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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에 아이 보내면 안될까요? 회사가야 해서..."

  • 입력 2017.04.28 11:49
  • 수정 2017.04.28 12:22
  • 기자명 BIG H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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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시간, 시간이 없어 머리도 말리지 못한 채 아이를 맡기기 위해 어린이집으로 간다. ⓒ남편

출산휴가가 끝나고 육아휴직에 돌입했다. 나는 작은 비영리단체에 다니는데 시민운동이라는 것이 대체 인력을 투입하기에 어려운 부분이 많다. 휴직 기간 내 업무를 대체할 사람이 없어서 급한 업무만 우는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발로 밀어가며 했다. 우는 아이를 재우고 일하고, 달래고 일하는 일상이 반복됐다.

당연히 업무효율은 최악이었다. 애를 보는 것도 아니고 일을 하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시간이 계속해서 이어지자 심신이 지쳤다. ‘차라리 출근하자’고 외치며 2달간의 육아휴직을 종료하기로 선언했다.

출근을 결심하자 아파트 단지에 ‘0세아 전용 어린이집’이라는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첫째 아이에 이어 둘째 아이까지 친정엄마에게 맡기기엔 죄스러웠다. 그래서 현수막을 보자마자 입학 상담을 했다.

'종일반' 보내기 정말 힘들다...

어린이집 상담 후 둘째 아이를 오전 8시 30분에 맡기고 오후 8시에 데려오기로 했다. 필요하면 토요일에도 아이를 맡길 수 있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들었다. 아이와 선생님이 적응할 필요가 있으니 출근 2주 전부터는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어린이집에 적응훈련을 보내기로 했다. 아이가 둘이어서 둘째 아이가 종일반이 되지 않을 것 같으니 주민센터에 가서 잘 알아보고 종일반으로 등록하라는 소리도 들었다.

다음 날 주민센터에 가서 알아보니 첫째 아이가 종일반에 다니기 때문에 둘째 아이가 종일반 등록을 할 수 없다고 했다. 출산 휴가 및 육아휴직 기간에 내가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 둘 다 종일반 등록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내가 일을 쉬는 동안 첫째 아이가 종일반으로 어린이집을 다닐 수 있었던 것은 둘째 아이를 돌봐야 하므로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방법은 하나, 맞벌이라는 것이 증명되면 오늘이라도 둘 다 종일반을 보낼 수 있다고 했다. 출근 날짜는 정해져 있고 어린이집에서는 종일반으로 등록하라고 했으니 난감했다. 종일반 등록을 해달라고 했던 어린이집 선생님의 말씀 때문에 출근 직전 열흘 동안 종일반 등록을 포기할 수도 없었다.

다른 방법이 없는지 주민센터 담당자와 한참을 대화했지만,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육아휴직 급여 열흘 치를 포기했다. 어린이집 적응 기간을 위해 나는 서류상으로 정식 출근보다 열흘 일찍 출근한 것이 됐다.

이제 100일이 갓 지난 둘째를 어린이집에 맡긴다 하니 이번에는 어린아이가 불쌍하다는 친척들의 비난이 들렸다. ‘아이는 엄마가 봐야 하는데…’라는 이야기를 첫째 때부터 꾸준히 3년간 듣고 있다. 내가 일을 하면 아이들이 불쌍한 존재가 되어 버린다. 그 죄책감 지수는 첫째 때의 10배에 달했다.

죄책감이라는 단어로 몸부림치다 보니 복직하는 날이 됐다. 준비는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둘째를 어린이집에 보내기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됐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때부터 더 심한 눈치 보기가 시작됐다.

정시에 아이 맡기는 게 눈치 보이는 일인가요?

입학 상담 당시 8시 30분에 아이를 데려다주기로 했다. 그래서 8시 30분에 갔더니 ‘아이가 일찍 왔네요?’라는 소리를 들었다. 원래 약속한 시각에 갔는데 일찍 왔다 하니 내가 뭔가 잘못하나 싶었다. 아이를 맡기며 오늘부터는 출근하기 때문에 오후 8시에 아이를 데리러 올 수 있다 했더니 아직 어린데 그렇게 늦게 오냐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이가 어려서 걱정해서 하는 말이겠지 하면서도 어린이집에 눈치가 보였다.

점심시간에 친정엄마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친정엄마가 첫째는 업고 둘째는 유모차에 태워서 오후 6시 30분에 대신 하원을 시켰다. 친정엄마에게 또 미안해졌다.

