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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5% 대통령'이 저토록 당당할 수 있는 이유

  • 입력 2016.11.18 11:24
  • 수정 2016.11.18 11:42
  • 기자명 오주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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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대통령 하야는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는 '대통령의 버티기'로 난관에 봉착했다. 특검도 무력화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불소추특권(헌법상 내란, 외환의 죄 외에는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아니하도록 헌법상 명시)을 활용해서 방어에 나선다면 강제 수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버티기'에 들어간 대통령이 꺼낸 세 가지 카드

'버티기 모드'에 돌입한 청와대가 세 가지 카드를 꺼내 들었다. 깜짝 놀랄 만큼 공세적이다.

먼저 직접 국정을 챙기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보였다. 지난 16일 안총기 외교부 2차관을 임명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과 접촉하기 위해 조태용 국가안보실 1차장 및 정부 고위실무대표단을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다음 주에는 국무회의 주재까지 검토한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대통령 업무에 정상 복귀한 것이다.

수세에서 공세로 태도를 바꿨다. 정면 돌파가 가능한 의혹들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대처해나가는 '선별적 공세'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지난 16일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언론을 향한 겁박도 주저하지 않았다. “사회 혼란을 부추기는 무분별한 의혹 제기를 자제해 달라"고 언급하며 “모든 법적 대응을 강구할 방침”이라며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

국면 전환 카드도 꺼내 들었다. 지난 16일 박 대통령은 김현웅 법무부 장관에게 '엘시티 비리 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엄단을 지시했다. 일상적인 지시가 아니다. '수사 역량을 총동원하라'는 당부가 담긴 '특별 지시'다. 게다가 청와대는 이번 지시는 '야권의 정치 공세에 따른 조처'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국민의 시선을 돌리려는 물타기이자, 국정의 고삐를 틀어쥐려는 노림 수다.

지난 16일 박 대통령은 "엘시티 비리사건에 대해 가능한 수사 역량을 총동원해 신속, 철저하게 수사하고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규명해 연루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단할 것"을 지시했다. ⓒ연합TV

이는 촛불민심을 외면하는 처사이기도 하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업무를 처리하고, 국민 앞에서는 '죄인'인데도 오히려 공세적 자세로 나온다. 검찰은 박 대통령을 ‘최순실 국정 농단 의혹의 중심’이라며 이번 주까지 검찰 조사를 받으라는 최후의 통첩을 보냈지만, 박 대통령은 이를 거부했다. 그러면서도 검찰에 엘시티 사건의 '엄정수사'를 지시했다. 국민의 반발은 대수롭지 않다는 태도다.

청와대와 친박계의 '믿는 구석'

믿는 구석이 있다는 얘기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선언'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박 대통령이 공세적 태도로 치고 나온 16일, 이정현 대표는 "박 대통령의 5% 지지율은 일시적인 상황일 뿐 얼마든지 회복될 수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것이 과연 가능할까?

그간 언론에 발표된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두 가지 현상이 두드러진다. 첫째, 여당은 하향 곡선을, 야당은 상승 추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무응답층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당지지율을 보자. 지난 11월 둘째 주 한국갤럽 조사에서 새누리당 지지율은 17%였다. K스포츠 재단 인사에 최순실이 직접 개입했다는 의혹이 보도되기 직전인 9월 둘째 주만 해도 새누리당 지지율은 34%였다.

그렇다면 이탈한 17%는 어디로 갔을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최근 지지율은 각각 31%와 13%이다. 9월 둘째 주와 비교하면 각각 7%와 2% 상승한 수치다. 새누리당을 이탈한 지지층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한 모양새다.

반면 '지지정당 없음/의견유보층’은 32%로 '국정 농단 게이트' 이전보다 7% 상승했다. 새누리당을 이탈한 지지층의 65% 정도가 야당 지지로 돌아섰을 뿐, 남은 35%는 무당층으로 남아있다는 얘기다. 현재 무당층으로 빠져 있는 새누리당 지지층이 다시 새누리당으로 돌아간다면 지지율은 20%대 중반까지 상승하게 된다.

촛불을 얕보는 이유

새누리당 지지율이 상승할 수 있는 요인은 또 있다. 야당 지지로 선회한 새누리당 지지자들은 보수성향을 띤 유권자들이다. 마음에 드는 보수정당이 나타난다면 언제든 야당을 떠날 가능성이 있다.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추이도 청와대의 태도 변화에 영향을 준 요인 중 하나다. '국정 농단 게이트'가 불거지자 친박계가 밀고 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지지율은 10%대 중반까지 추락했다. 반면 야권 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5% 정도의 지지율을 얻으며 1위로 부상했다.

하지만 지난 12일 100만 촛불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지지율은 상승 추세를 이어 가지 못하고 있다. 반면 반기문 지지율은 다시 상승세다. 촛불민심이 문재인 지지율을 더는 끌어올리지 못할 거라는 판단의 근거다. 더 많은 '촛불'이 모인다고 해도 이 숫자는 이미 문재인 지지율에 포함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청와대가 촛불을 얕보는 이유 중 하나다.

친박계는 ‘버티기’를 더욱 강화하는 분위기다. 이 상태에서 새누리당 지지율은 회복 국면에, 야권 대선후보의 지지율은 정체 국면에 놓이거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귀국이나 응집력 높은 보수 인물의 등장이 현실화되면 상황은 반전될 수도 있다.

그래서 청와대와 친박계가 ‘시간 끌기’에 매달리는 것이다. 청와대에서는 탄핵을 일종의 정권 안전판으로 판단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대통령 탄핵심판은 국회의결부터 헌법재판소의 최종 심판까지 최장 6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임기가 끝난 후 탄핵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는 얘기다.

때문에 새누리당이 오히려 국면의 장기화 수단으로 탄핵을 먼저 발의할 가능성도 있다. 만약 탄핵안이 발의된다면 야당으로서는 반대할 명분이 없다. 그러면 광화문 광장의 촛불 대오에 ‘박근혜 탄핵 반대’라는 피켓이 등장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촛불은 다시 타오른다

시간을 끄는 동안 새누리당은 분장에 열 올릴 것이다. 새 옷을 입고 말투와 목소리를 바꾸고, 화장도 진하게 하고 성형수술을 해서라도 '새로운 보수'의 면모를 갖추려고 할 것이다. 게다가 검찰은 여전히 박근혜라는 '범죄 혐의자'의 수중에 있다. '국정농단 게이트'의 핵심이 그대로 묻힐지도 모를 일이다.

박 대통령과 친박계는 '야당-언론-검찰'의 힘이 '대통령 권력'을 절대 넘지 못할 거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광장의 촛불은 방어 가능하다는 판단을 한 모양이다. 동절기에 접어든다. '촛불'에는 악재다. 게다가 탄핵안이 발의된다면 촛불이 더 커질 명분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시민의 힘'이다. 엉망이 된 나라를 바로잡는 것은 이제 '촛불'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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