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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방송이라고 꼭 퀴어 이야기만 할 필요 있나요?"

  • 입력 2016.07.15 14:44
  • 수정 2016.07.15 17:56
  • 기자명 직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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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가장 핫판 팟캐스트를 소개합니다. 직썰-팟빵 공동기획 [이거 들어봤니?] '퀴어방송' 편.

<퀴어방송>. 이름만 보고 성소수자 이야기만 가득할 거라고 생각했다면 경기도 오산이다. 심리테스트부터 별자리 이야기, 납량특집, 노래자랑 대회까지(!) 각종 재미난 콘텐츠로 꽁꽁 무장한 곳이 바로 <퀴어방송>이다. 아니, 근데 이름을 왜 그렇게 지었냐고?

리타: 퀴어방송이라고 꼭 퀴어 이야기만 할 필요 있나요? 하고 싶은 거 있으면 걍 하는 거지. ㅎㅎ

직썰: ㄷㄷㄷ;

그렇다. 일단 진행자가 해 보고 싶은 건 다 해 보는 방송, 녹음과 편집을 마쳤어도 '노잼'이라면 과감히 결방을 선택하는 방송. 오늘 그 방송의 주인공 진행자 리타를 만나봤다. 이게 짐 뭐하자는 건가요? ㅎㅎ

인터뷰: 임영민, 유정아

저기요~ 뭐하는 분이세요?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리타: 일단 본명은 이연숙이고, 학생이다. 서울대학교 미학과에 재학 중이다. 09학번인데 아직 졸업을 못 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일단 자금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게 가장 크다. 내가 시골 소작 농민의 딸이기 때문에. ㅎㅎ. 최근에는 만화 비평 일을 하고 있다. 글 쓰는 일을 계속 하고 있는 건데, 이걸로 먹고살기는 좀 빠듯해서 강사일도 병행했다. 얼마 전에 그만두긴 했지만. 글 쓰는 게 사실 돈이 안 된다. ㅋㅋ.

"먹고살기 참 힘드네요..."

대학교 입학하고 7년 동안 한 아르바이트만 몇십 개에 달한다. 돈 되는 일은 거의 다 해 본 거 같다. 방송한 지는 3~4년 정도 됐는데, 이건 뭐 거의 취미 수준이다. 그냥 그렇게 살고 있다. 직업이라 할 만한 게 없다. 그나저나 팟캐스트 운영하는 게 정말 어렵다. 운영비가 나가니까. 학원 아르바이트를 꾸준히 해 왔는데, 그게 돈이 좀 됐다. 그걸 할 때 수입이 꽤 괜찮았다. 그때 모아 둔 돈을 까먹으면서 하고 있는 거다. 근데 이제 돈 다 떨어졌다. ㅋㅋㅋㅋ. 막막하다. 그런 상태다.

Q. 홍보가 절실하겠다.

리타: 그렇긴 한데, 뭐 없으면 없는 대로 해야지 않을까 싶다. 돈 없다고 어디 징징거리기도 싫고 그렇다.

Q. 팟캐스트 보니까 징징대는 거 같던데…?

리타: (당황) 응?? 어디에 그런 내용이..?

Q. 후원해 달라고..

리타: 앜ㅋㅋㅋㅋㅋㅋㅋ. 맞다. 그거는 좀 해 달라고 징징거리고 있다. 안 되겠더라. 막 돈 없어서 못 하겠다 이런 소리 할 수는 없으니. ㅋㅋㅋㅋ.

Q. 후원금이 있어야 운영을 할 수 있으니까.

리타: 맞다. 한 번 녹음할 때 22,000원 정도가 드는데 이거 꽤 큰 부담이다. 돈도 다 떨어졌고… 어쩔 수 없이 사람들의 동정을 받으며 살고 있다. 죽을 때까지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ㅋㅋㅋ.

