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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이 장애인들을 내쫓았다고?

  • 입력 2016.11.04 19:10
  • 수정 2016.11.05 05:24
  • 기자명 임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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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31일, 성남시의 장애인콜택시 요금인상안에 반대하기 위해 이재명 성남시장실을 기습 방문했다 성남시 공무원 직원들에 의해 끌려나오고 있는 이형숙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 ⓒBeMinor

이재명이 장애인들을 내쫓았다고? 거 레알 나쁜놈 아니냐?

지난 10월 31일, 비마이너에서 “이재명 시장, 장애인콜택시 요금 인상 반대 장애인들 쫓아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성남시가 장애인콜택시 요금을 대폭 인상하기로 했는데, 이에 항의하기 위해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기습 방문하였으나 이재명 시장이 이들을 매몰차게 쫓아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기사는 이재명 시장이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고’, ‘경찰에 고발할 것이라며 강경한 태도로 일관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기사가 보도되고 난 뒤 ‘인권변호사 출신이란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며 이재명 성남시장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졌는데요, 이 시장도 SNS를 통해 ‘아무리 사회적 약자라 하더라도 허위사실을 유포하하고 사실을 왜곡해선 안 된다’며 맞섰습니다. 실제로 이재명 성남시장은 오후 2시께 방문한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당일 저녁 9시 40분까지 협상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이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요?

1. 요금을 얼마나 올렸길래~?

일단 이번에 성남시 장애인콜택시 비용이 얼마나 올랐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기본요금(10km 이내)이 1,200원에서 1,500원으로 올랐고, 초과요금이 5km당 100원에서 144m당 50원으로 올랐습니다. 쉽게 예를 들어 성남시에서 여의도성모병원으로 이동할 경우 기존에는 1,600원만 내면 됐는데 이제 8,750원을 내야 하죠. 일반택시보다야 적은 비용이지만, 그래도 확실히 많이 올랐죠? 그런데 이재명 시장은 왜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요?

2. 사건의 발단: 2014년, 성남시가 장애인콜택시 비용을 낮췄다!

때는 바야흐로 2014년 10월, 모라토리엄 졸업을 선언한 지 10개월 차에 접어든 성남시는 ‘장애인콜택시 비용을 대폭 인하하겠다’고 밝힙니다. 또 성남시 경계 10km까지만 운행하던 운영 지역을 경기, 서울, 인천 등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죠. 심야, 시외 운행에 따른 20% 할증 요금도 폐지했습니다. 성남시에 거주하는 장애인 관련 단체들은 요금 인하안에 쌍수 들고 환영했습니다. 기존보다 더 먼 거리를, 훨씬 저렴하게 다닐 수 있었으니까요.

* (기존안) 시외 할증료 20%는 제외하고 계산한 수치

어마어마하죠? 이뿐만이 아닙니다. 성남시 장애인콜택시는 기존엔 ‘병원 진료나 치료 목적’으로만 관외 이용이 가능했는데, 당시 요금을 인하하며 이 조건마저 폐지했습니다. 목적을 불문하고 장애인들이 가고 싶다면 어디든 갈 수 있게 한 것이죠. 칭찬받을 일인데요, 한편으론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당연히’ 조정되어야 할 정책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요금이 내려가자 성남시에 거주하는 장애인들이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는 게 오히려 불편해졌다고 하기 시작한 겁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3. 요금이 내려가자 ‘관외 이용자’가 급증했다

성남시에서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성남시의 장애인콜택시 비용이 타 지역보다 한참 저렴해지니 다른 지자체 거주자들까지 성남시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기 시작한 것이죠. 그에 따라 성남시에 거주하는 장애인들은 콜택시 대기시간이 길어지거나 아예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 것이고요.

