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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목항 세월호 분향소를 정리하던 날

  • 입력 2018.09.17 16:28
  • 기자명 미디어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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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들아! 너희들이 있던 이곳도 이제는 정리를 한다고 한다. 아직도 아무것도 해놓은 것이 없는데 너희들이 잊혀질까 봐 두렵단다. 아들아! 보고 싶다.”

- 2018.08.31. 엄마가

세월호 참사 발생 때부터 9명의 미수습자분들이 돌아오는 그 날까지 매월 두 번씩 찾아오자며 다짐했었던 진도 팽목항. 목포신항으로 선체가 인양되면서부터는 다짐이 무색하게 이곳을 찾지 못했다.

그리고 1년 만에 다시 가는 길. 9월 3일 유가족분들이 분향소를 정리한다고 해서다. 분향소가 설치된 지 3년 8개월 만이다.

부산보다 더 먼 거리이지만 멀게 느껴지지 않은 건 자주 찾아갔기 때문일 것이다. 진도읍에 들어서자 그때의 상황들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자연스러운 기억이다.

진도읍에서 30여 분 차를 타고 팽목항 방파제에 도착했다. 멀리 세월호 등대가 보인다. 사진 속 장소에서 CNN이 세월호 참사 소식을 전했었다. 그때 유가족분들은 믿을 건 외신밖에 없다고 했었다.

방파제에는 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자는 취지의 높이 5미터짜리의 노란 리본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후원과 성금으로 제작됐다.

조형물 앞 추모 시민들의 마음. 노란 리본 스티커도 크기 별로 비치돼 있어 필요한 만큼 가져갈 수 있다.

노란 리본 조형물 바로 옆에는 기다림의 의자가 있다. 이곳에 올 때 안산에 들러 당시 단원고 2학년 10반이었던 이경주 학생 어머니와 함께 왔다.

경주 어머니는 주변을 청소했다. 곧 경주 생일이 다가오는데 얼마나 그립고 보고 싶을까.

가장 가슴 아픈 사진일 수도 있겠다.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다섯 명의 미수습자 중 박영인 학생을 위한 축구화가 놓여 있다. 생전에 사달라 했는데 사주지 못했던 축구화. 엄마는 축구화를 사서 놓고 아들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팽목항에 올 때면 이 조형물 사진을 꼭 찍어 소식을 전했다. 흘러간 시간만큼 녹이 슬었다.

방파제와 분향소 사이에 둑이 연결돼 있다. 여객터미널이 들어설 예정이라 공사가 진행 중인 듯했다.

단원고 이다운 학생이 만든 곡 <사랑하는 그대여>를 가수 신용재가 완성해 공개했다. 다운이를 위해 팽목항에 작은 무대를 설치했다고 한다.

등대 옆엔 세월호 희생자 명단이 적힌 추모 의자가 놓여 있다. 304명 희생자의 억울함을 어찌 잊을까.

등대도 우체통도 모든 게 그대로다. 다만, 시간이 흘렀고 기억은 잊히고 관심을 멀어져 갔다.

세월호 참사 당시 이곳에서는 오열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세월호에 탄 모든 사람이 살아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던 곳. 하지만.

이곳에서 수습자들의 명단이 발표됐다.

팽목항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 안내판이다. 세월이 얼마나 흘렀는지를 보여주는 낡은 안내판. 이제 이것도 오늘 이후로는 볼 수 없겠구나.

미수습자들이 거주했던 조립식 건물은 사라지고 터만 남았다. 바닥의 흔적만이 그때 그곳임을 말해준다.

팽목항 대강당이다. 외부인들이 방문했을 때 맞이했던 장소.

세월호 가족분들의 식당이자 휴게실. 방문객들과 함께 밥도 먹고 차도 마시며 호소했던 곳이다.

직썰 필진 미디어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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