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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포털들의 표절 잔혹사

  • 입력 2016.08.25 10:08
  • 수정 2016.08.25 13:40
  • 기자명 서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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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 쒀서 개 준다”는 말이 있다.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 3대 포털 사이트를 쥐고 있는 기업(네이버, 카카오, SK컴즈)의 서비스 베끼기 논란을 보면 딱 그 말이 떠오른다. 단순히 서비스의 유사성을 넘어 특허권 침해까지 넘나든다. 최근 몇 년간 불거진 한국 포털들의 베끼기 논란을 정리해보았다.

1. 네이버 툴바 – 이스트소프트 알툴바 (2008년 11월)

2008년 11월 네이버(당시 NHN)는 기존 네이버 툴바의 새로운 기능을 추가해 3.1 버전 업데이트를 단행한다. 마우스 제스처, 화면 캡처, 클린인터넷 기능 추가하고 UI와 옵션설정 변경이 핵심이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면 이미지 참고. 그냥 얼핏 봐도 이스트소프트가 서비스하던 알툴바와 형제라고 봐도 된다. 항간에는 이미 네이버가 툴바 개발을 위해 이스트소프트 핵심인력을 빼갔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정말일까? 이스트소프트는 업데이트 두 달 전 당시 네이버에 자사 출신 인력으로 유사한 제품을 만들지 말아 달라고 공문을 보낸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2. 네이버 V – 페이스북 리프 (2015년 9월)

네이버의 표절 논란엔 반도도 좁다? 그렇다면 태평양을 건너가자. 이번엔 누가 들어도 알만한 회사의 제품이다. 네이버는 작년 9월 실시간 스트리밍 영상 서비스인 V(브이)를 출시한다. 네이버는 브이 출시와 함께 개인기를 발휘하는데, 바로 유명 연예인 라이브 스트리밍을 방송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브이는 페이스북의 동영상 앱 ‘리프’의 디자인과 인터페이스, 튜토리얼 화면 폰트, 움직이는 영상 섬네일을 따라 했다는 의혹을 받게 된다. 의혹일 뿐이라고? 얼마나 닮았는지 이미지로 확인하자.

페이스북의 리프(왼쪽)와 네이버의 V(오른쪽)

3. 네이버 참여번역Q – 플리토 플리토 (2016년 6월)

네이버는 파트너사의 뒤통수를 친 일도 있었다. 때는 지난 6월 네이버가 집단지성을 활용한 번역 서비스 ‘참여번역Q’를 출시했을 적이다. 문제는 이 서비스가 당시 언어 데이터 판매 계약을 맺은 ‘플리토’의 서비스를 상당 부분 그대로 가져다 쓴 것이다. 이에 이정수 플리토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참여번역Q를 담당하는 어학사전&전문정보팀과의 파트너 관계를 설명하며 서비스 표절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에 네이버에 대한 비난 여론이 팥죽 끓듯 끓기 시작했고, 이를 금방 눈치챈 네이버는 얼마 지나지 않아 참여번역Q 서비스를 종료한다.

플리토의 플리토(왼쪽)와 네이버의 참여검색Q(오른쪽)

4.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 – 시어스랩 롤리캠 (2016년 8월)

스노우 모르면 아재 아닌가, 의심하는 조카들이 있다. 스노우는 스노우주식회사가 만든 특수효과 합성 카메라 앱이며, 스노우주식회사는 네이버의 자회사 캠프모바일을 인적 분할해 설립한 법인이다. 조카들의 방정처럼 스노우는 지난해 9월 출시 10개월만에 전 세계 4,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는 등 네이버의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한다. 그것도 잠시, 스노우는 4개월 먼저 출시된 시어스랩이 제작한 ‘롤리캠’ 표절 의혹을 받는다. 시어스랩은 서비스 콘셉트, 스티커 디자인, 배경음악 등 세 가지를 표절로 지적. 하지만 네이버 측은 이미 해외에서 선보인 콘셉트, 보편적인 스티커 디자인, 앱 배경음악 1위 음원사이트에서 구매한 배경음악이기 때문에 근거 없는 의혹에 불과하다고 못을 받았다. 사실 사람 얼굴에 스티커를 합성하는 방식은 이미 ‘스냅챗’이 선보인 기술이긴 하다.

