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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피해자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다'는 솔비

  • 입력 2018.02.07 18:20
  • 수정 2018.02.09 14:02
  • 기자명 버락킴너의길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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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라디오스타

'엉뚱하다' 혹은 '거침없다'

솔비(권지안)에 대한 이미지는 이 정도였다. 2006년 혼성그룹 ‘타이푼’으로 데뷔했던 준수한 보컬이라는 사실은 다수의 버라이어티에 출연하면서 보여준 모습들로 서서히 지워졌다.

솔직히 말하면 선입견도 있었다. 예능에서 보여주는 솔직한 모습들은 때로는 과감했고 어떤 날은 민망하기도 했다. 그의 캐릭터를 잘 드러내주는 ‘여자 김구라, 여자 김종민’이라는 별명이 붙었고, 어느새 대중들은 그를 비호감 연예인으로 분류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솔비는 소비돼 갔다.

대중들의 부정적 시선과 온갖 저급한 악성루머 등이 솔비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급기야 우울증까지 찾아와 상당한 기간 괴로움에 빠져 있었다고 한다. 그 이후인 2014년 에세이 ‘누가 뭐라고 해도 나답게’를 썼고, 어쿠스틱 앨범을 내며 솔로로 복귀했다. 2015년에는 MBC <무한도전> ‘바보 전쟁:순수의 시대’에 출연해 다시 건강한 매력으로 시청자들과 만났다. 솔비는 자신은 예전 그대로인데 세상이 달라졌다고 말하지만, 내면적으로 성숙한 그도 달라진 게 분명했다.

ⓒ솔비 인스타그램

"그림을 그리면 내가 누군가를 이해시키지 않아도 된다. 자유롭게 나를 표현할 수 있다. 나와 그림만 아는 암호라고 할까."

괴롭기만 했던 그 시간을 넋 놓은 채 무기력하게 보냈다면, 지금의 당당한 ‘로마 공주’ 솔비는 없었을지 모른다. 힘겨웠던 공백 기간과 건강한 복귀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무너져 내렸던 그를 일으켜 세웠던 건 무엇일까.

첫 번째는 ‘미술’이었던 모양이다. 솔비는 방송을 쉬는 동안 우울증 치료를 위해 그림을 배웠는데 그 과정을 통해 내면의 안정을 되찾았다고 한다. 게다가 그의 예술성은 나름 인정받았고 솔비는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개인전을 열기까지 했다.

지난 2017년 8월 16일, 서울옥션블루의 온라인 경매에서 솔비의 작품 ‘메이즈’가 1,300만 원에 판매돼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 그림을 그린 당사자로서 놀라고 기쁘긴 했겠지만, 그에게 ‘가격’ 그 자체가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진 않다. tvN <문제적 남자>에 출연한 솔비는 "사람들이 파는 가격에 대해 집중하는데, 내게 그림이란 가장 힘든 시기에 만난 것으로 그림으로 얻은 수입은 기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M.A.P Crew

자연스럽게 두 번째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나눔은 바이러스와 같다. 조용히 나눌 수 있지만 더 많이 알리고, 함께 하자고 독려하면 좋은 기운을 널리 퍼뜨릴 수 있다."

첫 번째가 미술이었다면, 두 번째는 기부와 선행, 봉사와 같은 ‘나눔’의 가치였다. 미술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얻었다면, 나눔은 그렇게 해서 단단해진 내면을 사람들과 공유함으로써 솔비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들까지 더욱 건강하게 만든 듯하다. 솔비는 ‘2014년 대한민국 사회공헌대상’에서 재능기부대상을 받았다. 그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따뜻한 마음을 전달해 왔던 공을 인정받은 것이다. 그리고 그 활동은 지금도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

지난 2017년 연말, 솔비는 그 누구보다 바쁜 나날을 보냈다. ‘2017 다문화아동 돕기 제5회 후원의 밤’에 참석해, 특별 공연 무대에 올랐으며 500만 원을 기부했다. 또 6년째 인연을 맺고 있는 아동센터에 선물을 들고 방문했다. 레크레이션과 공연으로 아이들에게 큰 웃음도 줬다. 내 주머니에 들어간 돈을 꺼내는 기부도 어렵지만, 사람의 따뜻한 체온이 필요한 곳을 찾아 사랑을 전하는 일도 그에 못지않다.

ⓒ M.A.P Crew

"함께 붙이는 전단지 한 장, 작은 제보 전화 하나가 실종 아동 가족들에게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직접 보고 느꼈어요."

그런가 하면 다양한 활동을 통해 사회적 인식 개선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15년부터 실종 아동 찾기 프로젝트 ‘파인드(FIND)’에 참여하면서 실종 아동 가족을 만나 소통했다. 직접 가사를 쓴 앨범 ‘파인드’를 발매하기도 했다. 세계자살예방의 날(9월 10일)에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고민 상담을 받고, 직접 답변을 다는 등 소통에 나섰다. 벌써 6년 째라고 한다. 그 밖에도 ‘손모아장갑’ 캠페인 모델로 활동하며 ‘벙어리장갑’이라는 용어가 갖고 있는 청각 언어 장애인들에 대한 인식 개선을 촉구하기도 했다.

솔비는 새해를 맞아 대한민국 사회를 향해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지난달 1일 방송된 EBS <신년특집 미래강연 Q-호모커뮤니쿠스, 빅 픽처를 그리다>에 강연자로 출연해 “불편한 주제임에도 자신과 같은 피해자들이 더 당당해질 수 있는 세상이 되기 위해" 무대에 섰다고 말했다.

"2009년에는 제가 아닌 동영상이 '솔비'라는 이름으로 확산되면서, 저의 삶을 심각하게 저의 가족까지도 실질적인 큰 피해를 보았고요. 고소를 했더니 유포한 사람들에 대한 처벌의 수위가 너무너무 낮았고. 그리고 범죄의 이유가 다.. '재미 삼아서' 행해진 것이었어요. 또는 벌금이 더 낮기 때문에 그런 일을 했다고 해서 되게 충격이었어요.

이건 비단 연예인에게만 국한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요즘 많은 이슈를 보면, 사이버에서 벌어지는 범죄가 되게 많고. 그걸 넘어서 오프라인(현실)에서도 스토킹 범죄가 엄청나게 많고. 2008년 성폭력 통계를 보니까 성폭력(강력범죄)이 스토킹으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스토킹을 당해서 그 범죄에 대한 증거를 다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벌금이... 얼만 줄 알고 계세요? 10만원 밖에 안 돼요. 저도 그 이야기를 듣고 너무 충격이었어요. 스토킹은 강력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저희가 너무 간과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래서 저는 '스토킹에 대한 보호 대책 마련'을 제안합니다."

솔비의 지적처럼 “스토킹 처벌은 벌금 10만 원에 불과”한데, 이에 대해 그는 “스토킹을 잡지 않고 큰 범죄만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큰 사건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라며 피해자 입장에서 처벌 기준을 만들어 달라고 강조했다. 그의 발언은 분명 의미 있었다.

ⓒEBS

이제는 본업인 가수(원년 멤버가 재결합한 ‘타이푼’) 활동도 시작했다. 무엇보다 한 명의 시민으로서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발언하는 모습이 많은 이들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그는 당당하고, 그래서 더욱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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