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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홍상수-김민희 스캔들 같은 건 안 다룹니다"

  • 입력 2016.06.24 14:35
  • 수정 2016.10.18 14:19
  • 기자명 직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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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가장 핫한 팟캐스트를 소개합니다.
직썰-팟빵 공동기획 [이거 들어봤니?] '애플박스와 청테이프' 편.


팟캐스트 [애플박스와 청테이프] 진행자.
좌측부터 안병호 위원장, 조준형 감독, 조재휘 영화평론가.

인터뷰 : 임영민, 유정아

시작부터 심상치 않은 그들..

Q. 날도 더운데 여기까지 찾아 오시느라 고생이 많으셨겠다.

조재휘: 외계인이 침공했으면 좋겠다.

Q. ????
위원장: ㅎㅎㅎ. 이 분이 개그를 담당하고 계셔서 그렇다.

Q. 조재휘 평론가님이 개그를 담당하신다고..?
조재휘: 그렇다.

Q. 외계인 침공했으면 좋겠다는 뭐 그런 게 개그였나.
조재휘: 상황 개그다. ^^
위원장: 좀 전에 인디펜던스데이 시사회를 다녀오셔서 그 영향이 좀 있는 거 같다.

Q. 아…
조재휘: 이번 편은 외계인이 우주선에 바이러스 심는 그런 허접한 구성이 아니다. 1편의 잔재가 있음에도 이렇게 훌륭한 웰메이드 영화가 나왔다는 거에 놀랐다. 감독이 작정을 하고 만든 거 같더라. 마치 이런 거다. 롤랜드 에머리히(영화 <인디펜던스데이: 리써전스> 감독)가 전작들이 다 망했는데 이거슨 마치 김화백 만화로 치면,

내가 무르플 꾸렀던 거슨 추진려글 얻기 위함이어따!!!!!

뭐 이런 느낌? ㅎㅎ.


...


Q. 아...
조재휘: …응? (반응이 왜 이러지..) 김성모 만화 안 보셨나?

Q. 아니다 봤다. 봤고 무슨 말씀하시는지도 안다. 아는데..
위원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Q. 왠지 오늘 인터뷰… 재밌을 것 같다.
위원장: ㅎㅎ…
조재휘: ㅎㅎㅎ…


내 개그 별론가요? ㅎㅎ


Q. ㅎㅎㅎ. 어쨌든 인터뷰 시작해 보자.


애플박스와 청테이프? 뭐 하는 팟캐스트예요?
Q. 뭐 하는 팟캐스트인가.
위원장: 애플박스와 청테이프는 영화 산업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해 보자는 생각에서 만든 팟캐스트다.

Q. [애플박스와 청테이프]라니, 팟캐스트 이름이 정말 예쁘다.
위원장: 이름이 예쁘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다. 감회가 새롭다.

Q. 무슨 뜻을 담고 있나?
위원장: 애플박스는 영화 스태프라면 다 아는 작업 도구다. 네모난 상자인데, 현장에 두고 사용한다. 앉을 때 쓰기도 하고 발판 삼아 밟고 어디 올라갈 때 쓰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말 그대로 사과 상자인데, 지금은 그런 모양으로 만든 나무 상자를 통칭해 애플박스라고 부른다. 청테이프는 다 아시는 대로 청테이프다.
조재휘: 청테이프도 영화 스태프들이 현장에서 많이 사용하는 도구다. 뭔가 땜빵할 게 있을 때 주로 사용하고 배우 동선이나 CG를 어디다 넣을지 등을 체크하는 용도로도 활용한다. 애플박스와 청테이프는 앞서 말한 대로 영화 노조에서 영화 산업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자 만든 팟캐스트다. 그 취지를 잘 요약하는 상징적인 2개의 아이템을 꼽은 게 아닌가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위원장: 그런 뜻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화를 볼 때 감독이나 배우들에 집중을 하곤 하는데 그 외에 것들도 있다는 이야기를 해 보고 싶었다.

