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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서른셋 똥쟁이의 이야기.txt

  • 입력 2017.02.21 10:42
  • 기자명 임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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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쳐! 똥렐루야!!

형은 항상 결론부터 말하는 불치병을 앓고 있지

미궁장사랑 먹어라.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걍 먹어라. 두 번 먹어라. 세 번 먹어라. 뭔데 이걸 추천하냐고? 지금부터 그 이유를 가르쳐 주겠다. 만약 단 한 번이라도 똥 때문에 인생 퇴갤 각을 느껴봤다면 정독을 권하는 바이다.

똥은 싸고 다니냐?

나는 똥쟁이다. 언제 어디서 신호가 올지 몰라 항상 가방에 일반 휴지와 물티슈, 그리고 여분의 속옷을 챙기고 다닌다는 그 똥쟁이다. 무려 33년을 그렇게 살아 왔다. 거두절미하고, 똥쟁이로서의 삶이 어떤지 내 인생의 암흑과도 같은 똥피소드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해 보길 바란다.

때는 1997년. 내가 초등학교 6학년일 때다. 수업시간에 똥을 쌌다. 아마 국어시간이었지 싶다. 전조증상이고 뭐고 없었다. 솔직히 쌌다기보단 그냥 나왔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다. 졸라 당황스러웠다. 무슨 뿌지직하는 소리도 안 났다. 이건 무슨 내 의견 따위 묻지도 않고 똥이랑 항문이랑 서로 협상해서, ‘나 지금 나갈 건데 가능?’, ‘ㅇㅇ 가능. 짐 나오셈 ㄱㄱ’ 이런 것만 같았다. 화장실? 그딴 거 생각도 안 났다. 넘나 당황스러워서 어버버버하고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냄새는 순식간에 퍼졌다. 옆에 앉은 짝궁이 젤 먼저 이 사실을 알아차렸다. 어케 알았냐면, 그때 짝궁이 날 보면서 ‘어머 웬일이야 씨발’이라고 해서 알았다. 아무리 그래도 초등학생인데 씨발이라니, 옆자리에 앉은 친구가 갑자기 똥을 지리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욕이었다.

“너 설마 똥쌌니?”

교실은 난장판이 됐다. 배를 뒤집어 까고 웃는 애들은 당연하고, 날 혐오스러운 동물 보듯 쳐다보며 손가락질하는 애들, 심지어 지들이 싼 것도 아니건만 구석에서 대성통곡을 하는 놈들도 있었다. 그 와중에 선생님은 어찌할 바를 몰라 발을 동동구르고 있고, 나는 항문을 통해 쉴새 없이 새로운 똥을 생산해 내고 있었다. 정말이지 똥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그 뒤로 난 친구 같은 거 없다…

이후 나는 늘 혼자 지내야 했다. (ㅅㅂ;;) 중학교에 올라가면 좀 달라질 거라는 희망을 품었지만, 착각이었다. 초등학생 때 열린 똥구멍은 중학생이 되니 더욱 오픈마인드로 진화했다. 그렇게 똥과 항문의 돈독한 전우애 때문에 정작 한창 친구들과 노닥거릴 시기의 나님은 친구 하나 없이 외로이 보내야 했다.

솔직히 첫 페스티발(?) 이후의 학창시절은 지옥과도 따로 없는 기억이라 떠올리고 싶지도 않다. 마려웠고, 쌌고, 가끔 흘리는 그런 일상의 반복이었다. 그래도 나름 이것도 적응이 되더라. 몇 가지 원칙만 잘 지키면 크게 실수하는 일은 안 생겼다. 대략 요런 기준이었다.

1) 방귀가 마려우면 무조건 화장실 변기에 앉아 뀔 것. 가스 내보내다가 내 인간으로서의 존엄도 함께 내보낼 수 있었다.

2) 소변이 마려우면 무조건 화장실 변기에 앉아 쌀 것. 내 요도랑 항문은 일반인들과 다르게 FTA를 맺어 놓아서리 괜히 서서 오줌 쌌다가 대소변 종합선물세트가 배출되는 난감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참고로 난 남자다.)

3) 화장실이 확보된 곳이 아닌 데선 어떠한 음식도 섭취하지 말 것. 이게 젤 중요하다. 일반인들은 이 고충을 절대 모를 거다. 난 ‘안전한 곳’ 이외의 곳에서 먹는 음식이 음식으로 안 보인다. 그것은 미래의 똥이자 잠재적으로 내 삶과 인간으로서의 안위를 위협하는 주적에 불과한 것이다.

