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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만 보겠다”던 원희룡 행보에 비판 커지는 이유

  • 입력 2020.01.23 11:22
  • 기자명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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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원희룡 제주지사 ⓒ자유한국당

1월 23일 오전 11시 원희룡 제주지사가 여의도 국회 본청에 방문했습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만나기 위해서입니다. 면담 후 제주로 복귀한 원희룡 지사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돌연 제주도민에게 사과했습니다.

무슨 이유일까요? 원 지사의 당적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원 지사는 2000년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소속으로 총선에 출마, 국회의원이 됐습니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새누리당(자유한국당) 후보로 제주지사에 당선됐습니다. 2016년 새누리당을 탈당한 원 지사는 바른정당 창당에 참여했습니다.

이후 바른미래당(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의 통합 정당) 당적을 유지하다가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탈당해 무소속으로 제주지사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원 지사의 재선은 제주의 인물론을 강조한 ‘무소속 전략’이 통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가 바른미래당이나 자유한국당 후보로 출마했다면 당선되기 어려웠을 거라는 분석도 존재합니다.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야당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전국적으로 참패를 면치 못했습니다.

‘중앙정치 진출 NO’라더니...

지난해 원 지사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인 ‘원더풀TV’와 언론 등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는 등 중앙 정치 관련 발언을 이어나갔습니다. 이런 행보에 일부 언론들은 원 지사가 중앙 정치 진출을 노리고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습니다.

원 지사는 이에 대해 부인했습니다. 원 지사는 2020년 1월 1일 제주인터넷기자협회 신년대담에서 ‘중앙 정치에 복귀하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중앙 정치 진출은 없다”며 “도민만 바라보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그의 행보는 말과 달렸습니다.

1월 21일 박형준 혁신과통합추진위(혁통위) 위원장은 원 지사를 만나기 위해 제주를 찾았습니다. 이날 박 위원장은 원 지사에게 보수 통합 신당에 참여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원 지사는 숙고하겠다고 답변했습니다.

원 지사는 불과 반나절 만에 박 위원장의 제안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습니다. 원 지사는 “혁통위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중도 보수 세력의 통합과 신당 창당 움직임에 적극 공감한다”며 “저 역시 이런 흐름에 미력하게나마 힘을 보태겠다”라고 입장문을 발표했습니다.

다음 날 원 지사는 서울로 이동, 오전 10시 혁통위 회의에 참석하고 11시에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면담했습니다. “도민만 바라보겠다”는 말이 무색해지는 광폭 행보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주도민들은 씁쓸한 감정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원 지사가 돌연 사과를 한 이유입니다.

원 지사는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무소속 도지사 신분을 변경할 때 도민의 의견을 구하겠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그 과정이 생략됐다”며 사과했습니다.

또다시 우려되는 총선 마케팅

ⓒ제주의소리

2016년 20대 총선에서 제주 지역 일부 후보들은 원 지사와 찍은 사진을 내걸고 선거운동을 했습니다. 비록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현직 지사가 총선 마케팅을 묵인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1월 22일 기자간담회에서 4·13총선을 앞두고 원 지사가 보수 통합 신당의 총선 마케팅에 활용될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원 지사는 “우선 도지사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4년 전 당시에는 박근혜 정권이었고, 제가 도지사가 된 지 얼마 안 된 상황이었다. 지금은 정치상황이 전혀 다르다”며 “그동안 경험과 도민 정서도 잘 알기 때문에 염려를 끼치는 행동은 자제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원 지사는 “아직 당이 창당된 것은 아니지만 창당 작업에 일정한 역할을 해야 한다면 당연히 입당하게 될 것”이라며 중앙 정치 합류에 대한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중앙 정치 합류로 제주도정에 소홀해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업무 공백은 염려하지 말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다”고 답변했습니다.

원 지사가 “중앙 정치로의 진출은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말한 뒤 불과 한 달 만에 말을 바꾸자 제주 도민 사회의 비판 여론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자신의 정치 활동을 위해 중앙으로 가겠다는 원 지사를 말릴 수는 없지만, 도민과의 약속을 손쉽게 뒤집는 그를 계속 신뢰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직썰 필진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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