Q. 이를테면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공헌하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인가.
위원장: 공헌이라고 할 건 없다. 뭐, 그냥 돈 받고 일하는 사람들이다. 직업이 그런 거인 사람들. 영화 하면 우리는 겉에 보이는 감독과 배우 정도만 알기 마련인데 사실은 감독들과 똑같은 50명이 사람들이 있다는 거다. 아, 우리 팟캐스트 로고가 실제 애플박스랑 청테이프 사진이다. 진짜 애플박스에 청테이프로 ‘청테이프’라 쓴 담에 사진 찍어 갖고 이미지화해 만든 거다. 보면 알겠지만, 지금 와서 보니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욘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그럴 필요까진 없었던 거 같다...


Q. ㅋㅋㅋㅋㅋㅋ
조재휘: 내가 영화 팟캐스트를 직접 해 보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느끼는 게 있다. 영화 팟캐스트엔 명확한 한계가 설정돼 있다. 그 시기에 개봉한 시의성 있는 영화, 인기 있는 영화를 주제로 다뤄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순위가 팍팍 떨어진다. 그러다 보니 인기 작품, 감독, 배우 이야기에만 한정될 수밖에 없다.

근데 우리 팟캐스트는 한국영화 현장 전반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 화려한 이면에 뭐가 있는지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처음에 이 팟캐스트 초창기 에피소드를 들었을 때 의아했던 게 있는데, 왜 자꾸 진행자가 ‘우리 방송 재미없다’고 자학개그를 하는지였다. 이렇게 유익하고 재밌는 방송을 왜 재미없다고 자학을 하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재휘 평론가는 청취자로 시작해 중간에 진행자로 합류한 케이스다.)
위원장: 그런 거다. 재미 없다고 생각해야 나중에 누군가 재밌다고 얘기하면 더 기분이 좋으니까. 기분을 좀 더 업시키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보면 되겠다. ㅋㅋㅋ.

Q. 출연진은 어떻게 구성되나.
위원장: 처음에는 연출부 한 분이 계셨는데 개인 사정으로 빠졌다. 공백을 메우려 섭외를 진행했는데 잘 안 되더라. 그러다 조재휘 평론가님을 섭외하게 됐다. 그때 무비 갱스터 팟캐스터 끝나고 다른 데 참여하고 있는 팟캐스트가 없으시길래 덥썩 잡았다. 그리고 해외 영화시장에 대해 코멘트해 주시는 조감독님이 계시다. 이렇게 3명이 진행한다.

Q. 조금 후에 올 분이 조감독님인가. (아직 안 오심)
위원장: 그렇다. 근데 항상 의심스럽다. 런던에서 공부를 했다고 하는데… 일단 말씀은 그렇게 하시니 믿고 있다. 뭐 딱히 안 묻기로 했다. 일단 런던 다녀온 건 팩트니까.
조재휘: 어디를 다녀왔는가가 중요한데… 런던 어디일까?
위원장: 그분을 섭외한 것도 우리가 한국 사례를 얘기하면 조감독님이 해외 사례를 얘기해 주시겠지, 하는 마음에서였는데 아직 준비가 안 되셨는지 별 말씀이 없으시다. 언젠간 말씀해 주실 거라고 믿는다. ㅋㅋㅋㅋㅋ.
조재휘: ㅋㅋㅋㅋㅋㅋㅋ. 해외 영화 현장이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가를 말해주는 포지션이 조감독님에게 기대했던 역할이다. 이게 굉장히 중요한 게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없으면 여기가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 처했는지 감을 잡을 수 없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해외 사례를 안 보고 우리 주변만 보면 원래 영화판이 부조리하고 힘든 동네, 개선의 가능성이 없는 곳이라고 짐작하곤 체념하게 되지 않겠나.



