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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준·고영성의 <일취월장> ‘짜깁기 논란’, 직접 조사해보니

  • 입력 2019.10.08 18:14
  • 기자명 넷드링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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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1일 고영성·신영준 두 작가의 과도한 짜깁기 행태에 문제의식을 느낀 페이스북 이용자들이 ‘졸꾸의 신’(현 ‘도서사기감시단’)이라는 공개 그룹을 결성했다. 2,950여 명의 그룹 회원들이 모여 자발적으로 <일취월장>(로크미디어, 2017년 12월)의 본문 전체를 조사했고 그 결과를 7월 28일에 발표했다. 이 최종보고서를 공개한다.

1. 인용이 차지하는 분량은?

<일취월장>의 전체 576페이지 중에 소제목, 머리말과 참고문헌을 제외한 본문은 총 276,731자(글자 수는 모두 공백 제외 기준)인데, 이 중 각주 표시를 하고 다른 책을 ‘인용’한 부분은 158,781자로 전체의 57.4%를 차지했다. 단지 출처를 밝혔다고 해서 정당한 인용으로 볼 수 있는지는 뒤에서 따져보겠다.

<일취월장> 본문의 17.5%, 즉 1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은 출처를 아예 밝히지 않았거나 혹은 출처를 허위로 표시한 채 다른 책의 내용을 무단전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예를 들면, <일취월장> 1장에 수록된 ‘조지 킹슬러 지프’의 일화는 실은 <빅데이터 인문학: 진격의 서막>(사계절, 2015년 1월)과 거의 같다. 그러나 인용 표시를 하지 않았으며, <빅데이터 인문학: 진격의 서막>은 <일취월장>의 참고문헌 목록에 아예 들어있지도 않다.

또 다른 예로, 아래 파트는 두 저자의 전작인 <완벽한 공부법>(로크미디어, 2017년 1월)과 거의 같다. 그런데 <완벽한 공부법>의 해당 본문도 <오리지널스>(한국경제신문사, 2016년 2월)를 옮긴 것이다. 그러나 <일취월장>에는 둘 중 어느 것도 인용 표시가 돼 있지 않다.

2. 출처만 밝히면 정당한 인용인가?

출처를 표시했다고 해서 정당한 인용으로 볼 수 있는 지도 의문이다. 다음 사례들은 그저 실수로 보기에는 원작의 뜻이 상당히 왜곡돼 있다.

더구나 원작을 고의적으로 왜곡한 것으로 보이는 사례들도 있었다. <일취월장>의 다음 단락은 <유리감옥>(한국경제신문사, 2014년 9월)을 무단전재한 것이다. 각주 표시가 없으며 <유리감옥>은 참고문헌 목록에 들어있지도 않다.

밑줄 친 문장들을 비교하면, 원작에서 케인스가 ‘기술 발달에 따른 실업’이 ‘일시적인 증세’에 불과하다고 말했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으나, <일취월장>에서는 케인스가 마치 ‘장기적 실업’을 잘못 예측한 것으로 왜곡하고 있다.

특히, 다음의 사례는 매우 이상한 인용 방식을 보여준다. 원작인 <오리지널스>에서 독창성이 나이가 들면서 반드시 쇠퇴한다고 볼 수 없다면서 일찍 전성기를 맞은 케이스와 대기만성형인 케이스를 나란히 비교하고 있는 것을, <일취월장>에서는 일찍 전성기를 맞은 케이스만 굳이 먼저 떼내 인용한다. 그리고는 "나는 아인슈타인의 생각과 다르다"며 이미 원작에 나와 있는 얘기를 고영성 작가의 독창적인 생각인 것처럼 늘어놓은 후, 그제서야 나머지 대기만성형 케이스를 인용하고 있다. 이런 ‘인용’을 단지 출처를 밝혔다고 해서 정당한 것으로 볼 수 있을까? 

이상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출처를 밝히지 않은 채 다른 책을 인용한 다수의 사례, 전체의 75%에 이를 정도로 과도한 인용∙ 무단전재(출처 미표기) 분량, 원작을 왜곡하는 인용 방식 때문에, 고영성·신영준 작가는 표절과 저작권 침해 혐의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이러한 문제가 제기된 지 70일 이상 지났지만 두 작가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신영준 작가의 아래 페이스북 포스팅을 보면, 그는 표절 문제의 엄중함을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신영준 작가는 <일취월장> 표절 의혹이 처음 제기됐을 때, 그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신박사TV>을 통해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동영상 제목 ‘우리 인생을 망치는 사람들’, 사본 링크)

“(1분 1초)일단은 제가 정확하게 말씀드릴게요. 표절은 0프로입니다. 표절이라는 건 정확하게, 악의적으로 어떤 거를 그대로 베껴 쓰거나, 남의 생각을 내 생각인마냥 밝히지 않고 쓰는 겁니다.”

“(1분 20초) 다른 사례를 넣고 파라프레이징(paraphrasing)을 했기 때문에 똑같은 문장이 단 한 문장도 없습니다. 그래서 표절은 0프로라는 걸 확인을 받았고요. 그 다음에 결국에는 나중에 문제가 되면 저작권 침해인데…”

“(2분 32초) 만약에 문제가 돼서 OOOO(모 출판사)가 소송을 걸면 이게 분쟁조정위원회라는 게 있어서, 그러면 저작권 침해에 대한 배상을 하면 끝이에요. 그러면 뭐 절판할 필요도 없고, 우리가 저작권료를 내고 그 부분을 쓰는 겁니다.”

“(3분 8초) 표절이 아니기 때문에. 표절인 경우에는 책을 회수하고 절판해야 됩니다. 그런데 표절은 0프로인 게 끝났고.”

직썰 필진 넷드링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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