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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운전사>의 세 가지 관람 포인트

  • 입력 2017.08.04 18:21
  • 수정 2017.08.06 14:22
  • 기자명 영화 읽어주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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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극장가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덩케르크>, 류승완의 <군함도> 등 쟁쟁한 라인업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두 영화는 큰 스케일을 자랑하고, 비슷한 시간대의 역사와 관련된 영화라는 점에서 닮았죠. 그리고 여기, 과거를 뜨겁게 기록한 또 한편의 영화가 관객과 만나기 위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영화까지 가세한다면, 올 여름 극장가는 더 치열할 것 같네요. 오늘 미리 읽어볼 영화는 장훈 감독의 <택시운전사>입니다. 영읽남이 준비한 영화의 세 가지 관람포인트, 지금 시작합니다.

ⓒ<택시운전사>

외부인의 시점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의 광주를 담았습니다. 그날의 시간, 광주민주화운동을 담은 작품들은 많이 있었습니다. 맨부커상으로 유명한 한각 작가는 『소년이 온다』를 통해 그날을 기록했고, 어린 동호의 시점에서 본 그날은 너무도 참혹했죠. 영화에서도 그날을 담았습니다. 김지훈 감독은 <화려한 휴가>로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담았고, 이는 그날을 담은 영화 중 가장 많은 관객인 680만 명의 관객과 만났습니다. 이후 <26년> 등의 영화가 있었지만, 만족스럽지는 못했죠.

이번에 개봉하는 <택시운전사>는 앞의 두 작품과 달리 광주민주화운동을 외부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영화입니다. 언론을 통해 광주를 본 게 전부였던 서울의 택시 기사 김만섭, 그리고 타국에서 상황을 듣고 취재를 온 독일 기자 위르겐 한츠피터가 역사적인 그날의 목격자로 등장하죠.

이 두 외부인은 혼란스러웠던 광주로 들어가 그곳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직접 보고, 경악하고, 분노하며 광주 시민들과 유대감을 형성합니다. 그들이 그날의 광주에서 목격한 것은 무엇일까요. 광주 밖으로 나왔어야만 하는 진실은 무엇이었을까요.

기사(Driver)와 기사(Article)

<택시운전사>에는 '기사'라는 동음이의어가 등장합니다. 우선, 김만복의 직업인 택시 기사라는 단어로 등장하죠. 이때 기사는 손님을 목적지까지 모시는 사람을 뜻합니다. 그리고 기자가 스는 기사라는 단어로도 등장하죠. 이때 기사는 언론인의 의무이며, 진실을 담은 글이라는 의미입니다. <택시운전사>는 이 동음이의어들이 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묻고, 대답하는 영화로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재미있게도 이 두 단어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 직업은 손님을 목적지까지 옮기고, 하나의 글은 진실을 옮기죠. 두 단어 모두 무엇인가를 옮긴다는 유사한 관계가 있습니다. <택시운전사>에서 기사가 무엇을 옮겨야 하는지, 그리고 이 두 '기사'가 어떤 관계를 가지는지를 살펴보는 건 꽤 흥미로운 관람이 될 것입니다.

송강호의 얼굴

<택시운전사> 최고의 매력은 누가 뭐래도 송강호의 얼굴입니다. 한국의 대배우를 통해 그날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건 관객, 그리고 역사에 있어 큰 위안이 되죠. 영화 속 김만섭은 사회 운동을 부정적으로 보고, 광주의 진실에도 관심 없던 사회 구성원입니다. 그리고 가정을 지키기 위해 돈이 되는 일은 무조건 해야 하는 소시민이기도 하죠.

<택시운전사>는 이런 소시민이 광주를 목격하고, 무언가를 느끼면서 책임지는 시민으로 성장하는 영화입니다. 송강호는 소시민이 비범한 인물로 변화하는 모습을 너무도 공감되게 연기했죠.

민주 시민으로 진실에 다가가고, 폭압에 저항하며 성장하는 송강호의 모습은 자연스레 <변호인>의 송우석을 떠올리게 합니다. 1980년대라는 유사한 시간, 그리고 역시나 시민을 억압하던 폭압적인 권력이 판을치던 비정상의 시대를 송강호의 얼굴로 담았다는 것까지 <택시운전사>는 <변호인>과 유사한 것을 공유하고 있죠.

송강호의 얼굴은 비범한 사람이 대단한 일을 하는 모습이 아닌, 평범한 소시민의 거대한 용기를 보여주기에 특별하고, 관객을 몰입시킵니다. 언젠가 우리는 이 폭력의 시대를 송강호의 얼굴로 기억하지 않을까요. 그가 맡은 소시민 캐릭터들은 비범한 역사의 변호인이 되어가고 있네요.

네, 여기가지가 영읽남이 준비한 <택시운전사>의 세 가지 관람 포인트였습니다. 올여름 극장가는 다양한 역사적 순간들을 다루고 있고, <덩케르크>, <군함도>, <택시운전사> 모두 '귀환'이라는 목표가 중심에 있습니다. 어떤 영화가 가장 흥행할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이 세 편의 영화 모두 재미있다는 겁니다. 이 영화들과 즐거운 여름 보내시면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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