돈 없다고 징징거리는 걸 끔찍이도 싫어하는 리타님의 댓글

Q. 팟캐스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리타: 즐겨보던 미국 드라마가 있었다. 레즈비언 드라마였는데, 우연히 이 드라마 리뷰 팟캐스트 방송을 듣게 됐다. 신세계를 영접한 기분이었다. 바이섹슈얼 여성과 레즈비언 여성 둘이 자유롭게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는 방식이었는데 그게 되게 신선해 보였다. 그런데 듣다 보니 아쉬운 게 하나 있었다. 트랜스젠더 이슈 등에 관해서 이해가 부족한 게 보였다. 내 주변에 트랜스젠더가 있는지라 듣다 보니 불쾌한 지점들이 적지 않았다. 내가 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나라면 그 부분도 고려해 더 재미있는 방송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시작하게 됐다.

Q. 구독자 수가 적지 않더라. 뿌듯하겠다.

리타: 안 뿌듯하다.(정색) 우리 방송은 재밌으니까. 충분히 그 정도 구독자가 있을 만하다. 더 많아져야 한다.

Q. …

리타: ㅋㅋㅋㅋㅋ.

Q. 생각해 보니 그런 일이 있었다. 리타님 섭외할 때 내가 전화로 ‘사람들이 잘 모르는, 들어볼 만한 팟캐스트를 소개해 주는 기획’이라고 인터뷰 기획의도를 설명했더니 리타님이 ‘저희 사람들이 잘 모르는 방송 아닌데요?’라고 했다. ㅋㅋㅋㅋㅋ.

리타: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맞다. ㅋㅋㅋㅋㅋ. 근데 유명한 팟캐스트 다 인터뷰해 놓고 우리한테만 ‘해준다’고 하는 거 같아서 그랬다. 뭔가 시혜적인 태도가 아닌가 싶었다.

Q. 그런 거 아니었다. ㅋㅋㅋ. 알려지기만 하면 더 유명해질 수 있는 팟캐스트를 소개한다는 뜻이었다. ㅋㅋㅋ. 그때 내가 얼마나 당황했는지..(진땀;;)

리타: ㅋㅋㅋㅋㅋ. 지금 구독자가 2900명 정도다. 한 회 청취자는 보통 10,000명에서 15,000명 정도고. 근데 내가 가끔 ‘와 이거 짱 재밌다’ 하면서 녹음하는 방송이 있는데 그건 성적이 별로 안 좋더라. 6,000명 정도가 보는데, 그게 그렇게 재미없었나 싶어서 시무룩할 때가 있다.

노잼 방송은 내보내지 않습니다~

Q. 게스트 신청을 받는 곳이 있더라. 아무나 신청할 수 있나.

리타: 그렇다. 아무나 신청할 수 있다. 그래서 신청자도 많다. 근데… 이게 참 힘들다. 우리 방송 컨셉이 ‘무조건 재밌게’인데 신청 메일만 봐서는 그 사람이 재밌는 사람인지 아닌지 구분할 수가 없어서 정말 힘들다. 막상 불러놓고 녹음해 보니 너무 재미가 없어 당황했던 적도 많다. 그럴 땐 그냥 미안하다고 이번 방송은 못 내보내겠다고 말한다. 재미 없는 방송은 내보낼 수 없다.

Q. 출연자한테 ‘노잼이다’라고 명확히 말하나.

리타: ㅇㅇ. 그냥 사실대로 얘기한다. 노잼이라고. 너무 재미가 없어서 못 내보내겠다고. ㅋㅋ.

ㅇㅇ 노잼

Q. 반응은 어떤가?

리타: 대부분 상처를 받는다. 연락도 끊긴다. ㅋㅋㅋㅋㅋ. 근데 요즘 들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방송을 너무 검열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그래서 최근 참여한 게스트분에게 그런 말씀을 드렸다. 그냥 무편집으로 내보낸 뒤 후에 비평 방송을 올리는 게 어떻겠느냐고. 그러면 좀 낫지 않을까 싶어서. 근데 그분이 ‘나를 맘대로 소개해도 좋다.’, ‘나를 도구처럼 막 부려라’ 이렇게 말씀하셔서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ㅋㅋㅋㅋ.

Q. 팟캐스트 성격상 악성 메일이 쇄도할 것도 같다.

리타: 의외로 없다. 은근히 기다리는데 왜 없을까..? ㅋㅋㅋ. 생각해 보니 예전에 그런 일은 있었다. 러시아에서 푸틴이 반동성애 정책을 펼친 적이 있는데, 그때 <퀴어방송> 이름으로 이에 항의하는 시위를 기획한 적이 있다. 해당 기사를 출력해다가 홍대 거리에서 사람들에게 그 기사를 한 줄씩 읽게 하는 그런 기획이었는데, 홍보 과정에서 웬 아재가 딴지를 걸었다.

