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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 여성에게 유리한 제도일까?

  • 입력 2016.06.30 14:32
  • 기자명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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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을 보장받은 교수 중에 여성의 숫자가 적은 현실은 몇몇 대학이 가족 친화적 고용 정책을 도입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 경제학자들은 이런 성중립 정책(gender neutral policies)이 의도치 않은 결과를 가져왔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남성 경제학자가 이 정책의 최대 수혜자가 되었다는 것이죠. 다른 학문 분야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서류상으로는 성적 차별이 없어 보이는 정책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의 핵심입니다. 많은 수의 여성이 임신 기간의 부담, 양육, 그리고 부모로서의 책임 대부분을 부담합니다. 남성은 여성과 같은 수준의 책임이나 부담을 짊어지지 않는데도 같은 기간의 육아 휴직을 받습니다. 이러한 비대칭성을 감안할 때, 최근에 만들어진 정책이 남성에게 더 많은 이득을 주었다는 사실이 크게 놀랍지는 않습니다.
학자가 명문 대학에서 교수로 성공하려면 박사학위를 받고 조교수로 채용되어야 합니다. 그 뒤에는 정년 심사를 받기 전까지 세계적 연구자라는 명성을 쌓아야 합니다. 조교수로 임용되고 정년 심사를 받기까지의 이 7년 안에 성공하면 평생 일자리를 보장받습니다. 그렇지 않은 교수는 해당 학교에서 해고되고 다른 학교를 알아봐야 합니다.



이는 특히 여성에게 어려운 커리어입니다. 왜냐면 커리어에 대한 압박이 심한 이 7년이 출산과 육아를 주로 담당하게 되는 나이와 맞물려 있기 때문입니다.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은 많은 조교수 남성학자는 직장을 가지지 않은 부인의 도움을 받지만, 여성학자는 그 자신도 커리어를 만들어가는 데 압박을 받는 남성과 결혼하는 경우가 흔하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차이를 인식한 많은 대학에서 아이를 낳으면 정년 심사를 미루는 정책을 도입했습니다. 아이가 한 명 태어날 때마다 정년 심사가 1년씩 미뤄지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정책은 성별과 관계없이 주어집니다. 남성 교수의 정년 심사도 여성 교수와 마찬가지로 아이가 태어나면 1년 미뤄지는 겁니다. 많은 대학이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에 이러한 정책을 도입했습니다. 미국 대학 중 1/5 정도가 도입하지 않는 상태입니다.
세 명의 경제학자는 이 정책의 도입이 학자들의 커리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했습니다. 이 정책은 남성 경제학자가 첫 번째로 일자리를 잡은 대학에서 정년을 보장받을 확률을 19%p 올렸습니다. 반면 여성이 정년이 보장받을 확률은 22%p 감소했습니다. 이 정책 도입되기 전에 여성과 남성 모두 첫 직장에서 정년을 보장받을 확률은 30% 정도였습니다. 정책이 도입된 뒤에 여성이 정년을 보장받는 확률이 크게 떨어진 셈입니다. 새로운 정책이 도입되면서 여성 경제학자가 정년을 보장받기가 훨씬 더 어려워졌다는 뜻입니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샌타바버라 캠퍼스의 쉘리 룬드버그 경제학 교수는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정책이 여성들에게 의도치 않은 부정적인 효과가 있을 거라고 오랫동안 생각해 오긴 했지만, 그 효과가 이렇게 클 줄은 몰랐다.

위 논문의 저자들은 미국에서 상위 50위 안에 들어가는 대학교의 경제학과에 지난 20년 동안 고용된 모든 조교수에 대한 자료를 모았습니다. 대학별로 교수들이 부모가 되는 경우 정년 심사 기준이 어떻게 바뀌는지에 대한 자료도 수집했습니다. 그리고 교수의 성별과 상관없이 아이가 태어나면 정년 심사를 연장하는 정책이 도입되기 전과 도입되고 난 뒤의 남성과 여성의 정년 심사 통과 비율을 그 대학과 비슷한 여건이지만 이러한 정책을 도입하지 않은 대학의 비율과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육아휴직을 한 남성 경제학자의 경우 그 기간 동안 논문을 발표하는 등 놀라운 출판 기록을 쌓아간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여성 경제학자의 경우 이런 패턴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출산에서 오는 육체적 피로감이나 난산으로 인한 어려움, 여성에게 주어진 더 많은 양육 부담과 같은 요인 때문에 생길 수 있습니다.
이 결과는 부모가 된다는 것이 여성에게 남성보다 더 많은 희생을 의미할 것이라는 우리의 예상과 맞아떨어집니다. 성별과 관계없이 주어지는 육아 휴직 정책은 상대적으로 남성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었고, 이는 여성이 넘어야 하는 정년 보장 심사의 벽을 더 높였습니다.



미시간 대학 경영 대학원의 학장인 앨리슨 데이비스-블레이크는 이 논문의 결과는 “제가 매일 현장에서 듣고 보는 것을 확인해 준 것”이라며 “부모가 되었을 때 남자 교수에게 똑같이 육아 휴직을 주는 것은 여성에게 불리한 정책”이라고 말했습니다. 데이비스-블레이크 학장은 문제는 “출산이라는 것 자체가 남성과 여성이 똑같이 부담을 지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데이비스-블레이크 학장은 자신이 임신했을 때를 떠올리며 “저는 입덧 때문에 매일 구토를 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데이비스-블레이크 학장은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변호사의 눈으로 봤을 때는 성별 중립적인 정책이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이는 현실을 관찰한 결과와도 일치합니다. 남성 경제학자는 육아 휴직을 쓰기 전에 커리어에 대한 걱정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성 경제학자의 경우 여러 고려 사항 때문에 정년 심사까지 기다린 뒤 아이를 갖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 논문 결과는 대학에서 격렬한 토론을 일으킬 것입니다. 더 나은 육아 휴직 정책은 경제학을 – 과학이나 다른 분야는 말할 필요도 없이 – 남자들만의 학문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습니다.
지금 현재, 소수의 대학만이 성별에 따라 다른 육아휴직 정책을 시행하고 있어서 이 정책의 효과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기가 어려운 실정입니다. 경제학은 여전히 남성이 지배적인 학문입니다. 이 논문 결과는 대학이 좋은 의도로 시행한 정책이 오히려 불평등한 현실을 더 악화시켰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논문은 경제학의 방법론을 통해서 의도하지 않은 효과까지 고려한 육아 휴직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여성 경제학자가 더 많이 있었다면 우리는 얼마나 많은 정책적 실수를 줄일 수 있었을까요. 이 논문은 이런 생각을 하게 합니다.
원문: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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