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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브와 윰댕이 보여준 BJ계 치킨게임

  • 입력 2017.12.15 10:55
  • 수정 2017.12.15 14:01
  • 기자명 20time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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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게임, 어디서 많이 들어본 용어다.

정치학뿐만이 아니다. 경제, 사회 심지어 스포츠에서도 적용된다. 명칭은 1950년대 미국의 젊은이들로부터 유래했다. 두 사람이 충돌을 불사하며 서로를 향해 차를 몰고 돌진한다. 여기서 먼저 핸들을 돌린 사람이 겁쟁이, 즉 'chicken'이 되는 것이다. 물론 둘 다 핸들을 돌리지 않는다면 모두 죽게 된다.

BOOM!

과거 미국과 소련의 냉전 체제에서 쿠바에 핵무기를 설치하던 소련을 인지한 미국이 쿠바를 포위해 핵전쟁 직전까지 갔으나, 결국 소련이 백기를 든 사례나 2010년 반도체 경쟁에서 삼성전자가 막대한 현금 보유력으로 반도체의 가격을 계속 내려 미국 마이크론과 일본 엘피다가 백기를 든 사례가 대표적인 치킨 게임 예시이다.

최근 한국의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 업계에서도 이 치킨 게임의 이론은 통한다. 아프리카TV나 트위치, 유튜브까지 가세한 MCN 시장을 이끌어 가는 BJ들의 이야기이다. 바야흐로 BJ들의 전성시대다. 기존에는 방송사에서 송출되는 콘텐츠만 접하던 시청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분야의 방송, 원하는 사람의 방송을 마음만 먹으면 볼 수 있게 된 지 오래다.

유튜브의 인기 있는 BJ는 심심치 않게 40만, 50만의 조회 수를 기록한다. 이들은 마치 연예인과 같아서 학생들은 학교에서 어제 본 TV 프로그램 대신 이들의 방송을 이야기하고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은 많은 주목을 받는다.

논란의 BJ철구

인기가 좋은 만큼 개인 방송은 돈이 된다.

아프리카TV 공개 자료에 의하면 2017년 상반기 순수 별풍선 환전액만 계산해도, 가장 수익이 컸던 BJ샐리는 6개월간 5억 5184만 4926원을 벌어들였다. 광고 배너와 유튜브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제외한 순수 별풍선 환전 금액만 약 5억을 번 것이다.

웬만한 직장인이 10년도 넘는 세월을 일해야 하는 벌어들일 수 있는 금액이다. 별풍선이 터지면 BJ들은 환호한다. 더 열심히 하겠다고, 더 재미있는 방송으로 보답하겠다고 이야기한다. 아프리카TV나 유튜브에는 지천에 그들의 경쟁자가 존재한다. 더 많은 구독자, 더 많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경쟁자보다 더 재밌는 방송을 제공해야만 한다. 그래서 더 자극적인 콘텐츠를 만들어낸다.

이게 다 별 받으려고...

기존 방송에서는 용인될 수 없는 것들이 그곳에서는 가능하다. 그래서 그들은 간장으로 샤워를 하고 요구르트를 50개씩 먹는다. 차 바퀴에 자신의 다리를 집어넣는다. 욕설과 고함을 쉴 새 없이 내뱉고 장애인을 비하하며 폭행을 한다. 경쟁적으로 짧은 치마를 입고 가슴골을 더 보이며 침대에 누워 시청자들을 향해 속삭인다. 그렇게 그들의 치킨 게임이 시작된다.

지난 10일, 김이브와 윰댕의 갈등은 제한적인 콘텐츠로 방송을 하는 BJ들의 갈등이 결국 폭발한 예시다. 윰댕은 또 다른 BJ인 꽃빈과 함께 방송하는 채널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들의 절친으로 알려진 김이브가 참여하지 않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가진 시청자들은 지속적으로 또 다른 BJ 양띵에게 물었다.

김이브가 같이 방송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자, 시청자들은 윰댕에게 책임이 있는 것으로 오해했고 결국 윰댕은 방송에서 이를 해명해야 했다. 그 와중에 김이브가 과거 윰댕에게 한 발언과 행동이 공개되면서 김이브는 역풍을 맞았고, 갈등은 더 극단적으로 치달았다.

김이브와 윰댕.

여성 BJ이며, 많은 구독자를 가지고 있고, 10년 가까이 방송을 진행했다는 공통점. 그들에게는 겹치는 점도 많았다. 하지만 개인방송 시장은 언제나 한정돼 있다. 두 사람이 공유하는 시청자는 두 방송을 한꺼번에 보지 않는다. 둘 중 하나, 선택해야만 한다.

윰댕이 말했듯 공통점이 겹치는 만큼 그들은 분명히 서로에게 경쟁적인 관계였다. 절친한 사이였지만 그들 역시 각자의 차를 타고 서로를 향해 지난 10여 년간 아주 천천히 달려오고 있었다.

남녀노소 모두가 지켜보는 치킨게임

경쟁적으로 만들어 내는 자극적 콘텐츠는 여과 없이 대중에게 노출된다. 그렇게 막장으로 흘러간 콘텐츠는 어린 학생들에게 스며든다. 유튜브에서 원하는 영상을 검색하다 보면 가끔 초, 중학생들이 누군가에게 욕설하고 간장을 뿌리며 몰래카메라를 찍는 영상들이 보인다. 옳고 그름의 올바른 가치관이 성립되지 않은 청소년들은 단지 그것이 웃기고 재미있다는 이유로 용인되지 못할 행동을 따라 한다.

아프리카TV 속 흔한 풍경.

영화 <이유 없는 반항>에서는 한 여자를 놓고 경쟁하는 두 남자의 치킨 게임이 펼쳐진다. 그들은 절벽까지 차를 내달린다. 눈에 힘을 잔뜩 주고 자신이 승리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으며 말이다. 한 명은 중간에 달리는 차의 핸들을 돌리지만 다른 하나는 결국 절벽 밑으로 차와 함께 굴러떨어진다. 떨어지고 나면 후회해도 늦는다. 그리고 두 번 다시 기회도 없다.

더 큰 돈, 더 큰 인기를 노리는 BJ 중 일부는 그렇게 핸들을 붙잡고 분노의 질주를 한다. 표현의 자유와 쌍방향 소통을 위시한 1인 미디어는 지난 몇 년간부터 지금까지 큰 인기를 누리는 중이다. 그러나 고삐가 풀려 버린 자극적인 콘텐츠는 이미 지나치게 과열됐다. 중개 수익을 얻는 매체의 솜방망이 징계나 모호한 규정은 이를 부채질한다. 지난 몇 번의 인터넷 BJ에 대한 사건과 사고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파국으로 서서히 수렴하는 그들의 치킨게임은 아직 진행 중이다. 그리고, 이 처절한 누가 막기 전까지는 끊임없이 계속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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