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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후보 자녀, 사라지는 청년 후보

  • 입력 2014.07.21 17:37
  • 수정 2014.07.21 18:02
  • 기자명 고함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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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ebook.com/educho0604

‘후보 자녀’의 존재감이 점점 커진다. 원래 ‘후보 자녀’는 상대 후보 진영의 네거티브 공세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선거판에 등장하는 존재였다. 병역 기피, 위장 전입, 이중국적 등의 의혹과 함께. 그런데 지난 6.4 지방선거에서는 ‘후보 자녀’가 자발적으로 선거판에 등장했다. 고승덕 후보의 딸 고캔디씨, 조희연 후보의 아들 조성훈씨는 각각 페이스북과 다음 아고라에 후보로 나선 아버지에 대한 장문의 글을 올렸다. 상반된 내용의 두 글은 모두 큰 화제가 됐다. 그리고 두 글은 상반된 내용만큼이나 다른 결과를 가져왔다. 고승덕은 “미안하다~~~!” 짤방으로 '여전히 고통받는' 중인 반면, 조희연은 예상을 뒤엎으며 서울시 교육감이 됐고, 조성훈씨는 기특한 효자라는 평을 받았다.
7.30 재보궐선거에서도 ‘후보 자녀’가 선거판에 뛰어들었다. 이번에는 ‘효도 대결’이다. 수원 영통 지역에 출마한 박광온 후보의 딸은 ‘SNS로 효도라는 것을 해보자(@snsrohyodo)’라는 트위터 계정을 만들고, 박광온 후보에 대한 재밌는 '드립' 위주의 트윗으로 인기를 끌었다. 순식간에 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거느린 파워트위터리안이 될 정도였다. 뒤이어 같은 지역구에 출마한 천호선 후보의 둘째 아들이 ‘나도효도란걸해보렵니다(@qkxkzn)’라는 트위터 계정을 만들고, 천호선 후보를 열심히 홍보했다. 덕분에 두 후보 모두 포탈 사이트 인기검색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후보 자녀’들이 후보의 이름을 알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셈이다.

ⓒ트위터 화면 갈무리

효심이 가득 피어나는 선거. 간만에 동방예의지국다운 훈훈한 모습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다소 아쉬운 광경이다. 선거에서 청년 후보들은 전혀 주목받지 못하고 ‘후보 자녀’들만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6.4 지방선거 때 청년 후보들의 소식이 거의 없었던 반면, 후보로 나선 부모들의 선거 유세를 도운 청년들의 소식들은 연이어 전해졌다. 각 후보의 ‘청년공약’을 도맡아 홍보했던 거면 또 모를까, 그저 “도와주세요” 일색이었다. 물론, 누구보다 후보를 가까이서 오랫동안 지켜본 자녀의 증언이 유권자들에게 와 닿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것만 보인다는 것, 다시 말하면 자녀로서의 청년들만 선거에 보인다는 것이 아쉽다는 말이다. 가족으로서의 증언은 자녀가 아닌 부모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 자식 도와주세요~”라는 말은 선거에서 절대 나오지 않는다. 청년 후보가 사라진 탓이다.
부모의 선거 유세를 돕는 청년들을 비난하는 건 절대 아니다. 다만, 선거에서 훌륭한 자식 역할을 하는 청년보다는 훌륭한 후보 역할을 하는 청년이 더 많기를 바라는 것이다. 후보 자녀가 주목받는 것과 청년 후보가 사라지는 것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 두 가지가 비슷한 시기에 진행되고 있다. 지금 추세가 이어진다면 앞으로 청년들은 선거에서 유권자이기만 하거나, 기껏해야 조금 더 특별한 선거 운동원인 ‘후보 자녀’에 불과한 존재가 될지도 모른다. 이런 걱정 때문에 트위터에서 펼쳐지는 ‘효도 대결’을 보며 마냥 키득거릴 수만은 없었다. 선거에서 ‘효도 대결’이 아닌 청년 후보 간의 대결은 볼 수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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