Q. 아재?

리타: ㅇㅇ. 프로필 사진에 아저씨 사진이 걸려 있더라. ㅋㅋㅋ. 아무튼 그분이 나한테 꾸준히 협박성 메시지를 보냈다. 정확한 워딩은 기억나지 않는데 대충 그 행사를 진행하면 직접 찾아가서 뭘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때 되게 겁이 났다. 실질적인 위험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래서 행사 당일에 내 동생을 데리고 다녔다. 보디가드 역할이었다.

Q. 실제로 그 사람이 찾아오든 안 오든 일단 그 위협을 받은 이상..

리타: ㅇㅇ. 그렇다. 위축되게 된다.

Q. 사연도 받는 거 같더라. 많이들 참여하나.

리타: 생각보다 많이 참여하지 않는다. 초창기엔 그래도 종종 들어왔는데 요즘 들어 줄고 있다.

Q. 왜 그런가?

리타: 아무래도 우리가… 들어온 사연들을 비웃어서 그런 거 같다.

Q. …?

리타: 예를 들면 이런 사연이 있었다. 자기 얘기를 쭉 적어 놓고 마지막에 ‘저는 레즈인가요? 바이(바이섹슈얼, 양성애자)인가요?’ 라고 물은 게 있었다. 아닠ㅋㅋ 그걸 보고 내가 뭐라고 답해 줄 수 있겠나. 그냥 웃는 거지. 근데 이 와중에 같이 진행하는 철수는 감정이입을 되게 잘하는 친구라 자기 이야기처럼 공감하고 조언해 주는 편이다. 그러다 보면 방송이 다른 얘기로 빠진다…. ㅎㅎ;

Q. 퀴어퍼레이드에 참석하고 계신가.

리타: 그렇다.

Q. 퀴어퍼레이드 때마다 찾아와 ‘동성애 반대’를 외치는 일부 개신교 단체들이 있다. 이분들에게 한 말씀한다면?

정말 잘났어! ⓒ민중의소리

리타: 딱히 할 말은 없고… 그냥 피곤하다. 왜 그렇게 우리한테 관심이 많은지 모르겠다. ㅋㅋㅋ. 우리를 좋아하는 건지 어쩐 건지. 가끔 보면 관심을 받고 싶어서 그런가 싶기도 하다. 우리가 퍼레이드할 때 그분들이 도로에서 피켓 들고 막 항의하는데 우리가 일부러 그분들한테 박수도 쳐 주고 환호도 해 주고 그런다. 그러면 굉장히 좋아하신다. ㅋㅋㅋㅋㅋ. 어디 가서 환호 받을 일이 없어서 그러는 거 아닐까?

Q. 맞다. 이번 퍼레이드에서 그 말씀에 아주 적합한 사례가 있었다.

리타: ㅋㅋㅋㅋ. 꼭 있다. 그런데 참… 보다 보면 피곤하다. 그래서 퀴퍼 끝나고 집에 오면 일주일 정도는 녹초가 된다.

앞으로 뭐하고 싶으세요?

Q. 앞으로 어떤 팟캐스트로 만들어 갈 생각인가.

리타: 음… 계획 없다.

Q. ?!

리타: 해 보고 싶은 게 있기는 한데.. 글쎄.. ㅋㅋㅋ. 퀴어방송이라고 해서 꼭 퀴어 이야기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음 최근에 우리가 납량특집을 한 적이 있다.

Q. 납량특집?

리타: ㅇㅇ. 귀신 이야기 하는 특집이었다. 정말 말 그대로 진짜 귀신 이야기. 우리가 아는 무서운 이야기. 근데 사실 퀴어랑 완전히 관련이 없다고 하기도 뭐 한 것이 우리 사회가 퀴어한 사람들을 마치 괴물, 귀신 보듯이 보지 않나. 그런 면에서 괴물, 귀신과도 같은 퀴어들이 직접 귀신 이야기를 하면 어떨까 싶었다.