이 외에도 무수하게 많지만, 대충 정리하자면 이 정도다. 근데 사실 이 기준은 그냥 ‘일상용’이고 ‘사회용’은 따로 있다. 이건 훨씬 더 복잡한데 가령, 특정 자리에서 뭔가 빵 터지는 이야기가 나올 것 같다 하면 조금이라도 빨리 자리를 피하는 게 상책이다. 빵 터지는 이야기 가만히 듣고 앉았다가 항문도 같이 빵~ 하고 터질 수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장님 아재개그 받아준답시고 물개박수 치며 깔깔대다가 조용히 화장실 가서 팬티 손세탁한 적 있다. 세 번 있다.

암튼 그렇다. 지난 내 삶을 반추해 보면 내 인생은 똥으로 시작해 똥으로 끝난다. 나라는 인간은 임종 직전에도 혹시 몰라 화장실서 똥을 싸 두고 유언을 남길지 모를 일이다.

뭐.. 일반인들이 얼마나 공감할진 모르겠다. 그냥 쉽게 생각해서 이런 경험을 떠 올려 보면 된다. 가만히 서 있기도 버거운 출근길의 지옥철. 몸 속 깊은 곳에서부터 아나콘다 한 마리가 생명의 또아리를 틀며 승천을 위한 몸부림을 하고 있는데, 하필 지하철이 앞 차와의 간격 유지를 위해 5분간 대기 중일 때. 그것은 마치 쥐꼬리만 한 월급으로 삶을 근근이 이어가는 우리네 인생과 같이 앞이 캄캄하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순간이 하루에 열댓 번도 넘게 다가오는 것. 그 정도라도 생각하면 되겠다.

뭐라도 좀 해 보지 그랬어?!

생각해 보자. 나라고 왜 이렇게 살고 싶겠나. 레알 양방이고 한방이고 안 해 본 게 없다. 동서고금 통틀어 효험 있다는 민간요법도 다 해 봤다. 나름 효과 본 게 없진 않았으나 일시적일 뿐 내 마음 속 아나콘다를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이들이 나와 같은 헛발질을 하지 않길 바라며 그간의 짧은 기록을 남겨 본다.

1. 변기에 올라 앉은 자세로 싸기

실제로 젤 많이 추천 받은 방법이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민간요법 중 가장 괜찮은 방법이기도 하다. 나 역시 어느 정도 효과를 봤는데, 채 일주일도 하지 못하고 포기해야 했다. 사실 내 아나콘다의 문제는 ‘안 나와서’가 문제라기보다 ‘나와야 할 때 안 나오다가 나오면 안 될 때 미친듯이 터져나오는’ 것이 문제기 때문에 그닥 의미는 없었다.

그래도 굉장히 중요한 자리에 참석해야 할 때, 어케든 집이나 회사에서 싸고 나가야 할 때 나름 요긴하게 사용하긴 했다. 물론, 이것도 가끔이지 맨날 이렇게 앉아서 싸다 보면 항문에 압력이 많이 가서 원숭이 똥구멍처럼 탱탱 불어터지게 된다. 그 통증이 어느 정도냐면, 팬티결에 잘못 스치기만 해도 눈앞에 번개가 번쩍이며 돌아가신 증조할아버지가 포르쉐 풀옵션 타고 나타나 ‘나는 우리 집안에 이런 똥쟁이 둔 적 없다!!’며 불호령을 내리는 수준? 아무튼 아주 가끔 절박할 때만 쓰길 권한다.

2. 요가하기

좋은 방법이긴 한데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한두 번 해선 효과를 못 보고 몇 달 혹은 몇 년 단위로 길~게 해야 하는데, 이게 생각보다 개빡세다. 가장 큰 문제는 당연히 돈이다. 물론, 장 건강 외에도 몸이 늘씬해지고 전반적으로 건강해지는 거에 비하면 그닥 비싼 돈은 아니겠으나, 나 같이 똥이나 잘 싸려고 하는 사람에겐 그런 것 따위 전혀 중요치 않으니 비싸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근데 이게 돈만 해결되면 되느냐, 하면 또 그게 아니다. 요가를 하려면 기본적으로 하루에 몇 시간씩 꾸준히 시간을 내서 해야 하는데(아니면 주말이라도), 칼퇴는커녕 12시 전엔 집에 들어갈 수 있을까 고민하는 우리 같은 자본주의 노예들에겐 꿈만 같은 일이다. 요약하자면, 좋은 방법이긴 하나 애초에 시도해 보기가 넘나 어려운 것. 그래서 나도 한 달 하고 포기한 것.

3. 유산균 복용하기

이건 내가 레알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일반인이라면 시도해 볼 만하다. 아마 괜찮지 싶다. 근데 나 같은 장 트러블 메이커 똥쟁이면 먹지 마라. 효과 없다. 없는 건 둘째치고 변이 더 묽어져서 대형사고의 위험도 있다.

4. 물 마시기

이거라도 해 보자고 하루에 2리터씩 꾸준히 마셔봤는데, 생각해 보니 내가 똥쟁이인 게 물을 적게 마셔서 그런 건 아닐 거잖아…?

