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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여성 4명 중 1명은 낙태를 한다

  • 입력 2019.06.07 15:38
  • 수정 2020.07.30 01:42
  • 기자명 고함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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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여성 네 명 중 한 명이 평생 한 번 이상의 낙태를 경험한다. 아마 이 통계를 접하는 대다수 사람이 “낙태가 그렇게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라고? 나는 낙태한 여자를 본 적이 없는걸”이라 말할지 모르겠지만, 낙태는 정말로 여성이 현실에서 평범하게 경험하는 일이다.

“미국 여성 4명 중 1 명은 낙태를 한다. 사람들은 통계를 보고 놀란다. 그리고 당신은 ‘난 낙태한 여자 모르는데?’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당신은 나를 안다. 나는 15살 때 낙태를 했다.”

방송인 비지 필립스(Busy Philipps)는 자신의 쇼에서 직접 낙태 사실을 밝혔다. “내가 바로 그 4명 중 한 명이다. 당신은 나를 안다(You Know Me).” 곧이어 밀라 요보비치(Milla Jovovich), 자밀라 자밀(jameela jamil) 등 영향력 있는 여성들의 낙태 경험 고백이 이어졌고 #youknowme 해시태그가 소셜미디어에 퍼졌다.

방송인 비지 필립스가 자신의 낙태 경험을 고백했다. ⓒBusy Tonight

최근 미국에서 불어 닥친 가장 파괴적인 백래시, 낙태금지법에 대한 저항이다. 지난 5월 6일 조지아 주에서는 태아의 심장 박동이 감지되는 시기 이후의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5월 15일에는 앨라배마 주 상원이 낙태수술을 한 의사를 최대 징역 99년형에 처하는 법안을 25대 7로 통과시켰다. 단순한 규제가 아니다. 어떠한 예외도 인정하지 않는 완전한 금지다.

미국 낙태 여행 절망편

고함20은 지난 4월, 낙태죄 헌법불합치를 기념하여 앞으로 남은 과제가 무엇인지 미국의 낙태 보장법을 살펴봤다. 그런데 지금, 미국 낙태 여행의 꿈이 무너지고 있다. (관련 기사: 미국 낙태 여행 : Safe, Legal and Free Abortion)

현재 미국 15개 주에서 조지아, 앨라배마 주와 유사한 낙태 금지 법안들을 만드는 과정에 있다. 아직 실제로 발효된 것은 없지만 이 거대한 백래시는 바로 ‘로 대 웨이드 뒤집기’ 플랜의 첫 단계일 뿐이다. 1973년 낙태권이 헌법상 권리로 인정된 최초의 판례로 대 웨이드가 뒤집힌다면 안전하고 합법적인 낙태를 보장받을 여성의 기본권이 전국적으로 부정된다.

낙태금지법에 찬성한 앨라배마 상원의원 25명. 임신해 본 적도 없고 앞으로 임신을 하지도 못할 백인 남성들 ⓒ가디언

2018년 10월 낙태를 반대하는 ‘안티초이스’ 브렛 캐버노(Brett Kavanaugh)가 연방대법관으로 임명되면서 더욱 위험이 커지고 있다. 연방대법원은 지난 2월 낙태 클리닉을 반경 48km에 하나씩만 두게 하는 루이지애나 주 법이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는데 이때 가톨릭 신자인 캐버노는 합헌 의견에 섰다.

로 대 웨이드가 정말로 뒤집히게 될까?

ACLU(미 시민자유연맹)를 비롯한 여러 단체가 대응에 나섰다. 오하이오를 예로 들어보면, 지난 4월 임신 6주 이후의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여성들이 임신을 알아채기도 힘든 기간이다. 오하이오에서는 약 90%의 낙태가 6주 이후에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거의 완전한 금지나 다름없다. ACLU는 이 법률이 완전히 위헌임을 주장하며 소송을 걸었다. 이제 연방 지방 법원이 이 사건을 맡는다. 연방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 판결’이 태아가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기간 이전의 낙태를 여성의 기본권으로서 보호하고 있기 때문에 연방 지방 법원에서는 이에 따라 위헌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오하이오 주는 이 사건을 상위 법원에 항소할 기회도 갖고 있다. 항소법원에서도 지고 나면 연방대법원으로 사건을 가져갈 수 있다. 연방대법원은 때때로 과거의 결정을 재고하거나 뒤집기도 한다. 그리고 오하이오 주는 해당 사건을 대법원이 채택해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기를 바라고 있다.

현실적으로 연방대법원은 대략 7천~8천 개의 사건 중 80건 정도만 선별해 심리한다. 그리고 미국 시민의 3분의 2 이상이 로 대 웨이드를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보수 성향의 대법관이라 할지라도 로 대 웨이드와 직접 충돌하는 사건은 꺼릴 것이다.

ACLU의 변호사들이 진정으로 우려하고 있는 점은 소위 ‘교묘하다’고 말해지는 법안들이다. 루이지애나 주에서는 의사가 낙태하고자 하는 여성을 입원시킬 수 있는 권한 등을 제한하는 법을 만들었다. 여성의 안전을 위한다고는 하지만 낙태가 가능한 병원과 의사의 수를 줄여 낙태를 실질적으로 어렵게 만들려는 속셈이다.

또한 인디애나 주에서는 낙태 18시간 전에 초음파 검사를 받아 여성이 태아의 모습을 관찰하고 심장 박동을 듣도록 강제한다. 이렇게 여성의 낙태권을 교묘히 제한하는 법들은 ‘로 대 웨이드가 뒤집혔다!’ 같은 헤드라인 없이 조용히 합헌 결정이 날 수 도 있다.

얼굴을 가린 여성이 봉사자들의 경호를 받으며 켄터키 주 낙태 클리닉으로 들어가고 있다. 안티초이스들은 매일 ‘위협’에 가까운 ‘시위’를 한다. 켄터키 주는 이를 막을 어떤 법률도 가지고 있지 않다. ⓒnowthis

단순한 가설이 아니다. 이미 1992년 ‘미국 가족계획 연맹 대 케이시 판결(Planned Parenthood v. Casey)’에서 목격했다. 대법원은 로 대 웨이드를 뒤집진 않았지만, 여성에게 ‘부당한 부담’을 주지 않는 한 24주 이내의 낙태를 제한하더라도 합헌이라고 판시하면서 로 대 웨이드의 상당 부분을 훼손했다. 이로써 법원은 여성들이 수차례 병원을 방문하고 불필요한 절차를 밟게 하는 법안을 만들 수 있도록 여지를 제공했다.

그리고 로 대 웨이드를 서서히 무너뜨리기 위한 수많은 법안이 대법원의 심리를 기다리는 중이다. 비지 필립스는 어떤 낙태금지법도 이 중대하고 개인적인 선택을 멈출 수 없으며 다만 여성들을 더 큰 위험에 몰아넣을 뿐이라 말하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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