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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직업: 자유한국당 출입 기자 편 (feat. 홍준표)

  • 입력 2018.01.26 11:03
  • 기자명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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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22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신년기자회견을 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1월 22일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신년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아마 홍 대표는 화제를 모았던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을 따라 하려고 했던 모양입니다.

질문할 기자를 직접 선택하고 사전 각본 없이 자유롭게 질의하고 응답했던 모양새는 똑같았습니다. 그러나 신년기자회견장은 자유한국당 출입 기자가 얼마나 힘든 직업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습니다.

질문하라고 했더니 답변을 거부한 홍준표

“기자에게 이 질문은 하라, 저 질문은 하지 말라고 하는 것도 문제 발언이고 이전에도 ‘KNN과 SBS를 (문재인 정권에) 빼앗겼다’는 식의 발언을 해서 언론관에 대한 문제가 지적됐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 미디어오늘 기자

“이 질문에는 답하지 않겠다.”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하지만 대통령 신년기자회견과 크게 다른 점도 있었습니다. 기자의 질문에 답변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질문을 받겠다고 기자를 모아 놓고 막상 질문하니 답변을 거부한 홍 대표. 과연 이걸 기자회견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KNN도 뺏겼습니다’ 발언 영상을 보는 KNN 아나운서 ⓒKNN 화면 캡처

그렇다고 해당 질문이 답변하기 까다로운 것도 아니었습니다. 질문 기회를 얻은 미디어오늘 기자는 평소 홍 대표가 여러 차례 밝혔던 언론관에 관해 물었습니다.

지난 1월 3일 홍 대표는 MB를 만나 “좌파 정권이 들어서니 SBS도 뺏겼다. 지금 부산에 KNN밖에 없는데 KNN도 회장이 물러났다. (정권이) 아예 방송을 빼앗는다”라는 발언을 해 화제를 모은 바 있습니다.

홍 대표의 해당 발언은 기자들을 분노하게 했습니다. KNN 앵커와 아나운서는 홍 대표의 발언 영상이 나오자 어이가 없는 표정을 숨기지 못했습니다. KNN이 제작한 “KNN은 뺏긴 적이 없습니다”라는 영상은 조회 수가 70만이 넘었습니다.

“SBS라는 방송은 그거 내가 ‘모래시계’ 드라마 만들어서 키운 방송이다. 어떻게 홍준표가 키워준 방송에서 그따위 짓을 할 수 있느냔 말이다. 내 집권하면 SBS 8시 뉴스 싹 없애버리겠다.”

- 홍준표, 부산 대통령 선거 유세, 2017년 5월

“SBS 8시 뉴스 없애버리겠다고 그랬습니까?”

- 홍준표,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2017년 12월 28일

홍 대표는 작년 12월 SBS <뉴스브리핑>에 출연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주영진 앵커가 홍 대표에게 SBS 뉴스를 없애겠다는 발언에 대해 묻자 그는 오히려 “제가 SBS 8시 뉴스 없애버리겠다고 그랬습니까?”라고 반문했습니다. 이어지는 질문에 홍 대표는 결국 해당 발언에 대해 마지못해 사과했지만, 평소 홍 대표가 자신 있게 내뱉던 언론관에 대해 이미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있어 기자의 질문이 대답하기 곤란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막말을 막말이라 부르지 못하는 기자

▲ 기자의 질문에 ‘막말’이 아니라고 우기는 홍준표 대표

문화일보 기자는 신년기자회견에서 “평소에 막말 관련 논란이 많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말투를 순화할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습니다. 이에 홍 대표는 “막말한 사례를 이야기하면 대답하겠다. 내가 막말한 거 어떤 게 막말이냐?”라고 되물었습니다. 기자가 “너무 많아 가지고”라고 답변하자 홍 대표는 “또 이야기해보세요. 많아 가지고가 아니고”라고 다그쳤습니다.

연일 막말 논란이 끊이지 않는 홍 대표도 자신의 어떤 발언이 논란을 빚었는지 잘 알고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홍 대표는 답변을 피하고 되려 기자에게 뭐가 막말이냐고 다그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질문한 기자 입장에선 당황스러운 일이었을 겁니다. 이런 모습에선 질문하는 기자에게 “가짜 뉴스(fake news)”라고 소리치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모습이 연상되기도 했습니다.

“얼마 전 조국 수석에 ‘조국인지 타국인지, 사법시험에 못 붙은 한’이라고 말했는데 조국 수석은 사법시험에 응시한 적이 없다. 이것은 팩트가 아니지 않나” - 더팩트 기자

“사법 시험 응시했다고 말한 게 아니라 그냥 통과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건 팩트 문제가 아니지 않나”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이쯤 되니 홍 대표 담당 기자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소속이 어디야? 이제부터 질문 하지"

▲ 오마이뉴스 기자가 소속을 밝히고 질문하자 홍준표 대표는 “오마이뉴스가 우리 당에 출입하나?”라고 반문했다. ⓒJTBC 화면 캡처

“’평양 올림픽’이라는 발언과 관련해 나경원 의원이 같은 말을 했고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의식이 일본 극우 정치인 발언과 같다는 지적이 나온다.” - 오마이뉴스 기자

“오마이뉴스도 우리 당 출입하느냐?”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홍 대표의 반문처럼 오마이뉴스가 자유한국당에 우호적인 언론사는 아닙니다. 그렇다고 기자에게 대놓고 ‘우리 당에 출입하느냐’고 묻는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이날 기자들은 유독 자유한국당 당직자로부터 “소속이 어디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합니다. 자유로운 기자회견을 표방했지만, 결국 자유한국당 입장에서 대하기 쉬운 언론만 상대하려 했던 것일까요?

또한, 홍 대표는 한국경제 기자의 대구시장 직접 출마와 관련 질문에 “직접 출마는 없다”라고 답한 뒤 “더 이상 언론에서는 방금 이 기자가 질문한 것 하지 마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반말과 폭언을 듣는 기자들

▲ 세계일보 기자가 질문하자 홍준표 대표는 “주머니에 손 좀 빼고”라고 말했다. ⓒJTBC 화면 캡처

세계일보 기자가 질문하자 홍준표 대표는 “주머니에서 손은 빼라”고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질문하는 기자도 예의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만, 평소 기자에게 반말을 예사로 하는 홍 대표가 ‘상호 예의’를 논하는 것이 우스운 게 사실입니다.

<2011년 전당대회 자금 의혹 관련 기자 질문>

기자 “이영수에게 돈을 받은 사실이 있나요?”

홍준표 “그런 걸 왜 물어, 너 진짜 맞는 수가 있어. (민주당이) 내 이름 말했어?”

기자 “야당에서 실명을 거론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홍준표 “너 나에게 이러기야? 내가 그런 사람이야? 버릇없이 말이야.”

2011년 저축은행의 불법자금이 한나라당 전당대회의 선거비용으로 쓰였다는 의혹이 불거졌을 때입니다. 기자가 자금 의혹을 대해 묻자 홍 대표는 “맞는 수가 있다”, “버릇없이 말이야”라며 반말과 함께 폭언을 쏟아낸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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