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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스타가 직접 알려주는 관계의 비법

  • 입력 2018.04.14 15:04
  • 기자명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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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친구가 많아도 너무 많습니다. 얼핏 보면 진정한 인맥 관리의 달인 같죠.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친구대부분은 사실 친구라고 하기 민망한 수준이죠. 그저 페이스북에서 마구 신청과 수락을 번복해 쌓인페친과 트위터 팔로워, 인스타그램 맞팔 친구들이 대부분입니다.

이 사람들을 친구라고 할 수 있을까요? 더는 진짜 친구 사이가 아닌 (어떨 때는 한 번도 친하게 지낸 적이 없기도 한) 사람과 친구로 남는다는 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어차피 신경 쓰지도 않는 거 친구가 많든 적든 무슨 상관이냐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 테지만, 사실 너무 많은 소셜미디어 친구는 우리의 삶에 해롭습니다.

다른 무엇보다도 먼저, “친구 아닌 친구를 유지하는 건 소중한 개인정보를 흘리고 다니는 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번에 불거진 케임브리지 아날리티카 스캔들에서 알 수 있듯이 2015년 전에는 소셜미디어상의 친구 정보가 이런 데이터 수집 업체에 손쉽게 흘러 들어갔습니다.

(소셜미디어에서) 잘못 사귄 친구 따라 개인정보를 소셜 네트워크상에 흘리고, 이를 유용하게 활용할 광고주들에게 갖다 바친 셈이죠.

개인정보 유출도 큰 문제지만, 관계 형성이라는 좋은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소셜미디어의 정책도 문제죠. 이제 우리는 소셜 네트워크가 수많은 알고리즘과 필터를 거쳐 전해주는 정보가, 우리가 우리의 친구들에 관해 정말 알아야 할 소식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잘 알게 됐습니다.

또한, 실제 관계에서 한 사람이 유지할 수 있는 친구의 수엔 일정 한도가 있다는 점이 과학적인 사실로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그 한도는 바로 150 . 옥스포드대학교의 로빈 던바 교수가 영장류들이 무리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 자세히 관찰한 뒤 내린 결론을 바탕으로 도출한 숫자라서 던바 숫자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던바 교수가 호모 사피엔스인 인간의 대인 관계를 관찰한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실제로 소속감을 느끼며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집단의 크기는 최대 150명이었습니다.

온라인에는 낯선 이들, 잘 모르는 이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실제 사람이 아닌데 사람 행세를 하는 것들도 많습니다.

누구니...?

2014년 퓨리서치센터 조사 결과를 보면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평균 페친 숫자는 338명입니다. 페이스북이 다가 아니죠. 스냅챗, 트위터 맞팔, 인스타그램 댓글, 링크드인 인맥에 왓츠앱 연락처까지 다 더하면 그 숫자는 훨씬 더 커질 겁니다.

소셜미디어 덕분에 사람들이 서로서로 더 신경을 쓰고 챙겨주는 효과가 나타나리라 기대하던 사람들도 있습니다. 던바 교수는 그런 측면도 분명 있다고 인정합니다. 하지만 서로 챙겨주는 것과 우정은 절대 같을 수 없습니다.

소셜미디어 덕분에 기억 속에서 까맣게 잊힐 만한 친구의 안부를 간간이 확인할 수는 있지만, 뉴스피드에 올라오는 글을 아무리 열심히 읽어도 친구를 사귀고 우정을 돈독히 하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던바 교수가 꼽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얼굴을 맞대고 실제 사람과 만나는 것이 정말 중요하거든요.”

소셜미디어 계정을 삭제하고 실제 생활에서 만나는 사람에게 더 잘하는 것도 좋고, 삭제까지 할 필요는 없이 소셜미디어를 적절히 통제하며 쓰는 것도 방법입니다. 좀 더 나은 소셜미디어 활용법으로 제가 제안하는 해법은 간단합니다. 소셜미디어 친구를 일단 대폭 줄여보는 겁니다.

하루에 500개씩 글이 업데이트되어봐야 무슨 소용입니까? 어차피 5~6개 포스트만 읽어도 충분한데 말이죠. 게다가 당신의 친구, 당신의 지인을 관리하고 챙기는 중요한 임무를 페이스북의 실체도 알 수 없는 알고리즘에 맡긴다고요? 친구 수를 최대한 줄여 정말 관심 가는 친구들의 이야기만 훑어보고 소셜미디어를 끄면,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에 그나마 덜 끌려 다닐 수 있습니다.

친구 아닌 친구를 솎아내면 보이는 것들

저부터 직접 이렇게 해봤습니다. 제가 사용하는 온라인 서비스를 하나하나 살펴봤죠. 페이스북 친구가 1,084명이었고, 트위터에서는 997명을 팔로우하고 있었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우하는 사람도 374명이었죠. 스마트폰 연락처와 연동해서 친구를 추천해주는 앱들은 이것 말고도 훨씬 더 많습니다. 연락할 일도 없는 사람들을 앱 알고리즘이 제 인맥에 포함시킨 거죠.

