장한 양국 교역의 1위 품목인 반도체를 놓고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됐다. 업계에서는 미국이 반도체 원천기술을 다수 보유한 만큼 우리나라는 칩4에 참여하되, 중국과의 협력은 유지해 최대시장을 지키는 전략적 외교가 병행돼야 한다고 목소리가 크다.

칩4동맹에 중국을 타깃으로 한다거나 대중국 수출 통제를 말하는 대목은 없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제조 능력의 발전을 억제하려는 뜻은 명확하다. 2022년 7월 미국 의회에서 통과된 반도체법(The CHIPS and Science Act)은 미국 내 반도체 생산과 연구 등에 총 520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고 그중 390억 달러가 미국에 반도체 생산시설을 짓는 회사에 보조금으로 지급된다. 이 보조금을 받는 회사는 중국에서 최소 10년간 28nm(나노미터) 이하 반도체를 만들 수 없게 했다. 중국에 공장을 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도 미국에서 주는 보조금을 받을 경우 이 조건을 받아들여야 한다.

자동차와 가전제품을 비롯한 일반 제조업은 물론 군수산업까지 반도체가 필요하지 않은 곳은 없다. 미•중 전략경쟁에서 반도체가 갖는 절대적 중요성을 감안하면 중국이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미국의 ‘디커플링’ 시도를 방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중국이 칩4 문제를 다른 어떤 문제보다 다급한 이슈로 받아들이는 데는 반도체만은 아직 ‘굴기’를 이루지 못한 중국의 내부 사정도 있다. 2021년 중국의 반도체 수입액은 3500억 달러(약 458조5700억 원)로 중국 전체 수입액의 13%였다. 원유와 전체 농산물 수입액보다 많다. 특히 프리미엄급 첨단 반도체 영역에서는 아직 기술격차가 크다.

◇양자택일 구도가 첨예해진 상황에서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칩4에 참여하지 않고 중국발 리스크, 미국발 리스크를 협상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가 배제된 상황에서 다른 국가들이 경기규칙을 정한다면, 한국은 스스로의 강점을 부각시킬 기회도, 취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기회도 모두 놓치는 어리석음을 범할 것이다. 

중간자 자리에 있는 한국으로서는 어느 한쪽에 치우친다면 더 불리해지는 만큼 과거 정부 들어 중국에 치우쳤던 대외 경제 정책상의 우선순위를 조정해 하루빨리 균형을 찾아야 한다. 이런 선택은 배터리와 바이오 등 미래 핵심산업군에도 확대될 전망이다.

격화되는 미•중 마찰 시대에 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한국 경제의 전망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심축 사회에서 더 거세질 양국의 네트워크 가담 요구에 어느 편에 설 것인가’와 ‘앞으로 전개될 디지털 통화 전쟁에 디지털 원화의 위상을 어떻게 찾아갈 것인가’ 만큼 중요한 과제는 없다.

1980년대 미국은 미국 반도체 시장을 위협하는 일본을 압박해 반도체협정을 맺어 일본 반도체 산업을 쇠퇴시키고 그 사이 미국 내 반도체 산업을 일으켜 세운 전적이 있다. 일본에 있어 반도체는 비즈니스 문제였지만 미국은 국가를 지키는 문제였을 것이다. 반도체가 국력의 기둥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미•일 반도체협정으로 일본의 활력을 떨어뜨린 후, 그렇게 번 시간을 사용해 미국 내 반도체 산업을 일으켜 세운 것이다. 일본 정부는 미국과는 정치적, 군사적 동맹이기 때문에 경제에 있어서는 시장 논리와 민간기업의 실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2030 반도체지정학’의 저자 오타 야스히코는 “’신뢰관계’의 의미가 동서양에서 다르기 때문에 미국과의 관계 유지 방법도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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