하루는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변을 못 봤다 하여 유산균을 챙겨 보냈다. 하루에 2~3포 먹었다 했더니 많이 먹는다는 답이 왔다. 권장량대로 먹이고 있는데 많이 먹는다는 답변이 오니 또 별생각이 다 들었다. 분유 타줄 때 유산균 넣기 귀찮다는 뜻인가 하여 괜히 눈치가 보였다. 어린이집 선생님의 한 마디에 이렇게 불안하고 초조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큰 뜻이 없는 이야기일 텐데 괜히 예민하게 구는 것 같았다.

출근하는 날엔 아침에 아이를 맡기려니 머리를 말릴 시간도 없어 머리카락에 물이 뚝뚝 흐른 채로 아이를 안고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아침마다 어깨가 물로 흠뻑 젖어 있었다. 결국, 감기에 걸렸다. 아이에게 감기를 옮길까 전전긍긍했다. 머리도 못 말리고 출근한 나 자신이 또 원망스러웠다.

아이만 데려오면 끝? 집안일은 이제 시작이다

퇴근하고 아이만 데려오면 끝? 본격적인 집안일은 이제 시작이다. ⓒ나

일하는 도중에도 퇴근하면 곧장 아이를 찾아와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그런데 아이를 찾아온다고 모든 것이 해결된 건 아니다. 그때부터 집안일이 시작된다. 아이를 씻기고 먹이고 재워야 한다. 아이가 잠든 후에는 아이 옷을 빨고 널고 개고 젖병을 소독해야 한다. 밤중 수유도 이어져서 24시간 쉴 시간이 없다.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올 6월까지 주 2회 출근 주 3회 재택근무를 하는데도 불구하고 출근하는 날은 정말 도망가고 싶을 정도로 전쟁 같았다.

남편에게 돌아오는 내 생일에 혼자 1박 2일로 동해 여행을 갈 테니 아이를 봐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했다. 운전도 못 하는데 혼자 보낼 수 없다는 이유였다. 그렇게 3일 잘 버티다가도 4일째 되면 혼자 떠나고 싶고 다시 3일 잘 버티다가도 4일째가 되면 아이 울음소리 없는 푹신한 침대에서 온종일 잠만 자고 싶었다.

그런 상태로 날마다 꾸역꾸역 버티고 있는데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생겼다. 토요일 출근일정이 잡힌 것이다. 첫째가 둘째만 안으면 울고불고 난리가 나서 친정엄마가 아이를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어린이집 기회를 반드시 써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토요일에 우리 아이 좀 봐주세요"

아침에 아이를 맡기면서 어린이집 선생님께 '토요일에 아이를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당연히 된다고 생각했는데 '어렵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토요일에 아이를 돌볼 선생님이 부족하다고 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한 번 알아봐 주겠다 했다.

그 날, 어린이집을 다녀온 아이의 가방에는 5월 1일 노동절 등원 수요조사 종이가 있었다. ‘맙소사, 출근해야 하는데 이를 어쩌나!’ 노동절보다는 토요일 등원이 더 급했다. 두 날 모두 맡길 순 없을 테니 토요일에 아이를 맡아줄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노동절은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재택근무를 하기로 했다. 남편은 사무실에 아이를 데려가서 일하자고 했지만 이제 막 4개월이 된 아이를 데리고 회사를 갈 순 없었다.

토요일 등원만 손꼽으며 종이에 노동절에 아이를 집에서 맡겠다는 서명했다. 그렇게 3일이 지났을까. 어린이집 선생님 메시지가 도착했다. ‘아이가 너무 어려서 토요일에 맡아줄 수 없으니 양해해달라’

징검다리 연휴? 워킹맘에겐 아찔한 휴가

ⓒ직썰

과거, 친정엄마에게 첫째만 맡길 땐 엄마 눈치만 보면 됐는데 이제는 둘째 때문에 어린이집 선생님의 눈치까지 본다. 아이가 둘 이상 되는 맞벌이 가정들은 그간 이 험난한 육아를 어떻게 헤쳐 나갔는지 모르겠다.

달력의 5월 징검다리 연휴를 보니 아찔하다. 그래도 2일, 4일에 어린이집이 휴원하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내가 일을 하면 할수록 죄책감이 드는 건 언제까지 계속될까. ‘아이들이 불쌍하다’는 소리는 또 언제까지 들어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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