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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풀2>가 혹평을 받은 이유

  • 입력 2018.05.24 14:20
  • 수정 2018.06.05 17:02
  • 기자명 영화 읽어주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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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풀2>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시네마피아

기대했던 대로 <데드풀 2>의 흥행 질주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마블에도 19금 영화가 잘 어울리고, 필요하다는 걸 증명하고 있네요. 더 과감하고 재치 있는 대사로 카운터 펀치를 곳곳에 날린 영화였습니다.

미국 문화와 관련된 이스터 에그들도 잔뜩 있었죠. 제가 발견한 건 (이미 다들 아실 것 같지만) 브래드 피트의 등장이었습니다. 엑스 포스의 일원인 베니셔를 브래드 피트가 연기했죠. 전깃줄에 걸려 감전될 때, 얼굴을 잠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밖에도 여러분이 찾은 이스터 에그가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역대급 농담과 재기발랄함이 돋보이는 <데드풀 2>는 의외로 혹평도 많은데요. 평론가의 의견을 보자면, 양쪽을 오가다 보면 결국 제자리라며 5점을 준 김현수 평론가, ”2시간의 욕지거리가 즐거우면 그게 정상인가라며 4점을 준 이용철 평론가 등이 있죠.

일반 관람평 중에서도 전편보다 아쉽다는 의견을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저 역시 데드풀의 익살과 유머에 재미를 느꼈지만, 사실 전편보다는 아쉬웠습니다. 무엇이 아쉬움을 느끼게 했을까요.

<데드풀 2> 1편보다 영화의 짜임새가 어딘가 헐거워졌습니다. 아동학대에 관한 메시지와 가족의 소중함을 말하는 전개, 그리고 타임리프를 활용한 이야기의 구성은 나쁘지 않죠. 그런데도 강약조절에 실패한 느낌이랄까요. 늘어난 유머와 반비례해 액션과 볼거리에 있어 즐길 게 더 적어졌습니다.

특히, ‘존 윅시리즈의 팬으로서 데이빗 레이치 감독의 액션 연출에 기대가 많았는데, 별다른 특별함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이런 문제는 데드풀, 아니 라이언 레이놀즈와 관련이 있을 것 같습니다. <데드풀 2>는 전편보다 훨씬 더라이언 레이놀즈화 되었습니다. 그의 실제 이미지가 너무 많이 간섭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죠.

데드풀이라는 영웅은 애초에 만화책에서부터 독자와 눈을 맞추고, 독자의 현실에 개입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만화책 밖의 현실에 있다고 믿는 캐릭터였죠. 영화에서도 종종 데드풀이 관객을 바라보고 이야기합니다. 그때마다 관객은 영화와 현실 중간에서 독특한 느낌을 받죠.

극영화 이론에서 이런 기법은소격효과를 가져옵니다. 소격효과란 관객이 극적 사건에 대해 거리를 갖게 함으로써, 지금껏 당연히 받아들이는 일을 비판적 사건으로 바라보게 한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관객에게지금 당신이 보는 건 가짜야라고 인지시키는 거라고 할 수 있죠.

결론적으로 영화에 몰입을 방해하는 개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신 이 기법은 캐릭터와 관객 사이에 독특한 유대감을 형성하게도 합니다. 데드풀이 진짜 우리의 친구처럼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죠.

그런데 <데드풀 2>는 관객이 캐릭터가 아닌, 라이언 레이놀즈와 더 특별한 관계를 형성하게 합니다.

전편에서는 오프닝의그린 랜턴카드 등으로 은근히 라이언 레이놀즈의 개인사를 드러낸 편이라면, 이번엔 영화 여기저기서 라이언 레이놀즈의 맨얼굴이 보이는 듯합니다. 마지막 쿠키영상에서 데드풀이 라이언 레이놀즈를 총으로 쏠 때면, 이런 느낌은 폭발하죠.

아마 <데드풀 2>의 제작과 각본에 라이언 레이놀즈가 깊게 관여해, 캐릭터와 자신의 경계를 허물었을 것이라는 추측됩니다. 전작의 흥행을 이끈 팀 밀러 감독이 견해차로 하차하게 된 것도 이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죠.

물론 라이언 레이놀즈의 개입 덕분에 여태 본 적 없는 재치와 현실에 간섭하는 놀라운 농담을 즐길 수 있었지만, 영화 자체의 중심은 휘청거린 느낌입니다. 전편엔 팀 밀러 감독이 그 중심을 잡았겠죠.

이 영화적 헐거움을 대체한 유머를 바라보는 관점이 <데드풀 2>의 호불호를 갈랐을 것입니다. 농담이 너무 많은 관계로 모든 장면이 톡톡 튀고 유머러스하지만, 역으로 영화의 다른 감정과 매력이 힘을 잃었죠. 그래서 영화 자체가 공중에 떠 있는 느낌입니다.

*번외로 다른 걸 하나 더 말하자면, <데드풀 2>는 시작부터 자막의 센스가 넘치는 자막의 영화였습니다. 그 덕에 황석희 번역가의 번역이 아주 빛났죠. 아무튼 데드풀의 팬으로서 다음 편엔 이런 농담과 유머와 함께, 더 특별한 액션과 볼거리가 보강되기를 기대합니다.

직썰 필진 <영화읽어주는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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