* 경기도 31개 시·군 중 장애인콜택시를 24시간(평일 및 주말) 운영하는 곳은 성남시를 포함한 12곳뿐임

참, 여기서 추가로 알아둬야 할 게 있습니다. 성남시는 다른 지자체와 운영 방식이 약간 다른데요, 장애인콜택시 사업을 공단·공사에서 운영하는 타 지자체와 다르게 성남시는 택시회사가 직접 운영을 합니다. 이게 무슨 차이냐, 공단·공사에서 운영할 경우 택시 기사님들이 6시가 되면 퇴근을 합니다. 오후 3시~4시 정도면 이용 가능한 택시가 훌쩍 줄어들 수밖에 없죠. 하지만 성남시는 앞서 말씀 드린 대로 택시회사에서 운영을 하기 때문에 아침 7시부터 저녁 8시 30분까지 이용 가능한 택시가 줄어들지 않고 내내 운용됩니다. 아시다시피 운수업은 근로기준법상 특례업종으로 분류돼 있습니다. 공단·공사에서 운영하는 것과 다르게 노사 간 합의를 거쳐 제한 없이 연장근로가 가능하죠.(다른 내용이긴 하나 이것도 문제가 많습니다.)

정리하자면 간단합니다. 타 지자체와 달리 성남시 장애인콜택시는 1) 관외 이용이 자유롭고 2) 가격이 매우 저렴합니다. 그래서 관외에 거주하는 장애인들의 이용 건수가 급증하게 된 것이죠. 참고로 성남시의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려면 반드시 출발지가 성남 지역이어야만 하는데요, 이 때문에 관외 거주자들이 성남시 경계 부근(주로 오리역, 정자역)으로 이동한 뒤 이곳에서 장애인콜택시를 불러 이용했다고 합니다. 이 정도의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이용할 만한 메리트가 있었다는 것이죠.

*각 해당 연도 4월~6월 기준 / 2014년은 요금이 인하되기 전 이용객 수

4. 그럼 워떡해야 하는 거시여?

성남시의 고민은 날로 깊어만 갔습니다. 요금을 그대로 유지하자니 성남시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그렇다고 관외 거주자들이 이용하지 못하게 막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이죠.

그래서 성남시 장애인 관련 단체들과 이 문제를 두고 열띤 토론을 벌입니다. 2015년 11월 24일 첫 간담회를 시작으로 2016년 1월부터 2월까지 성남시 장애인콜택시 이용자를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그리고 2016년 6월 21일 제2차 간담회까지, 대책 마련에 나섰죠.

그 결과가 바로 현재의 ‘관외 이용요금 인상’이었습니다. 앞서도 보셨죠? 다시 한 번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 인상 후에도 2014년 10월 이전에 비해 저렴하다.

* 시외 할증료 20%는 제외하고 계산한 수치

* 설문대상 : 성남시에 거주하는 장애인콜택시 이용자 2,624명

* 조사기간 : 2016년 1월 1일 ~ 2월 28일

사실 성남시 입장에서도 요금 인상은 굉장한 부담이었습니다. 성남시민인 관내 거주자들이 ‘장애인콜택시 대기시간이 지나치게 길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내놓은 차선책에 가까웠습니다. 다만, 설문조사 결과 장애인콜택시 이용객 94%가 ‘현재 가격이 저렴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일정 범위 내에서 요금을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해 볼 만하다고 판단했던 것이죠.

실제로 이번 요금 인상안은 당시 간담회에 참석한 11개 단체 중 10개 단체가 찬성할 정도로 긍정적으로 논의된 사안이었습니다. 지난 31일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성남시청 시장실에 기습 방문한 이후 성남시 장애인연합회 6개 가맹단체에서 성명서를 통해 ‘요금인상안을 시행하라’고 촉구할 정도였으니까요.

사진제공=성남시장애인연합회

5. 그럼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잘못한 거시네?!

아니, 성남시가 성남시민들과 협의하고 동의를 얻어 결정한 사안이니까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거잖아?, 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맞습니다. 그게 팩트입니다. 다만, 이 문제는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비마이너 기사를 읽으셨다면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요금 인상안 철회와 함께 ‘장애인콜택시 200% 증차’도 함께 요구했다는 걸 아실 겁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현재 성남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장애인콜택시 수가 총 42대인데 이걸 84대로 늘리라는 것입니다.