5. 고기 안 먹기

이것도 마찬가지다. 한 일주일 정도 육류를 끊어 봤는데, 썩 괜찮은 방법이 아니란 생각이 들어 중도 포기했다. 왜냐면 어렸을 적에 우리 집이 찢어지게 가난한 관계로 고기를 못 먹고 자랐는데 그때도 똥은 잘만 지려댔거든.

그래서 결론이 뭐냐고?

그렇게 하루하루 절망적인 날을 보낸 지 어언 33년.. 나는 비로소 그분을 영접하고 말았다. 이름만 들어도 눈물이 앞을 가려 차마 부르지 못할 것 같은 존귀하신 그 이름… 미궁장사랑!!

참고로 이걸 추천해 준 사람은 우리 엄마였는데, 우리 엄니는 대한민국 1등 변비 대장이다. 혹시 어머니가 119에 실려가는 걸 본 적이 있는가. 나는 열 번도 더 봤다. 무려 한 달 동안 똥을 못 싸면 그렇게 된다. 최첨단 하이테크놀로지 의료기기로 똥을 빨아들이는 것 말고는 답이 없을 정도의 수준인 것. 그런 어머니가 미궁장사랑을 먹고 어마무시한 경험을 했다며 내게 강력히 추천을 하니 도무지 먹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절실한 개신교 신자인 울 어머니.. 미궁장사랑 먹고 난 다음부터 꿈 속에 예수님이 종종 출몰(?)하신다고 한다.)

그렇게 오래 먹지도 않았다. 2주 정도 된 듯한데 정말이지 이건 기적의 미라클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하루 종일 뱃속에 가스가 가득해 입맛도 없고 똥배는 남산만큼 불러오고, 행여 업무 차 미팅이라도 갈라치면 전전긍긍 불안함의 연속이었는데 이젠 그딴 걱정 안 해도 된다. 변이 쌓이면 쌓이는 족족 내 의지대로 쌀 수 있으니 불쾌함도 없고 무엇보다 핵폭탄급 급똥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똥의 퀄리티도 압도적으로 개선됐는데, 예전엔 화장실 변기에 눌러 붙어 한 30분~40분 억지로 힘주어 싸 봐야 토끼똥 네다섯 덩이가 전부였으나 요즘은 황금빛 구렁이똥 한 덩이로 깔끔하게 처리한다. 어머니가 꿈 속에서 만난 예수님이 어떤 형상인지 짐작할 수 없으나 나에겐 저 구렁이똥 한 덩이 한 덩이가 예수다. 오 지쟈스. 이런 신세계를 접하게 해 준 미궁장사랑에 갓블래스유.

아나콘다야, 안녕? 우리 초면이지?

매일 아침, 나는 아나콘다 한 마리를 배출하는 걸로 하루를 시작한다. 시간도 겁나 정확하다. 아침 7시 40분이다. 생각건대 장이 건강하면 똥도 그 사람의 바이오리듬에 최적화된 타이밍에 배출되는 게 아닐까 싶다. 이거슨 마치 예전엔 내 똥이 아웃소싱 프리랜서로 불안정하게 활동해 오다 이제 정식으로 근로계약서 쓰고 정규직 자리에 안착한 느낌인 것.

암튼 그렇게 한 덩이를 싸고 시작하니 이제 일상 생활에서 두려울 게 없다. 물론, 어릴 적 트라우마 때문에 아직도 가방에 휴지랑 물티슈랑 여분의 속옷을 챙기고 다니긴 하지만 그래도 이전과는 비교 불가다. 아침마다 가방에 있는 팬티를 새 속옷으로 바꾸는데, 그때마다 어찌 그렇게 웃음이 나는지.

미궁장사랑을 먹은 지 2주 차. 이제 대표님 이하 임원분들의 개썰렁 아재개그에 화려한 리액션까지 섞어 가며 원 없이 웃어 재낀다. 지릴 일이 없으니까! 길 가다가 속이 더부룩하고 가스가 찼을 때도 마찬가지, 주변에 사람만 없다면 자신 있게 방구를 뀐다. 지릴 일이 없으니까!! 장시간 양반다리하고 앉아 있다가 일어날 때 조심스럽게 슬금슬금 일어나지 않아도 된다. 아무리 괄약근을 자극해도 지릴 일이 없으니까!!! 생각만 해도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긴 말 안 한다. 똥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본 적 있는가? 당장 미궁장사랑 드셔 보시라. 똥을 쌀 때마다 흡사 몸에서 내 장기 하나가 불쑥 빠져나가는 듯한 쾌변의 쾌감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도 이제 좀 사람답게 똥 싸 보자!

(미궁장사랑 바로가기)


* 이 콘텐츠는 미궁장사랑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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