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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은 좌파 영화’라던 한국당, 아카데미 상 받자 ‘급 축하’

  • 입력 2020.02.11 10:40
  • 수정 2020.02.11 10:46
  • 기자명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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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사이트(기생충) 같은 영화는 보지 않는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체제 전복의 내용을 담고 있는 전형적인 좌파 영화.” (모 자유한국당 의원)

자유한국당 일각에서는 한국 영화 최초로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에 대해 ‘좌파 영화’라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2월 10일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각본상·국제영화상·감독상 총 4관왕을 차지하자 자유한국당의 태도는 달라졌습니다.

“한국 영화 기생충이, 새로운 역사를 썼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최고상인 작품상까지 수상하며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에 이어 4관왕을 기록했다. 지난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시작으로 연이어 들려온 놀라운 소식이다. 전 세계에 한국 영화, 한국 문화의 힘을 알린 기념비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박용찬 자유한국당 대변인

2월 10일 박용찬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영화 기생충이 새로운 역사를 썼다”며 “다른 무엇보다 우한 폐렴으로 침체와 정체, 절망에 빠진 대한민국에 전해진 단비 같은 희소식이다”라는 논평했습니다.

박 대변인의 논평을 자세히 살펴보면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기 위한 도구로 영화 <기생충>을 이용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정치권이 이슈에 따라 논평을 하는 것은 정당의 자유로운 판단이지만, 자유한국당의 온도 차는 다소 낯설긴 합니다.

‘블랙리스트’였던 봉준호 감독

▲ 이명박 정부 청와대 기획관리관실에서 작성한 내부 문건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좌파 성향’의 예술인은 ‘블랙리스트’로 구분해 교묘하게 창작 활동을 방해해왔습니다. 이 ‘블랙리스트’ 문화예술인 중에는 봉 감독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봉 감독의 세 작품이 블랙리스트에 포함됐습니다.

- 살인의 추억(2003년 작): 공무원과 경찰을 비리 집단으로 묘사해 국민에게 부정적 인식 주입

- 괴물(2006년 작): 반미 정서와 정부의 무능을 부각해 국민의식을 좌경화

- 설국열차(2013년 작): 시장 경제를 부정하고 사회 저항 운동을 부추김

당시 정부가 봉 감독의 영화를 블랙리스트로 지정한 이유를 보면 방법론적으로 독재정권 시절 이뤄졌던 검열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았습니다.

특히, 영화가 반미 정서 및 정부 무능을 부각한다는 지적을 보면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영화를 대하는 수준이 얼마나 비민주적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봉준호 “블랙리스트는 트라우마다”

2017년 영화 <옥자>로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봉 감독은 프랑스 매체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블랙리스트’에 대한 심경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봉 감독은 박근혜 정부 시절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사실을 언급하며 “한국의 예술가들을 깊은 트라우마에 잠기게 한 악몽 같은 몇 년이었다”라며 “여전히 트라우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이들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블랙리스트에서 블록버스터까지’라는 제목의 AFP통신 기사는 ‘블랙리스트’ 외에도 박근혜 정부 시절의 언론의 자유, 세월호 참사 등을 다뤘습니다.

ⓒ연합뉴스

“문화는 국민 모두가 함께 공유하는 국민적 양식이며 산업이다. 창작자와 소비자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고, 사회 전체를 밝고 건강하게 만드는 힘을 가진 것이 바로 영화이고 문화이다.

자유한국당은 앞으로도 문화예술 분야를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하고 지원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 박용찬 자유한국당 대변인, 2월 10일

자유한국당은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에서 상을 받자 “자유한국당은 앞으로 문화예술 분야를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자유한국당이 정부 정책에 적극 동조했던 점을 떠올려본다면 오히려 많은 사람은 자유한국당이 문화예술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모습을 기대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직썰 필진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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