성남시에서 이번 요금인상안을 추진한 이유는 ‘관외 이용자들이 증가함에 따라 관내 이용자들의 대기시간이 길어졌기 때문’입니다. 즉, 요금을 올려서 관외 이용자들의 수요를 줄이려 하지 말고 아예 택시 수를 늘려 관내 이용자들의 대기시간을 줄이라는 게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요구인 것이죠. 쉽게 생각해 봐도 요금인상안보다는 훨씬 합리적인 방안입니다.

그러면 여기서 또 의문이 듭니다. 성남시는 왜 장애인콜택시를 증차하지 않고, 요금을 인상한 걸까요? 이걸 몰랐을까요? 물론, 그렇지 않죠. 성남시 입장에서도 이렇게 할 수만 있다면 당연히 시행했을 겁니다. 늘 그렇듯 시 예산과 그에 따른 정책시행 우선순위의 문제죠. 실제로 성남시는 이번 사안과 무관하게 이전부터 2018년까지 연차적으로 장애인콜택시를 증차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당장의 200% 증차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죠.

지금 성남시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도 이 문제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 겁니다.

6. 그럼 진짜로 워떡해야 혀?

가장 확실한 해결책은 하나입니다. 바로 법으로 강제하는 것이죠.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시행 2016. 8. 4.) 제16조 1항.

시장이나 군수는 이동에 심한 불편을 느끼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를 위하여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대수 이상의 특별교통수단을 운행하여야 한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 시행규칙(시행 2011. 6. 30.) 제5조 1항.

① 법 제16조제1항에서 "국토해양부령이 정하는 일정대수"란 「장애인복지법」 제32조에 따라 등록한 제1급 및 제2급 장애인 200명당 1대를 말한다.

보시다시피 각 시·군은 장애인콜택시를 1급 및 2급 장애인 200명당 1대만 운영해도 법률상 문제가 없게끔 규정돼 있습니다. 아마 몇몇 독자분들은 앞선 내용에서 이런 의문을 느꼈을 겁니다. ‘시민이 100만명에 달하는 도시인데 왜 장애인콜택시는 고작 42대밖에 없는 거야?’ 그게 법률상의 기준치가 이렇게 턱없이 낮아서 그렇습니다.

성남시에 거주하는 1급, 2급 장애인 수는 총 8,049명입니다.(1급 3,237명 / 2급 4,812명 / 2016. 3. 31. 기준) 이를 200으로 나눴을 때 총 40.245이니 41대만 넘으면 법정대수를 충족하게 되는 것이죠. 실제로 ‘장애인콜택시 증차’ 요구는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만이 아니라 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 사이에서 꾸준히 문제제기가 이뤄져 왔습니다. 2016년 성남시 장애인콜택시 운행대수 만족도와 관련한 설문조사에서 92.4%가 부족하다고 답변하기도 했고요.(총 2,624명 대상)

서울시를 기준으로 장애인콜택시의 평균 대기시간은 약 30분입니다. 시·군별로 들쑥날쑥하지만, 다른 지역도 평균으로 치면 비슷합니다. 하지만 이것도 운이 좋을 때 이야기입니다. 출퇴근 시간에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할 경우 2시간 넘게 기다려야 하는 일이 부지기수입니다. 콜택시를 부른 뒤 10분 이상 걸린다는 안내에 답답함을 느껴 본 비장애인들이라면 저 30분이란 수치가 얼마나 큰지 간접적으로나마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장애인콜택시 증차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해 반드시 이뤄져야 합니다. 그러려면 국토교통부의 시행규칙이 개정되어야 하고요.

