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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사나운 두 공영방송의 추태

  • 입력 2014.02.04 10:53
  • 수정 2014.02.05 14:04
  • 기자명 정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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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상식과 체통이라는 게 있다. 어른은 어른으로서의 도리를 다 해야 하며, 또 배운 사람은 배운 사람답게 처신해야 한다. 이건 개인이나 조직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요즘 KBS, MBC의 경우 그 추태가 상식과 체통의 차원을 넘어 가히 목불인견이다. 명색이 공공의 이름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라는 점에서 그 참담함이 더 크다고 하겠다.

먼저 KBS. 요즘 KBS는 수신료 인상을 위해 혈안이 돼 있다. 수신료 인상 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여러 차례 논의가 됐었으나 번번이 인상에 실패한 것은 공영방송 KBS가 ‘밥값’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게다가 이번에는 악재까지 겹쳤다. KBS 직원들의 ‘억대 연봉’이 터져 나온 탓이다.

최근 민주당 최민희 의원실이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KBS의 전체 직원 4805명(2012년 기준) 중 절반이 넘는 2738명(57%)이 연봉 1억 이상을 받는 걸로 나타났다. 이같은 사실이 보도되자 KBS는 보도자료를 내 해명한 데 이어 다시 9시 뉴스 시간에 두 꼭지를 할애해 반박하고 나섰다.
사실 따지고 보면 KBS보다 더 고액연봉을 받는 방송사도 있고, 공기업 가운데도 억대 연봉을 받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문제는 액수의 과다가 아니다. KBS가 공영방송 이름에 걸맞는 방송을 한다면 직원들의 억대 연봉을 탓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자신들보다 많이 받는 방송사를 들먹이며 많이 받는 게 아니라는 식으로 구차하게 반박하고 있다. ‘공영방송’도 아니면서, 또 월 100만원 전후의 저임금을 받으면서도 언론 본연의 역할을 다하려는 군소 방송국이 수백, 수천 곳이 있음을 몰라서 하는 얘긴가? 경영악화나 수신료 인상을 거론하기에 앞서 KBS는 공영방송부터 바로 세울 일이다.

다음은 MBC. 지난 17일 법원은 2012년 MBC 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해고된 노조 간부 6명에 대해 복직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당시 MBC 노조원들의 파업은 방송 공정성을 회복하기 위한 정당한 파업이라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MBC 사측은 곧바로 판결에 대한 유감 표명과 함께 항소 방침을 밝혔다.

그리고는 당일 9시 <뉴스데스크>에서 해당 사안을 두 꼭지에 걸쳐 다루면서 1심 판결을 반박했다. KBS가 자사 직원들의 ‘고액 연봉’ 지적을 9시 뉴스에서 반박한 것과 같은 꼴이다. 둘 모두 공공재인 전파를 사측 입장 전파에 사적으로 활용한 셈이다.

MBC의 추태 역시 이게 끝이 아니다. MBC는 이틀 연속으로 보수 성향 일간지 1면 에 광고를 실어 사측 입장 홍보에 나섰다. 20일에는 조선·문화일보·매일경제에, 21일에는 동아·중앙일보·한국경제에 ‘방송의 공정성은 노동조합이 독점하는 권리가 아닙니다’란 제목의 광고를 실었다.

광고비 3억여 원은 회사 비용으로 충당한 걸로 보인다. 이를 두고 MBC 노조가 “사적 논리 전파를 위해 회사 예산을 엉뚱한 곳에 전용한 명백한 배임”이라는 지적과는 별개로 자사 해직언론인 복직 판결을 반박하기 위해 총력전에 나선 사측의 모양새가 참으로 꼴불견이다.
한국에서 공영방송은 이미 죽었거나 또는 그런 꼴이다. 온 나라를 뒤흔들었던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이나 연초에 발생한 이남종 씨 분신사건 같은 건 더 이상 공영방송의 관심사가 아니다. 오죽하면 종편 jtbc가 공영방송을 대신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겠는가.

9시 메인뉴스는 물론이요, 보도비평, 시사비평, 토론프로, 심층보도 등 시청자들의 귀와 눈을 열어주던 프로는 문을 닫았거나 축소, 변질된 지 이미 오래됐다. MBC는 ‘무한도전’ 땜에 본다는 극단적인 얘기마저 들린다.

최근 방통위 주최 수신료 인상 공청회에서 전규찬 한예종 교수는 “그리스 공영방송이 권력과 자본에 대한 감시를 제대로 하지 않다가 국가부도 사태 맞았다”며 “그리스 공영방송은 해체됐고, 직원 2400명도 모두 해고됐다”고 소개한 바 있다. 지금의 KBS와 MBC는 이런 얘기를 귀담아 들을 귀라도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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