영화 노동자들이 힘들다고? 그런 시선으로 보지 마세요~
Q. 한국 영화 산업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가 열악하다는 인식이 많다.
위원장: 열악하고, 불쌍하고, 오늘내일 굶어죽을 것 같고, 그런 정도는 아니다. 그런 인식이 만들어진 이유가 있다. 매년 연말쯤 되면 대다수 언론에서 취재 요청이 오는데 다 그런 내용이다. 더군다나 그 해에 천만영화나 관객몰이에 성공한 영화가 나왔다면 어김없이 연락이 온다. 천만영화가 나왔는데 그 이면엔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이 있다, 이러고.

실제로 언론에서 그런 얘기를 해 달라고 한다. 근데 나는 그런 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 우리는 정당한 얘기들이 필요하다. 당연히 받아야 할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거니까, 그걸 요구하는 것뿐이다. 우리가 ‘영화 뒷편에 그늘져 있다’라고 하면 마치 항상 다크서클 늘어뜨려 다니고 늘 배고픔에 시달리고 그런 이미지로 각인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그런 식의 인터뷰 요청은 항상 거절한다. 우리 그렇게 배고프지 않다.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Q. 언론이 극명한 대조를 통해 아이템을 뽑아내려 한다는 것인가.
위원장: 항상 그렇다. 천만영화 나오면 늘 ‘천만영화의 그늘’ 이렇게 기사가 나온다. 바뀌지 않는 제호 같다.
조재휘: 똑같은 레퍼토리다. 불쌍하다는 이미지로 타자화시키는 거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해서 잠깐 동안 언론의 아이템으로 소모되는 것 말고는 아무런 개선이 없다. 개선의 기회로 삼는 게 아니라 저쪽은 그냥 불쌍한 역할이야, 하고 규정을 지어놓고 호명해 버리는 거다. 우리 팟캐스트가 할 역할 중 하나가 그런 실상을 알리는 것도 있다.

Q. 제대로 된 처우를 못 받는 이유가 박정희 때부터 시작됐다는 이야기가 있다.
위원장: 예전에 다뤘던 에피소드기도 하다. 나는 거기서부터 시작됐다고 본다. 박정희가 쿠데타를 일으키면서 노동법 개정이 처음으로 이뤄진다. 근로기준법이. 그 개정되는 안의 내용에 ‘영화’가 구체적으로 명시된 게 사실 그때가 처음이다. 뭔 내용이었냐면, 영화 찍을 때는 한 주에 시간 제한 두지 말고 더 찍을 수 있게 해 주자라는 거였다.

그리고 그 이듬해에 국립영화제작소가 만들어진다. 쉽게 말해 영화를 이용해서 프로파간다를 하겠다는 게 명확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를 계속 찍을 수 있게 해 준 거다. 노동자들은 쉬지 않고 일하고. 여기서 웃긴 게 하나 있는데 한국영화가 작품수로는 굉장히 많이 번성하기 된 시기가 바로 60년대였다. 이를테면 지금 박정희가 싫다고 하는 감독 및 영화인들도 그때의 시혜를 적잖게 받았다는 거다. 어쨌든 영화를 계속 만들 수는 있었으니까.

Q. 그때 이후로 법 개정을 위해 꾸준히 힘써 왔겠다.
위원장: 사실 근로기준법 개정을 요구하기 전에 영화 산업 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 안에 포함되는 대상인가부터 논의를 해야 했다. 그 전에 영화 스태프는 대부분 용역 계약이나 이런 식으로 되니까 근로기준법 대상에 들지 못했다. 4대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는 인식 자체가 없었다. 그래도 최근에서는 노조가 생기고 나니까 조금 더 활발해지긴 했지만.

Q. 명함에 써 있는 ‘12on 12off’가 구호인가.
위원장: 그렇다.

Q. 12시간 일하면 12시간 쉬게 해 달라는 뜻?
위원장: ㅇㅇ


좌측 하단에 구호가 새겨져 있다. 아직도 이런 말을 해야 하다니..


