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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기자가 본 문재인·박근혜의 신년 기자회견

  • 입력 2018.01.11 14:27
  • 기자명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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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서 눈길을 끈 외신기자 3인방. 왼쪽부터 조주희 ABC 서울 지국장, 로라 비커 BBC 서울특파원, 안나 파이필드 워싱턴포스트 도쿄 지국장

1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미리 질문을 정하지 않고 질문자도 대통령이 직접 선택하는 방식이라 시작부터 많은 관심이 쏟아졌습니다.

언론 개혁이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들은 과연 청와대 출입 기자가 어떤 질문을 할지 주목했습니다. 많은 질문이 오갔지만, 이번 신년 기자회견에서 특히 눈에 띄는 기자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조주희 ABC 서울 지국장, 로라 비커 BBC 서울특파원, 안나 파이필드 워싱턴포스트 도쿄 지국장 등 외신기자였습니다. (이하 호칭은 기자로 통일)

그들은 외신기자답게 대북 정책, 한미관계 등 국제정세와 관련된 질문을 했습니다. 안나 파이필드 기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남북 회담 성사에 자신의 공이 있다. 최적의 압박과 제재를 보였기에 그 효과가 나왔다고 했다”며 “트럼프의 공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라고 질문했습니다.

기자회견장은 한바탕 웃음바다가 됐습니다. 하지만 결코 가벼운 질문은 아니었습니다. 실제 대북 제재의 효과와 남북 회담의 성사 배경, 한민 관계 등이 모두 포함됐기 때문입니다.

외신기자가 본 문재인·박근혜의 신년 기자회견

▲ 안나 파이필드 워싱턴포스트 기자가 트위터에 올린 신년 기자회견 관련 트윗

안나 파이필드 기자는 ‘기자회견이 75분이 넘게 이어지다니 놀랍다’는 트윗을 실시간으로 올리기도 했습니다. 안나 파이필드 기자는 ‘조선, 동아, KBS 등 크고 오래된 언론이 아닌 지방에 있는 소규모 매체까지 질문하고 있다’며 이번 기자회견이 메이저 언론 중심이 돌아가지 않는다고 감탄했습니다.

또한, 그는 ‘사전에 질문을 정해 놓지도 않았고 모든 기자에게 열린 기자회견이다’라며 심지어 이번 기자회견을 미국 백악관의 기자회견보다 낫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파이필드 기자는 박근혜 정부 시절 자신은 아예 기자회견 참석 명단에서 제외됐다며 청와대 공식 트위터 계정에 항의성 질문을 던진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왜 박근혜 대통령(@GH_PARK)의 오늘 기자회견 명단에 제외됐는지 설명해주시겠습니까? 워싱턴포스트(@washingtonpost) 독자들은 신경쓰지 않는 건가요?”

(“Can you explain why I was excluded from @GH_PARK’s press conference today? Don’t you care about @washingtonpost readers?”)

- 안나 파이필드, 2016년 1월 13일

당시 제임스 피어슨 로이터통신 한국 특파원은 안나 파이필드 기자의 트윗에 ‘승인받은 질문을 하고 보고 읽는 연출된 이벤트에 만족할 수 있겠느냐’라고 답글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이에 피아필드 기자는 ‘연극을(연출된 기자회견) 볼 기회가 적다는 자체도 문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트위터로 신년 기자회견을 중계한 외신기자들

▲ 조주희·로라 비커 기자는 마치 기자회견장을 생중계하듯 트위터에 신년 기자회견 관련 트윗을 올렸다.

외신기자들은 신년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회견장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나 현장 분위기를 트위터에 실시간으로 알렸습니다. 로라 비커 BBC 기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어떤 답을 했는지 알리는 트윗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조주희 ABC 기자는 남북 회담과 관련 뉴스 브리핑 영상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큰 역할을 했다’는 문 대통령의 답변이 추가된 기사를 트위터에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청와대 출입 기자들이 단순히 기사 작성으로 신년 기자회견을 전하는 모습과 비교하면 외신기자들의 현장 중계는 생생한 현장감이 담겨 있었습니다.

문 대통령은 “수시 브리핑을 할 용의가 있느냐”는 마지막 질문에 “국민과의 소통에서 기자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대통령 임기 시작 후 줄곧 강조했던 소통의 정신이 묻어나는 답변이었습니다.

옥에 티? 논란도 있었다

많은 국민 관심을 받았던 신년 기자회견이었지만, 논란도 있었습니다. 질문 기회를 얻은 박정엽 조선비즈 기자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는 기사에 격한 표현이 담긴 댓글이 많이 달린다”라며 “지지자에게 전할 말씀이 있나. 그래야 편하게 기사를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물어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에서 나보다 악플이나 문자, 트위터를 통한 비난을 많이 당한 정치인은 없을 것이라 본다”라며 “유권자인 국민의 의사표시라고 받아들인다. 기자들도 담담하게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 예민할 필요는 없지 않겠나”라고 답변했습니다.

▲ 박정엽 조선비즈 기자가 신년 기자회견 직후에 올린 기사 ⓒ조선일보 화면 캡처

박 기자는 답변이 만족스럽지 않았는지 ‘문대통령에 ‘과격댓글’ 질문 박정엽기자에게 쏟아진 건..’이라는 기사를 통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질문 이후 자신에게 많은 악플과 비난이 쏟아졌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어떤 질문을 할지는 분명 기자의 자유입니다. 신년 기자회견을 좋게 평가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취재 뒷 이야기’ 등의 기사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쏟아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의 소통과 토론’을 지적하며 자신에게 쏟아지는 댓글을 사례로 삼은 기사는 공감을 얻기는 어렵습니다.

이번 신년 기자회견에서 외신기자가 돋보였던 이유는 특별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앞세우기보단 매체의 독자들이 궁금해할 정보들을 캐치해 질문하고 기사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현장을 신속하게 전달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기자라면 그래야 하는 게 당연하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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