시어스랩의 롤리캠(왼쪽)과 스노우주식회사의 스노우(오른쪽)

1. 카카오 카카오폴 – 두잇서베이 오백인 (2013년 3월)

2013년 3월 카카오는 서비스 아이디어를 무단 도용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주인공은 바로 카카오가 내놓은 여론조사 서비스인 카카오폴. 의혹을 제기한 두잇서베이 측은 카카오폴이 자사가 2011년 카카오에 제안했던 서비스모델과 기획, 기능, 메뉴 이름, 운영 방법이 매우 흡사하다고 주장했다. 제안을 거절당했던 두잇서베이는 당시 아이디어를 토대로 ‘오백인’이라는 서비스를 운영 중이며, 2013년 11월 카카오를 상대로 부정경쟁방지법위반 협의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카카오의 카카오폴(왼쪽)과 두잇서베이의 오백인(오른쪽)

2. 카카오 카카오페이 송금 - 비바리퍼블리카 토스 (2015년 4월)

토스는 비바리퍼블리카가 서비스 중인 간편송금 모바일 앱이다. 국내 서비스 중 가장 간편한 거 인정? 어, 인정! 그러나 카카오는 이와 유사한 구동 방식의 앱을 출시해 논란이 생기는데, 주인공은 바로 지난 4월 공개된 ‘카카오페이 송금’다. 토스 측 관계자에 따르면 카카오페이 송금은 토스와 매우 유사한 모양과 작동 방식으로 구동된다고 한다. 일단 나열해 보면 ‘펌뱅킹(Firm Banking)망 계약’으로 불리는 서비스 계약 구조, 은행 계좌 본인 인증 방식(1원 인증), 테스트용 1원 송금 기능, UI 등이다. 하지만 카카오는 다른 의견을 내놨다. “논란이 되는 기술들은 이미 해외 모바일 뱅킹 서비스에서 사용되고 있는 기술이다.”

비바리퍼블리카의 토스(왼쪽)와 카카오의 카카오페이 송금(오른쪽)

3. 카카오 카카오증권 – 네이버 네이버증권(2016년 4월)

표절 논란의 왕을 가리자!? 카카오는 지난 4월 주식 정보 서비스인 카카오증권을 선보인다. 어쩐지 익숙하다 싶더니 네이버증권과 상당히 유사해 논란을 낳았다. 두 서비스는 인터페이스, 디자인, 메뉴 구성 등이 똑 닮아 서비스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사실상 구분하지 못할 정도(…) 특히, 네이버는 네이버증권 내 종목페이지 디자인을 특허 등록한 상태로 법적인 문제로 까닥하면 법적 문제로 불거질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네이버 측은 디자인 유사성을 인지하지만, 대응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없는 상태라고 대답. 카카오는 증권 서비스엔 공통된 요사가 많다며 표절이 아니라 주장했다.

네이버증권(왼쪽)과 카카오증권(오른쪽)

네이버, 카카오 - 한국어 맞춤법/문법 검사기 (2016년 8월)

카카오와 네이버가 동시에 표절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대상은 부산대학교 인공지능연구실과 나라인포테크가 공동으로 만든 ‘한국어 맞춤법/문법 검사기’다. 지난 8월 1992년부터 맞춤법 검사기를 만들어온 권혁철 나라인포테크 대표(부산대 교수)는 18일 네이버와 카카오가 맞춤법 검사기를 그대로 가져다 쓰고 있다고 주장. 두 회사는 프로그램의 기본이 되는 소스가 담긴 API도 무료로 공개해 더 큰 비난을 받고 있다. 권 대표는 이를 두고 “도둑질을 한 뒤 선심을 쓰는 격”이라고 일침한다. 두 회사는 자사의 서비스를 자체 개발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여전히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결국, 카카오는 API 무료 공개를 중단. 네이버는 아직 중단을 논의하고 있다.

나라인포테크와 부산대 인공지능연구실이 공동개발한 한국어 맞춤법/문법 검사기

권혁철 대표이자 교수의 표절 관련 페이스북 포스팅

SK컴즈 싸이메라 – 오디너리팩토리 아날로그필터 (2016년 6월)

SK텔레콤의 자회사 SK커뮤니케이션즈는 자사의 사진 편집 앱인 ‘싸이메라’에 유료 사진 앱 ‘아날로그필터’ 시리즈의 필터를 무단으로 사용한 의혹을 받고 있다. 필터 효과, 필터 이름까지 따라 한 것으로 보이는 싸이메라는 표절도 모자라 기존 서비스에 ‘아날로그 무료 필터’를 추가했다며 홍보를 벌이기도 했다. 아날로그필터 시리즈를 제작한 장두원 오디너리팩토리 대표는 억울한 마음을 트위터에 고스란히 전하기도 해 적지 않은 파장을 남겼다.

관련기사: “SK컴즈 싸이메라가 내 필터를 훔쳐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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