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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진 前태광 회장, 주식처분 불복 2심 승소…‘흥국생명 사태’ 직접 수습 가능성 ↓

  • 입력 2022.11.25 18:27
  • 기자명 신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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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CG). [연합뉴스TV]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CG). [연합뉴스TV]

[직썰 / 신수정 기자]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고려저축은행 대주주 적격성을 위반했다며 해당 지분을 매각하라는 금융당국 명령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 2심에서 승소했다. 

이 전 회장이 자신의 고려저축은행 지분을 처분해 흥국생명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는 ‘대주주 책임론’이 부상했었지만, 이번 승소로 이 전 회장이 직접 수습에 나설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권 취업제한으로 경영 참여가 어려운 이 전 회장이 어렵사리 사수한 고려저축은행 지분을 흥국생명 사태 수습을 이유로 처분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서울고법 행정9-3부(조찬영 강문경 김승주 부장판사)는 24일 오후 이 전 회장이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 2심에서 1심과 같은 원고 승소를 판결했다. 

금융위원회는 2020년 11월, 이 전 회장에게 금융사지배구조법을 근거로 들며 “6개월 이내 대주주 적격성 유지 요건을 충족하라”고 명령했다. 고려저축은행 지분 30.5%인 68만304주를 보유한 이 전 회장에게 보유 주식 중 45만7233만주를 처분해 보유 지분을 10% 미만으로 낮추라는 지시였다.

당시 금융위는 금융사지배구조법상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집행이 끝나거나 집행이 면제된 날로부터 5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금융회사 최대주주가 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이 같은 주식 처분 명령을 내렸다. 

앞서 이 전 회장은 2019년 6월 대법원으로부터 특정경제범죄법상 횡령 등 혐의로 징역 3년을, 조세포탈 혐의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 벌금 6억원을 확정받은 바 있다. 이는 과거 이 전 회장이 태광산업 섬유 제품을 빼돌려 421억원을 횡령하고 법인세 9억여원을 포탈하는 등 경영 비리 사건에서 비롯된 재판이었다.

다만 이 전 회장은 금융위 명령을 이행치 않고 행정소송으로 맞섰다. 그 결과, 지난 3월 1심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의 경영 비리 대부분이 대주주 적격성 유지 심사 제도가 도입된 2010년 9월 이전에 발생했으므로 단순히 형을 선고받은 시점이 규정 시행 후라는 이유로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금융위가 항소했지만, 항소심 역시 금융위 처분이 잘못됐다는 원심 판단을 유지해 피고 항소의 기각으로 결론냈다. 이로써 이 전 회장은 고려저축은행 대주주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 전 회장은 ▲고려저축은행 30.5% ▲태광산업 29.48% ▲흥국생명 56.30% ▲흥국증권 68.75%의 지분을 소유했으며, 태광산업과 흥국금융그룹에 속하는 고려저축은행, 흥국생명의 최대주주로 있다. 

직전까지는 이 전 회장이 ‘흥국생명 사태’ 수습에 직접 나설지 여부에 대한 업계 이목이 집중됐지만, 이번 승소로 인해 이 전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흥국생명 수습에 나설 가능성은 더욱 낮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 종로구 흥국생명 본사 모습.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흥국생명 본사 모습. [연합뉴스]

최근 흥국생명이 2017년 11월 발행한 5억달러 규모 외화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조기상환(콜옵션) 미이행을 결정하면서 국제 자본시장과 한국 채권 신뢰도가 크게 추락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는 곧 채권시장 자금경색 우려로까지 번졌다. 

예고된 자금경색을 막기 위해 정부는 지난달 긴급히 50조원 이상 유동성 지원을 발표했고, 흥국생명의 모회사인 태광그룹도 책임을 느끼고 자본확충 지원 계획을 밝혔다. 흥국생명은 오는 12월 6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태광그룹으로부터 전환주식 발행을 통한 자본확충을 받기 위해 정관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권과 재계에선 최대주주인 이 전 회장의 사재 출연을 병행해 사태 수습에 동참해야 한다는 ‘대주주 책임론’이 부상했다. 흥국생명발로 시작된 자금경색 우려에 수십조원의 혈세가 투입됐고, 대내외로 금융시장 신뢰를 추락시킨 책임을 대주주가 져야한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흥국생명이 흥국생명을 위해 태광그룹 계열사 자금이 투입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시각에서 스스로 고려저축은행 지분을 매각해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았다. 대주주가 직접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면 떨어진 국내외 금융시장 신뢰도를 빠르게 회복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도 더해졌다.

그러나 직썰 취재 결과, 이 전 회장이 직접 흥국생명 사태 수습에 나서려는 의지나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태광그룹 차원에서 전환 우선주 발행을 통한 자본확충 방안을 논의 중인 것은 맞지만, 지금까지 정해진 것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전 회장의 지분 매각을 통해 흥국생명 사태 수습하는 데에 지원하려는 방안은 불분명한 것이냔 기자 질문에 “그런 추측들이 있었지만, 정해진 것은 없다”고 답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 전 회장이 먼저 나서서 고려저축은행 지분을 매각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이 전 회장이 흥국생명 사태 수습에 직접 나서려는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일각에선 이 전 회장이 ‘흥국생명 사태’에 움직이지 않는 이유로 이 전 회장의 경영권 사수를 꼽고 있다.

이번 금융위와의 재판에서 승소하면서 고려저축은행에 대한 지분 약 10%인 45만7233주를 처분하지 않아도 되면서 계열사 대주주 자격으로 경영 참여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근거해 5년간 취업제한으로 경영에 참여할 수 없던 이 전 회장으로서 유일한 경영 참여의 길이란 해석이다. 

또 승소로 인해 이 전 회장이 금융회사 최대주주에 적합하지 않다는 외부 비판도 잠재울 수 있다는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그간 대주주 적격성을 이유로 계열분리 등 경영권 분쟁의 불씨도 잠잠해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실형 선고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법적 판단에 의해 지배구조 리스크가 사라진 점은 외부 비판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이 전 회장이 고려저축은행 지분을 사수하면서 얻게 된 호재를 흥국생명 사태를 수습하겠다고 다시 처분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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