하루를 꼬박 이 목록을 솎아내고 정리하는 데 썼습니다. 처음에는 친구삭제 버튼을 선뜻 누르기 어려웠습니다. 또 친구 아닌 친구를 지워 내려가다 너무 열심히 걸러내느라 제가 실은 좋아하고 계속 친하게 지내고 싶은 사람을 지우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다시 친구신청을 누르면 그 친구가 제가 무슨 일을 했는지 알게 될 테니 그렇게 하지도 못하고 난감했죠.

그러나 한 번 일을 시작하자, 마치 봄맞이 대청소라도 하는 기분이었습니다. 곤도 마리에가 말한 정리의 기쁨이 바로 이런 것일까 싶기도 했죠. 제게 즐거움이나 기쁨, 설렘을 주지 않는 이름은 친구 목록에서 하나하나 지워 내려갔습니다.

몇 년 동안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는 친구를 목록에서 지웠고, 정말 놀랍게도 분명 친구이긴 한데, 누군지 도무지 기억해낼 수 없는 사람도 제법 있었습니다. 그런 사람들도 당연히 삭제했습니다.

트위터에서 교류가 없던 사람들도 모두 언팔했습니다. 심지어 링크드인에서도 몇몇 인맥을 정리했습니다. (링크드인은 개인적인 친분보다 구직, 이직 등에 필요한 업무상 관계에 따라 친구를 맺는 서비스인 걸 잘 알면서도 그렇게 했습니다)

그렇게 했는데도 던바 교수가 발견한 마법의 숫자 150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꽤 많이 줄일 수 있었습니다. 이제 제 페이스북 친구는 395명으로 줄었고, 트위터에서 제가 팔로잉하는 계정은 397개가 됐습니다.

그러고 나서 제 소셜미디어 앱을 열고 뉴스피드에 올라오는 것들을 찬찬히 살펴봤습니다. 페이스북에 보이는 글부터 달라졌습니다. 누가 쓴 글이건 좋아요를 누른 글이건 공유한 정치 기사나 의견이건 제가 실제로 잘 아는 친구들이 올린 글 위주가 되고 나니 훨씬 나았습니다.

트위터 타임라인도 훨씬 흥미로운 이야기로 채워졌죠. 친구의 규모가 줄어들고 나니 오히려 이제 그 친구들과 더 이야기를 나누고 안부도 주고받고 싶어졌습니다.

현실을 표방하는 게 소셜미디어의 트렌드!

최근 들어 현실적인 인간관계나 실제 친구 사이를 더 실감할 수 있도록 한 몇몇 소셜미디어 서비스가 인기를 끌었습니다.

가령 스냅챗은 실제 친구들과 소규모 그룹부터 챙길 수 있도록 서비스를 새로 단장했습니다. 원래 스냅챗은 올리는 사진, 포스팅마다 누구나 다 볼 수 있는 공개형 소셜미디어였는데, 중요한 기본 환경에 변화를 준 셈입니다. 일부 이용자들의 불만을 고려해 서비스에 반영한 것입니다. 스냅챗 대변인은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하루에 보통 20~30명과 말을 섞습니다. 스냅챗에도 바로 이 점을 반영한 겁니다.”

던바 교수는 어떤 글이나 사진을 공개적인 장소에 올리는 것과, 이를 진짜 친구에게만 보여주고 들려주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린다고 친구 수백 명과의 관계가 알아서 관리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조금의 주의를 끌 뿐이죠.

이렇게 하는 건 어떨까요? 어떤 종류의 친구든 많이 남겨둬도 괜찮은 소셜미디어를 하나만 정해서, 거기서는 수많은 사람과 피상적이고 얕은 관계라도 계속 유지하는 겁니다. 저는 그런 서비스로 인스타그램을 택했습니다. 딱히 특별한 이유는 없었지만, 그저 안 하는 사람이 없는 것 같고 무언가를 찾기도 굉장히 쉽고 편리하게 돼 있으니까요.

쓸데없는 얘기는 자연스럽게 걸러집니다. ⓒMBC

그리고 나머지 소셜미디어나 문자 메시지는 당신이 정말 챙겨주고 싶은, 신경 쓰는, 좋아하는, 진짜 친구들하고만 쓰는 겁니다.

글 올릴 때마다 좋아요를 눌러주는 친구 숫자가 확 줄어들 겁니다. 한참 있다가 타임라인을 열어봤는데도 아까 봤던 글밖에 없을지도 모릅니다. 허전하고 외로울 겁니다. 하지만 제가 겪어봤더니, 그게 오히려 좋은 일이었습니다.

나아가 글이든 사진이든 내 이야기를 올리고 싶은 마음도 더 커졌습니다. 진짜 하고 싶은 얘기만 골라서 들어줬으면 하는 친구들이 먼저 볼 수 있는 공간에 게시할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기껏 뭐라고 써봤자 제대로 읽어주는 사람도 없을 것 같던 공허함이 사라졌습니다.

수많은 친구 아닌 친구를 잃었지만, 이제 정말 챙겨주고 싶은 친구들만 남았습니다. 마치 다시 관계를 시작할 때처럼 반갑더군요.

원문보기 : (월스트리트저널, David Pier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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