Q. 영화 산업 노동자들은 하루 종일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아 이런 구호를 내세운 건가.
위원장: 그렇다. 그나마 이 구호를 계속 외치다 보니 근무시간이 좀 줄어든 거다. 예전에는 한 번 나가면 ‘콘티’라고 하는데, 찍을 분량을 미리 준비해 가는데 이걸 다 찍을 때까지 일을 해야 했다. 한 회차라고 보통 얘기한다. 한 회차를 찍는다고 할 때 이게 이틀이 걸리든 삼일이 걸리든 다 찍을 때까지가 한 회차인 거다. 시간 관념이 없는 거다. 그러니 일단 첫 번째가 시간 개념을 알려줘야 된다는 거였다. 이 현장에서. 그래야 일하는 사람도 편하고 합리적으로 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려면 결국 우리는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 이런 취지로 계속 얘기해 왔다.
조재휘: 한국 영화 스태프들이 해외에서 작업하는 경우가 최근에 생기지 않았나. 박찬욱 감독님의 스토커나 뭐 최근에 봉준호 감독님의 옥자나 뭐 그런. 올드보이 때부터 쭉 해 오신 촬영감독님들의 인터뷰를 보면 이런 게 있다. 보통 한국에선 영화를 50~60회차를 찍는다고 하는데 미국은 영화 한 편에 15~24회차 정도면 다 찍는다는 거다.

그런 기준으로 해외에서 작업을 하다 보니까, 그것도 밤을 새서 찍는 게 아니라 정해진 시간 안에 밥 시간도 지켜 가면서 찍는 거다. 시간 내에 못 찍을 땐 조감독이 제지를 하기도 한다. ‘시간 다 됐습니다. 이거 다 못 찍으면 그냥 넘기고 다음으로 넘어가죠.’ 이렇게. 헐리우드 시스템이란 게 이렇다. 그러니 한국에서 계속 주야장천 찍던 분들은 그 시스템에 적응을 못 하는데, 어찌어찌 적응을 하고 나면 다시 한국에 왔을 때 놀라는 거다. 한국식이 얼마나 빡센가를 그때서야 알게 되니까. 그런 측면도 있다.
조감독: (드디어 등장) 안녕하십니까 ㅎㅎ

Q. 드디어 오셨다.
위원장: 이분이 바로 런던 출신 조감독님이다.
조재휘: 해외 물을 드신 유학파다.

Q. 말씀 많이 들었다.
조감독: 다녀온 지 오래 됐다. ㅋㅋㅋ


이래봬도 해외 유학파입니다. ㅎㅎ



천만영화?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Q. 스크린에 오르지 못하는 영화가 많은 걸로 알고 있다.
위원장: 그래서 최근에 6월달부터 진행하고 있는 게 있다. 고정코너인데, ‘쇼미더무비’라고 박스오피스 하위권에 있는 영화를 주제로 이야기해 보자는 취지에서 만든 코너다. 이거 말고 다른 코너도 두 개 더 진행하고 있다. 하나는 ‘디스플러스’라는 코너인데, 한국영화가 요즘 너무 재미 없어서 왜 그런지 본격적으로 까보자는 생각으로 만든 코너다. 그리고 노조에서 운영하고 있는 것 중에 ‘영화인 신문고, 신문고를 울려라’라고 있다.

스태프들이 임금체불을 당했거나 현장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제보할 수 있는 창구다. 임금 못 받은 게 있으면 받게 해 주고 다른 문제가 있으면 그거 해결해 주고 그런 코너라고 보면 된다. 가장 많이 들어오는 신고가 임금체불이다. 돈을 안 주는 회사가 아직까지도 존재한다. 그 회사들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든 까발려야겠어서 이 코너를 만들었다. 물론 돈 안 준다고 해서 무조건 다 오픈하는 건 아니고 상습적으로 임금체불하고 하는 곳 위주로 하려 한다. 조만간 까발릴 회사가 하나 있는데, 작년부터 한 사람한테 6~7건이나 임금체불을 했다.
조감독: 정신 못 차린 거다. 지금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위원장: 이런 사람들 때문에 우리가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해야 한다. 아직까지도 임금을 안 주는 회사가 어딨냐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여기 있다는 거다. 이렇게 3개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질문하신 것처럼 영화를 좀 색다른 시선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박스오피스 뒤집어 보는 걸 하려고 한다. 최하위권 영화를 살펴보는 거다.
조재휘: 그때 녹음할 때 제목이 디스플러스라서 ‘뭐야, 이거 담배인삼공사에서 항의 안 들어와?ㅎㅎ’ 하고 개그를 쳤는데 올라온 거 보니까 짤렸더라.
위원장: (당황) 나는 안 짤랐다.

