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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을 ‘빨갱이’로 조작하는 방법

  • 입력 2018.02.28 10:39
  • 기자명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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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타도어: 근거 없는 이야기로 상대편을 중상모략하거나 그 내부를 교란하기 위한 흑색선전(黑色宣傳)의 의미로 정치권에서 널리 쓰이는 말

북한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방남 이후 소셜미디어에서는 한 장의 사진이 돌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군청색 양복을 입은 한 남성이 김 부위원장과 인사하기 위해 고개를 숙이며 악수하는 사진이었습니다.

그런데 김 부위원장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한 사람이 문재인 대통령이라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이 사진을 공유하면서 문 대통령에 대한 색깔론을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김 부위원장에게 깍듯이 인사를 했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일부 사람들은 “문재인 대통령 아무래도 수상함”이라는 글부터 “이럴 바에야 차라리 문재인이 아니라 김영철을 대통령이라 하는 게 낫겠다”라는 비아냥이 섞인 내용이 올라왔습니다.

극우성향의 웹툰 작가로 알려진 윤서인 씨도 의견을 보탰습니다. 그는 페이스북에 “시사만화 그리기 시작한 이래 가장 분노하면서 그린 컷”이라는 글과 함께 미디어펜에 본인이 직접 연재하는 만화 한 컷을 공유했습니다.

만화는 앞서 설명한 사진을 만화로 표현한 뒤 배경으로 천안함 사건으로 희생된 장병을 그려 넣었습니다. 여기에 윤씨는 만화 하단에 “고개라도 좀 숙이지 않았으면”이라는 코멘트를 달았습니다.

만화 속에선 고개를 숙여 인사한 인물이 문 대통령이라고 정확히 표현하진 않았습니다만 소셜미디어에서 퍼지는 괴담을 만나 김 부위원장에게 깍듯이 인사하는 인물이 문 대통령이라고 기정사실화돼가고 있는 모습입니다.

일부 사람들은 이를 보고 “비굴한 행동이다”, “빨갱이다”, “문재인을 탄핵해야 한다” 등의 댓글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김 부위원장과 인사를 한 인물은 문재인 대통령이 아니라 김 부위원장이 묵는 호텔 측 관계자였습니다. 전형적인 ‘마타도어’, ’가짜뉴스’인 셈입니다.

색깔론은 극우 보수의 유일한 무기

문 대통령을 ‘빨갱이’라고 칭하며 북한과 내통하며 비굴한 외교 정책을 펼친다는 주장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 2016년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문재인 북한 내통’ 주장에 대한 문재인 전 의원의 반박 ⓒ페이스북 캡처

2016년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문재인 전 의원이 ‘북한과 내통했다’고 공격했습니다. 이 대표는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발간한 회고록 일부를 발췌해 지난 2007년 11월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당시 노무현 정부가 북한의 의견을 물은 뒤 기권했고 그 과정에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전 의원이 개입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문재인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대단한 모욕이다. 당대표란 분이 금도도 없이”라며 “내통이라면 새누리당이 전문 아닌가. 앞으로 비난하면서 등 뒤로 뒷거래, 북풍, 총풍, 선거만 다가오면 북풍과 색깔론에 매달릴 뿐 남북관계에 철학이 없는 사람들”이라 반발했습니다. 또한, 그는 과거 북풍 사건을 벌인 새누리당을 비판하면서 “이제 좀 다른 정치 합시다”라고 말을 보탰습니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의 회의록을 직접 구입해 읽어봤다며 “그런데 책에도 나와 있지만 북한의 의견을 확인해보자고 한 것은 이미 우리가 기권으로 결정을 내린 이후의 일입니다. 북한이 기권하라고 해서 기권한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라며 새누리당을 향해 “제대로 정독을 좀 하세요”라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선거 이기기 위해 김정일 만난 박근혜

▲ 2002년 박근혜 의원은 방북 이후 대선주자로 급부상했다.

일부 보수 인사들은 권력 쟁취를 위한 도구로 북한·안보 등의 이슈를 활용해왔습니다. 안보를 최우선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그 안보에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북한은 필요할 때만 이용했습니다.

2001년 대선 경선 참가를 선언했던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은 2002년 갑작스레 한나라당을 탈당합니다. 이회창 총재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박 의원은 이회창 대세론에 밀려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 승산이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2002년 5월 11일 박 의원은 김정일이 제공한 특별기를 타고 북한에 방문합니다. 극진한 대접을 받은 박 의원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단독 회담을 하기도 합니다. 당시 회담 현장엔 박 의원, 김 위원장, 속기사만 배석했습니다. 때문에 당시 두 사람 사이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었습니다. 둘의 대화는 지금도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돌아온 박 의원은 3일 뒤인 5월 14일 한국미래연합 창당 대회를 엽니다. 탈당 후 신당 창당을 준비할 때만 해도 별로 눈길을 끌지 못했던 박 의원이었지만, 방북 이후 쏟아진 관심과 주목 속에서 화려하게 이회창과 승부를 겨루는 대선주자로 급부상합니다.

주사파 정권이라며 공격하는 이유는 선거 때문

▲ 2월 24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 부근에서 자유한국당 소속 장제원, 김무성, 김성태 의원 등이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방한 철회 농성을 벌이던 중 식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정권이 명실상부한 친북 주사파 정권이 아니고서야 대통령이 김영철을 얼싸안고 맞아들인다는 것은 결코 5천만 우리 국민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아두시길 바란다. 제아무리 주사파가 득세한 청와대라고 하더라도 이 나라는 주사파의 나라가 아니라 언제나 자유대한민국 국민의 나라라는 것을 잊지 말아 주시길 바란다.”

-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김정은의 남남갈등, 한미 간 책동에 부화뇌동하는 친북 주사파 정권의 최종목표는 결국은 연방제 통일인가요? 반미 자주를 외칠 것이 아니라 한미 동맹으로 나라의 안보를 지키고 경제적인 압박에도 벗어나야 할 때인데 주사파들의 철 지난 친북정책으로 나라가 혼돈으로 가고 있습니다.”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자유한국당과 일부 보수 인사가 문재인 정권을 주사파 정권이라고 몰아가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곧 다가올 6.13 지방선거 때문입니다.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설 연휴 전 63%에서 68%로 반등했습니다. 현재 민주당 지지도는 48%까지 올랐습니다. 이에 반해 자유한국당의 지지도는 11%에 불과합니다. 이대로 가면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참패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자유한국당에 남은 반등 전략은 ‘평양 올림픽’, ‘빨갱이’, ‘주사파 정권’이라는 색깔론뿐입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이제 국민들은 철 지난 색깔론에 동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는 마타도어, 흑색선전, 가짜 뉴스를 신봉하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을 ‘빨갱이’라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언제쯤이면 이들이 진실을 알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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