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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들의 도덕적 우월감이 불편한 이유

  • 입력 2016.11.08 16:58
  • 수정 2016.11.11 15:17
  • 기자명 김바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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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지난 11월 8일, 본 기사를 게재한 뒤 독자들로부터 많은 비판이 잇따랐습니다. 글쓴이 동의 없이 기사 전면에 고기 사진을 내거는 등 여러모로 채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기사였습니다. 아울러 위 기사의 사실관계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있어 그에 대한 반론기사를 함께 싣습니다. 해당 기사로 상처입으신 모든 분께 사과 드립니다.

반론 기사 바로가기 → [반론] 채식주의자의 도덕적 우월감이 불편하다고?

블로그에 <나는 돼지농장으로 출근한다>(이도헌, 스마트북스) 리뷰를 올렸더니, 새벽에 어떤 비건(vegan, 완전채식) 분이 장문의 댓글을 남겼다.

내용인즉슨 자신도 원래는 고기를 좋아했지만 어떤 영화를 보고 난 후 축산업의 잔인한 사육과정을 알게 되었고 그 이후로 달걀과 우유, 생선까지 모두 끊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나에게 당신 자식도 농장 동물들처럼 오로지 고기를 얻기 위해 거세하고, 반복적인 강제 임신을 시킬 수 있겠냐고 물었다. 인간이 무엇이기에 다른 생명을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냐며 이 부분을 깊이 생각해보라는 말이었다.

개인적으로 비건인 분들을 존중한다. 동물과 그 동물에서 비롯된 모든 식재료와 음식을 끊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정도로 육류의 맛은 강렬하다. 그러나 여기에서 '동물을 먹어선 안 된다' 식의 도덕을 내세우거나, 또는 도덕적 우월감을 바탕으로 남을 가르치려는 행위는 존중하지 않으며, 존중할 생각도 없다.

인간이 무엇이기에 생명을 좌지우지하냐는 질문은 똑같이 되돌려줄 수 있다. 식물보다 동물이 우선해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그저 인간과 교감이 잘되는 친숙한 존재라는 이유로? 교감을 나눈다는 이유만으로 동물이 식물보다 우선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인간이 자신의 멀고 가까움을 기준으로 생명의 경중을 판단하는 것 아니겠는가.

경제성과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공장형 축산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라면, 그 시스템의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여기에서 고기를 먹는 행위 자체를 비판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다. 그렇게 따지면 왜 식물의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농업 시스템에 대한 비판은 없는가? 인간이 가장 많이 유전자를 조작한 식물에 대한 얘기는 왜 빠져있는가. (여기에서 유전자 조작은 유전자변형식품(GMO)이 아니라 인간이 농경시대부터 해 온 품종이나 종자 개량 자체를 의미한다.)

많은 사람이 착각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친환경 농업'은 없다. 농업 자체가 지극히 환경 파괴적이다. 농업을 하기 위해서는 넓은 경작지가 필요한데 이게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기존의 자연환경을 파괴해서 경작지로 바꿔야 한다. 여기서 만약 생산량을 극대화하는 수단을 쓰지 않는다면,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적어져 더 많은 경작지가 필요하게 되고 이는 필연적으로 더 많은 환경파괴와 동물들이 살 터전을 빼앗는다.

결국 생산량을 극대화하기 위한 생산시스템은 좁게 보면 환경 파괴적이지만, 넓게 보면 오히려 친환경적이다.

애초에 모든 사람이 비건의 길을 걷는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동물들은 비좁은 축사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 수 있을 것이다. 도덕성을 내세우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도 훨씬 많은 경작지가 필요하다. 결국 앞서 이야기한 환경파괴로 이어지고 전보다 더 넓은 공간을 인간이 점유함으로써 동물들은 제 터전을 잃고 죽게 된다. 극단적이지만 종의 멸종이 올지도 모른다.

뒤집어 말하자면 비건의 식생활은 더 많은 사람이 생산성을 극대화한 육류를 소비하면서 가능한 것이고, 이때 도덕적 우월감도 많은 사람이 육류를 소비하기 때문에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친환경, 윤리적 생산에 대해 얘기해보자. 모든 친환경 재배와 윤리적 사육은 생산단가를 높이고, 소비자 가격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결국 친환경, 윤리적 상품의 구매층은 고소득자로 한정된다. 이 때문에 친환경, 윤리적 생산의 확대를 주장하는 것은 부르주아 계층의 도덕적 우월감을 획득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많다.

비건의 신념은 존중한다. 그러나 그 신념을 기준으로 타인의 삶을 간섭하고, 마음대로 평가내리는 행동은 사양한다. 특히나 본인의 신념으로 도덕적 우월감을 느낀다면 더더욱 사양한다. 도덕적 우월감은 본인이 대단해서가 아니라, 남들이 하지 못하거나, 하지 않아서 얻을 수 있는 알량한 어떤 것에 지나지 않는다.

각자의 길을 가자. 그러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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