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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수의 저작권 터치] 조앤 롤링의 '인생 대박' 비밀

8살 어린이 단 1명의 강추로 등장한 '해리포터'
조앤을 1조원대 자산가로 만든 출판사의 '3가지 선택'

  • 입력 2022.01.16 13:34
  • 수정 2022.01.16 13:37
  • 기자명 한광수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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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 포스터
영화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 포스터

태양을  전문적으로 취재하는 기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그렇다. 해~리포터다. 그가 타고 다니던 차는? 역시 해리~포터다. 지금 이순간 웃고 있다면 당신은 아사모(아재개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회원자격이 충분하다. 참고로 해리포터는 한류 팬이라는 썰이 있다. 원래는 태양을 전문적으로 취재하는 연예부(?)기자였기 때문이다. 계속 웃고 있다면 찐아사모 인증번호 입력하지 않아도 된다.

해리포터 첫 시리즈를 영화로 개봉한지 20년이 지났다. 2001년 12월 서울 양천구 목동역 근처 동네극장에서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봤다. 개봉 첫날이라 자리가 없어 계단에 앉아서 봤다. 계단도 앉을 자리가 부족할 정도였다. 당시에는 동네 극장에서 그렇게 봤다. 관객의 70% 이상은 어린 아이부터 초중고생, 대학생들이었다. 순간 극장이 아닌 콘서트장인줄 알았다. 그들의 함성과 감동이 지금도 귀에 선하다.  

조앤 롤링의 원작 ‘해리포터’는 단순한 흥행작품이 아닌 청소년, 어린이들의 상징적인 콘텐츠다. 평범한 어린이가 어른이 되어가는 10년 동안의 성장 과정을 나눈 청소년들의 인생 그 자체다. 이러니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소설시리즈가 아니겠는가. 출판, 영화, 연극, 뮤지컬, 게임, 캐릭터 등 다양한 2차적 저작물이 상품화되어 계속 판매중이다. 지금 당신의 근처, 당근에서 해리포터를 검색해보라. 아이들이 있는 전국 어디든 해리포터 제품이 넘쳐난다. 그 때부터 해리포터를 본 관객들이 사고팔고 하는 것이다. 

20세기말과 21세기 초 등장한 최고의 흥행 콘텐츠는 '해리포터'의 시작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 있다. 역사적인 흥행의 시작은 1996년부터였다. 이때 해리포터와 조앤 롤링의 인생대박을 가져온 중요한 역할을 한 8살 어린이가 있었다. 블룸스버리 출판사 대표의 딸인 앨리스다. 

영국의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당시 조앤 롤링은 원고를 12곳의 출판사에 보냈지만 전부 거절당했다고 한다. 아이들이 보기엔 어렵고 길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담당자들은 전부 어른이다. 어른의 눈으로 볼 때 해리포터는 아이들의 작품이 아니라고 봤다. 그러나 13번째 제안을 받은 출판사 대표는 결정 과정이 달랐다. 자신의 딸인 8살 앨리스가 적극 강추했기 때문이다.

출판사 대표는 먼저 샘플원고를 읽지 않았다. 어린 딸이 1시간 동안 먼저 읽자마자 이것보다 더 재미있는 것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무조건 딸의 의견을 듣고 결정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출판사 대표인 아빠는 딸의 의견을 존중하고 결정했다. 조앤 롤링이 앨리스의 마음을 움직인 이유 중의 하나를 추측해본다.

조앤이 어렸을 때부터 이야기꾼이었고 6살 때 이미 토끼 소설을 썼다는 점이 주목할 점이다. 조앤 롤링은 아이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어른이었다. 사실 다른 12곳의 출판사들도 아이들에게 읽어보라고 했을 수 있다. 그러나 결국 그들은 출판하지 않았다. 역사적인 행운은 아무에게나 찾아가지 않는 것 같다.   

좋은 작품, 괜찮은 작품, 흥행 작품이 되기 위해서는 3가지의 선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첫째, 누가 좋아하는가이고 둘째는 그것을 존중하고 결정하는가이다. 셋째, 누가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가이다. 몇몇 담당자들이 잘 결정해서 흥행했다면 문제없다. 보통은 콘텐츠의 투자와 유통을 하는 곳에서 중요한 결정을 한다. 

콘텐츠 현장에는 성공한 원작보다 알려지지 않은 원작이 더 많다. 그 중엔 누군가가 아주 좋아했지만 무시하거나 시큰둥할 수 있다. 결정권자가 마음에 안 들면 선택받지 못한다. 결국 12곳의 출판사와 같은 처지가 될 수 있다. 우리 주위에도 8살 앨리스와 같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실무에서 앨리스의 선택을 존중하기는 쉽지 않다. 사실 해리포터의 대박은 역사상 유례없다고 봐야한다. 보통은 앨리스의 말을 듣기만 할 뿐 결정하지는 않으려고 했을 것이다.

해리포터를 발행한 출판사가 첫째와 둘째 과정을 어렵게 선택했다. 그러나 셋째는 쉬운 선택이었으리라 본다. 사람은 나이를 먹지만 콘텐츠는 영원하다. 그 콘텐츠에 생명력이 있으려면 최초 창작자가 저작권을 계속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신이 창작한 저작물이 자신의 아이라고 여긴다. 계속 돌봐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이 있기에 새로운 생명을 넣어준다. 그로 인해 새롭고 다양한 2차적 저작물로 재탄생한다.

저작권법을 처음 만든 영국이라 그런지 저작물의 부모의 권리를 존중하는 것 같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 원하지 않는 입양이 될 수도 있다. 저작물이 평생 부모인 창작자를 못 만난다면 사랑과 에너지가 전달되지 못할 수 있다. 창작자가 내용을 잘 모르고 계약했어도 법적 문제없다면 되돌리기 어렵다. 그래서 창작자는 특별한 계약이 아니라면 자신의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 

조앤 롤링이 작가들 중에서 역사상 최초로 1조원대 이상의 자산가라고 한다. 그녀는 본인을 조앤보다 조라고 부르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그래서 조 단위의 돈을 버는 것일까? 영국저작권법도 우리 저작권법과 마찬가지로 저작자 사후 70년까지 저작재산권을 보호한다.

앞으로 조앤 롤링과 콘텐츠 회사들이 해리포터로 버는 돈은 지금보다 더 많을지 모른다. 올해부터 콘텐츠 제작자들은 더 많은 의견을 들어보자. 당신 주위에도 이미 8살 앨리스가 있을 것이다. 그 아이가 당신의 조앤 롤링이 누구인지 알려줄지 모른다. 

한광수 칼럼리스트(저작권 전문강사)
한광수 칼럼리스트(저작권 전문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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