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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에서도 시위대 사망 사건이 있었다

  • 입력 2016.09.26 11:47
  • 수정 2016.09.26 11:50
  • 기자명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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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진압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면 대통령이 즉각 사과해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사인을 밝히고 그 과정에 책임져야 할 일이 나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 말은 누가 했을까요?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아닙니다. 이정현 새누리당 당 대표가 2005년 한나라당 부대변인 시절 했던 말입니다.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한나라당

ⓒ YTN

2005년 여의도에서 열린 농민대회에 참가했던 전용철, 홍덕표 농민이 시위 과정에서 사망했습니다. 당시 한나라당은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습니다.

한나라당은 공식 논평에서도 “농민의 죽음이 과잉진압과 연관이 있는지는 명확하게 규명되어야 한다”며 “당연한 사과와 보상 등 정부는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정부의 책임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빈소에 조화 보낸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 2005년 전용철 농민 빈소에 조화를 보낸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민중의소리

2005년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대통령은 고 전용철 농민 빈소에 조화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범국민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쌀 개방을 강행 날치기 후 농민들에게 사형선고 내려놓고서 이제 와서 조화를 보낸 건 병 주고 약 주는 것도 아니고 말도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관련 기사: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명의로 화환 보내와)

또 다른 범대위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고인에 대한 어떤 조문도 원치 않는다”며 “두 당은 전용철 농민 살해를 교사한 책임을 지고 있어서 당을 해체하기 전에는 조문과 관련된 모든 절차를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결국,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조화는 범대위 관계자에 의해 빈소 밖에 세워지기도 했습니다. (관련 기사: 빈소에서 쫓겨난 박 대표 조화)

대국민 사과했던 노무현 대통령

2005년 12월 27일 노무현 대통령은 청와대 춘추관에서 ‘시위 농민 사건 관련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먼저 “시위 도중에 사망한 전용철, 홍덕표 두 농민의 사망이 경찰의 과잉행위에 의한 결과라는 인권위원회 발표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 경찰의 과잉 진압 때문이었다는 인권위 발표를 대통령이 인정한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사죄 말씀을 드리고 아울러 위로 말씀을 드립니다”라며 국민과 유가족 모두에게 사과했습니다.

그리고 이어 “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라서 정부는 책임자를 가려내서 응분의 책임을 지우고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적절한 절차를 거쳐서 국가가 배상하도록 하겠습니다”라며 처벌을 약속했습니다. 대국민사과 이틀 뒤 허준영 경찰청장은 사퇴했습니다.

▲ 지난해 11월 14일 민중총궐기대회 당시 경찰이 직사한 물대포에 맞고 의식불명에 빠졌던 백남기(70) 농민이 사고 317일만인 25일 숨을 거둔 가운데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에 조문이 이어지고 있다. ⓒ 오마이뉴스

지난해 11월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졌던 백남기 농민이 317일 만에 숨졌습니다. 경찰은 백남기 농민이 위독해지자 서울대병원을 에워싸고 조문객과 시민의 통행을 막기도 했습니다.

경찰은 유가족과 시민들이 원하지 않는데도 부검을 위해 압수수색검증 영장을 신청했다가 기각당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부검 신청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관련 기사: 백남기 농민 ‘부검’ 막기 위해 모인 시민, ‘시신 탈취’ 가능성도 배제 못 해)

▲ 2016년 백남기 농민 사망 새누리당 논평과 2005년 전용철 농민 사당 당시 한나라당 논평. 2005년과 비교해 아주 짧아졌다. 그리고 불법 시위를 강조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모두 재임 기간 시위 농민 사망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노무현 대통령보다 더 과한 요구를 하지 않습니다. 그저 2005년처럼 대국민 사과와 책임자 처벌만 바랄 뿐입니다.

2005년 사망한 전용철, 홍덕표 농민이나 2016년 사망한 백남기 농민이나 똑같은 대한민국의 국민입니다. 왜 2005년은 책임자 처벌과 대통령 사과를 요구했으면서 2016년에는 아무런 처벌도 사과도 하지 않는지 이해되지 않습니다.

국민은 박근혜 대통령이 한 국민의 죽음 앞에 대통령으로서 최소한의 예의와 책임을 갖길 요구할 뿐입니다. 10년 전 한나라당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그랬듯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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