Q. … (억지로 끼워맞추는 듯한 느낌이..)

리타: 사실 그냥 해 보고 싶어서 한 거다. ㅋㅋㅋㅋ. 여러 가지 했다. 별자리 얘기도 하고 심리테스트도 하고 그랬다. 예전엔 노래자랑 특집도 했다.

Q. 전화로 하는 노래자랑?

리타: ㅇㅇ. 청취자들이 전화로 자유롭게 노래를 하는 특집이었다. 나름 유명한 퀴어 뮤지션도 심사위원으로 모셨다. 꽤 재밌었다. ㅋㅋㅋㅋㅋㅋ.

Q. 오… 인터뷰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들어봐야겠다.

리타: 그 정도로 재밌진 않다. (정색)

Q. … 그 무슨..

리타: ㅋㅋㅋㅋㅋㅋㅋ.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이 우승하고 그런 시스템이 아니었다. 퀴어스럽게 부른 사람이 우승하는 방식이었다.

Q. 퀴어스럽게?

리타: ㅇㅇ. 자기 한을 담아서 부르는 사람. 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나중엔 이런 거 생방송으로도 한번 해 보고 싶다. 실시간 투표로 우승자 정하고. 근데 생방송이라는 게 만만치 않더라.

Q. 어떤 면에서?

리타: 부적절한 발언, 위험한 발언을 거를 수 없다는 데서 그렇다. <퀴어방송>은 정치적으로 올바른 방송을 지향한다. 그러다 보니 혐오발언이나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발언을 해선 안 되는데, 생방송으로 하면 이런 발언들이 습관적으로 튀어왔을 때 그냥 그대로 내보낼 수밖에 없지 않겠나. 예를 들어 ‘병신’이라든가 ‘여자가/게이가 왜 그래?’ 같은 말이 방송에 나가게 되면 큰일이 난다. 실제 편집할 때 그런 부분을 잘라내기 위해 굉장히 공을 들인다. 근데 생방송으로 했다가 만약에 이런 발언이 한번 나가면 그 발언자는 완전히 매장당하는 거다.

Q. 음.. 요약하자면 청취자와 교감하는 방송으로 거듭나고 싶다는 거겠다.

리타: 아니다.(정색) 굳이 청취자와 교감해야 한다거나 뭐 그런 생각은 없다.

Q. …? 나름 아름답게 포장해 준 건데 왜 굳이...

리타: ㅎㅎㅎ. 퀴어방송이라고 해서 매번 퀴어들이 나와 자기 이야기를 늘어놔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다양한 주제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그런 방송이 됐으면 좋겠다. ㅋㅋㅋ.

Q. 에피소드 제목이 모두 ‘퀴어방송 1화, 2화’ 이런 식으로 되어 있던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리타: 아 그거! ㅋㅋㅋㅋㅋㅋㅋㅋ. 몰랐다. 그런 기능이 있는 걸 최근에야 알았다. 알았다면 진작했을 텐데. 찾기 불편하다고 해서 찾아 보니 내가 봐도 불편하더라.

긴급: 여러분은 지금 4년째 팟캐스트를 운영 중인 리타님의 인터뷰를 보고 계십니다.

Q. 사실 추천 에피소드를 물어보려고 했는데 ‘몇 화’ 이런 식으로 기억하고 계실 것 같진 않아서.

리타: ㅇㅇ 그렇다. 추천 팟캐스트는… 모르겠다. ㅋㅋㅋㅋㅋㅋㅋ. 내용은 아는데 몇 화인지 모르겠다.

Q. 뭐 어떻게든 추천 좀 해 달라.

리타: 최근 한 것 중에 반응이 좋았던 걸 꼽자면 ‘김보미 서울대 학생회장 특집’, ‘트위터에서 유명한 레즈비언인 불문 특집’, ‘동성결혼 특집’ 정도가 있겠다.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Q. 이 방송을 처음 접할 청취차분들에게 한 말씀 한다면?

리타: 방송이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되지 않는다. 그런 거 기대하시면 안 된다.(단호)

Q. …? 이거 그대로 실어도 되나?

리타: 상관 없다. ㅎㅎ.

Q. 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리타: 음…. 없다. ㅎㅎㅎㅎ.

Q. ㅎㅎㅎ. 그럼 없는 걸로.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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