그 이후도 문제입니다. 현행 시행규칙에 따라 장애인콜택시 법정대수를 충족한 경기도 시·군은 2015년 8월 기준으로 절반 수준에 그칩니다. ‘200명당 1대’조차 제대로 지키고 있지 않고 있다는 뜻이죠. 그 중에는 특별교통수단을 단 한 대도 도입하지 않은 지역도 있었습니다. 다른 광역단체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죠. 시민의 지대한 관심이 필요합니다.

7. 그럼 이제 끝?

안타깝게도 끝이 아닙니다. 한 가지가 더 남았죠. 바로 요금입니다. 장애인콜택시 요금이 아무리 일반택시에 비해 저렴하다 하더라도 교통약자에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시·군별로 다르게 책정된 요금체계도 문제입니다.

경기도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에 관한 조례(시행 2016. 5. 17.)

제20조의3(특별교통수단의 이용요금) 시⋅군에서 운영되는 특별교통수단의 이용요금은 일반시내버스 요금 수준으로 하되 해당 시장·군수가 정한 요금으로 한다.

경기도 조례에 명시돼 있듯 ‘특별교통수단의 이용요금은 일반시내버스 요금 수준으로 하되 해당 시장·군수가 정한 요금으로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말인즉, 시장 혹은 군수가 시내버스 요금 수준으로 알아서, 적당히, 잘, 책정하란 뜻입니다. 이것보다 비싸든, 적든 적당한 수준이기만 하면 문제 삼지 않겠다는 것이죠. 기준이 이렇게 애매하다 보니 경기도 31개 시·군의 장애인콜택시 이용요금은 천차만별입니다. 이런 이상한 요금체계 탓에 장애인들이 ‘비용이 조금 더 저렴한 시로 이동한 뒤 다른 지역의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는’ 상황에까지 이른 것이죠.

이상하지 않으신가요? 버스, 철도, 택시의 요금은 관련 법에 따라 일원화된 요금제가 사용되는데 유독 특별교통수단만 이용요금을 다르게 책정하게끔 방치하고 있습니다. 늦었지만, 지금에라도 교통약자의 편의 증대를 위해 지금보다 저렴한 이용요금으로 통일해야 합니다.

8. 결론

이번 사건을 매우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봤습니다. 해당 기사마다 양측 지지자들의 온갖 인신공격성 댓글이 달리기도 했죠. 이 사건의 핵심은 누가 잘했냐 잘못했냐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 사단이 무엇 때문에 일어났고, 이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아닐지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성남시는 법적으로 잘못한 게 전혀 없습니다. 시 입장에서 시민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한 것이죠.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요금인상 반대’와 ‘증차 요구’가 부당하다고 느끼기도 했을 겁니다. 정부나 경기도에 가서 항의해야 할 내용을 본인들에게 따지고 있으니까요. 여론의 뭇매를 맞으며 참 많이 억울했을 겁니다.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나마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던 성남시의 장애인콜택시마저 요금이 인상된다 하니 얼마나 막막했겠습니까. 항의의 방향이 잘못됐다? 그간 장애인 관련 단체에서 경기도 등 광역단체 들에 그리고 정부에 이 같은 요구를 안 해 왔을까요? 고작 ‘비장애인과 비슷한 수준의 이동권’을 보장해 달라는 것뿐인데, 그 요구가 수십 년째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들을 향해 ‘자신들의 잇속만 챙기려는 집단’이라는 식의 비난을 내뱉는 건 너무 지나친 게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국토교통부의 시행규칙을 개정해 장애인콜택시 법정대수를 대폭 늘려야 합니다. 이를 지키지 않는 시·군에 대한 관리감독도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또한, 경기도 조례 개정을 통해 31개 시·군의 장애인콜택시 요금을 합리적인 비용으로 통일해야 합니다. 그래야 ‘잘하고 있던’ 시·군이 욕 먹지 않습니다. 그래야 장애인 단체가 시·군에 기습 방문해 농성을 벌였다가 비난 여론에 두 번 상처입지 않습니다. 그래야 다시는 이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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