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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노리는 ‘헌팅방송 BJ’들과 싸우는 강남 상인들

  • 입력 2017.12.01 17:12
  • 수정 2017.12.18 14:40
  • 기자명 한예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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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 노리는 헌팅방송성행, 온라인 성희롱 등 추가 위험도

홍대나 강남 등 번화가에선 종종 길 가는 여성을 붙잡고헌팅방송을 찍는 남성 BJ들을 볼 수 있다. 대부분 사전 동의를 구하지 않은 실시간 방송이다. 붙잡힌 여성들은 방송을 거부해도 자신의 얼굴이 유튜브, 아프리카TV 등 인터넷 채널에 퍼지는 걸 막을 수가 없다.

BJ들은미인 찾기같은 제목을 붙여 여성들의 얼굴을 찍어 방송으로 내보낸다. “같이 술을 먹자며 신체 접촉을 시도하기도 하고 학교, 주소, 전화번호 등의 신상정보를 캐물어 공개하기도 한다. BJ와 시청자들이 예쁘다고 생각하거나, 노출이 있는 옷을 입고 있거나, 술에 취해있는 여성들이 주로 표적이 된다.

유튜브 캡처, 조선일보 제공

일단 여성의 얼굴이 방송을 타면, 시청자들에 의해 외모 품평 등온라인 성희롱이 이루어지는 것도 순식간이다. 때로는 범죄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여성의 주소나 현 위치가 공개되면 일부 시청자들은만나러 가겠다는 등의 댓글을 단다. BJ와 시청자들은 그것을 장난스런 콘텐츠로 여기지만 여성의 입장에선 협박에 가깝다.

더군다나 그게 실제 범죄와 이어질 수도 있다. 지난 7월에 논란이 됐던왁싱샵 여성 살인사건같은 경우다. 당시 피해 여성은 인터넷 방송을 통해 얼굴, 주소 등 신상정보가 공개됐고 유튜브 등에서 수많은 온라인 성희롱에 시달리다가 거주지를 직접 찾아온 남성 시청자에게 살해당했다. 해당 방송은 헌팅 방송은 아니었지만 인터넷 방송을 통해 신상이 공개된 여성이 어떤 위험에 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큰 논란을 불러왔다.

지난 7월 왁싱샵 여성 살해 사건은 인터넷 방송 내 '여혐' 논란을 불러왔다. ⓒ아프리카TV 여혐살인 공론화 시위 카페

헌팅방송 두려운 여성들, “강남역 다신 안 간다

얼굴이나 때로는 신체 일부까지 동의 없이 촬영, 유포하는 헌팅방송은 기본적으로 범죄다. 더군다나 온라인 성희롱 등 추가 범죄의 가능성까지 다분하다. 때문에 여성들에게 헌팅방송 BJ는 기피의 대상이다. 관련 BJ가 자주 출몰하는 지역이나, 본인이 BJ에게 촬영 당했던 경험이 있는 지역은 일부러 멀리하기도 한다.

최근엔 서울의 손꼽히는 번화가 강남이 그렇다. 지난 11 30일 동아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강남역 주변 상권엔 헌팅방송 BJ들이 수시로 출몰하여 젊은 여성 고객들이 그 일대를 기피하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멀쩡히 장사하던 상인들에겐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긴 꼴이다.

ⓒ아프리카TV 캡처, 동아일보 제공

동아일보의 취재에 응한 상인들에 따르면 주말 밤 많게는 20명 정도의 BJ가 강남 번화가에서 헌팅방송을 촬영하며, 몇몇 BJ들은 가게 안으로 들어와 여성 고객들에게 추태를 부리기까지 한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 단골이었던 여성 고객들이다신 (강남역에) 안 오겠다며 나가버리기도 했다는 것.

결국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상인들은 고객을 지키기 위해 BJ와 싸우기로 했다. 강남 상인회 차원에서 ‘BJ 개인방송 금지령을 내린 것이다. 상인회 사람들은 거리를 지켜보다가 여성을 따라다니는 BJ를 보면 직접 그들을 제지하고, 악명 높은 BJ들의 경우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감시하기도 한다. 상권에 피해를 입히는 BJ에게는 민사소송을 내겠다고 대응한다.

도 넘은 인터넷 방송 콘텐츠, 어떻게 막을까

상인들의 이 같은 조처는 물론 법적인 근거나 효력을 가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BJ들을 몰아내려는 상인회의 움직임은 상권에 피해를 입힐 정도로 성행 중인 헌팅방송콘텐츠에 대한 고민을 화두로 던진다.

헌팅방송과 같은 BJ들의 (특히 여성에 대한) 불법적인 콘텐츠 제작 및 유포는 올해에도 이미 여러 번 문제제기된 사안이지만, 방송 플랫폼이나 경찰도 이에 대해 딱히 효과적인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기습적인 촬영을 막기도 힘들뿐더러 피해자는 BJ가 누군지 모르니 사법처리 또한 원활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프리카TV는 불법 촬영으로 신고된 BJ에게 경고 조치를 취하고 경고가 누적될 시 퇴출하는 정책을 마련해 놓고 있지만, 다수 이용자가 남성이고 관련한 문제의식도 잘 형성되지 않은 플랫폼 환경에서 여성을 이용한 자극적인 방송을 통해 수익을 얻으려는 BJ들을 하나하나 통제하고 있지는 못하다.

실제로 지난 8월 조선일보의 관련 보도에서 한 BJ"인터넷 방송 시청자의 70%를 차지하는 남성 시청자를 끌어모으려고 여성을 이용한 자극적인 장면을 경쟁적으로 만들어 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플랫폼의 환경이 바뀌지 않는 이상 문제적인 콘텐츠는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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