Q. 왜 짤렸는지 알 것 같…
조재휘: ㅎㅎㅎㅎ…
조감독: 요즘 그런 이슈 있지 않나. 홍상수 감독하고 김민희 배우하고의 스캔들. 근데 이런 건 우리가 못 다룬다.
조재휘: 그건 명예훼손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함부로 건드려선 안 되는 것도 있고. 우리가 공공성을 지향하는데, 그에 부합하지 않기도 하다. 그리고 재미를 추구할 수는 있어도 그런 사건을 가십으로 소비해선 안 된다. 그건 무책임한 거다. 더군다나 우리는 목적성이 분명한 팟캐스트니까. 순위가 안 올라가도.

Q. 박스오피스에 올라와 있지 않은 영화 중 추천해 줄 만한 게 있나.
위원장: 우리도 이제 막 시작한 거라 아직 추천해 줄 만한 영화는 없다. 사실 박스오피스에 올랐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아마 몇몇 작품 빼곤 대부분 모를 거다. 일례로 작년에 개봉작으로 소개된 영화가 230편이 넘는다. 근데 우리가 아는 건 30편~60편이 될까 말까다.

Q. 그것도 안 될 것 같다.
위원장: 그렇다. 박스오피스 상위에 있다는 것은 스크린 수를 많이 차지했다는 얘기고 그만큼 돈을 많이 들였다는 얘기다. 결국은 돈을 많이 들여야 영화로 돈을 벌고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걸로 귀결된다. 우리는 그 반대에 있는 영화도 주목할 필요도 있지 않나 싶어서 이걸 하려는 거다. 그리고 또 안 보는 영화들은 정말 왜 안 보는가에 대한 내용. 이게 우리가 첫 번째로 다룬 주제였다.
조재휘: 이런 문제도 있다. 팟캐스트 개편 후 처음으로 건드린 문제가 영화관 관련된 문제였다.

Q. 스크린 독과점?
조재휘: 그 문제도 있고 좌석별 차등요금제 문제도 있고. 그거 되게 많이 깠었다. 극장 얘기로 잠깐 넘어가 보겠다. 사람들이 흔히 멀티플렉스, 멀티플렉스 생각 없이 말은 많이 하는데 ‘멀티’라는 게 다양성을 말하는 거 아닌가. 최근에 내가 일본 멀티플렉스에서 영화가 걸리는 걸 살펴봤다. 예를 들어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가 전체 10개관에서 2개관을 먹고 있으면 나머지 관들엔 최소한 아무리 소소한 영화라도 하나씩은 걸어 놓는다. 심지어 완전 고전작이라고 할 수 있는 ‘사형수의 엘리베이터’ 그런 영화도 2개관을 차지하고 있다.

시네마테크관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그냥 멀티플렉스에. 즉, 고전 영화도 대작 못지 않게 대접을 받는다는 뜻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독립영화나 B급영화들이 다 관을 차지하고 있다. 거기서 나온 수익으로 독립영화인도 생존할 수 있는 거다. 이런 산업적인 토대를 발판 삼아 영화인들의 생존 기반도 만들어지고 있는 거다. 멀티플렉스가 원래 그러라고 있는 거다. 그런데 한국 극장을 보면 이게 멀티플렉스인가 싶다.
조감독: 외국은 3개 이상 안 건다. 절대 걸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7~8개는 예사다. 전에 고향에 내려가서 조카들이랑 영화를 보러 갔는데 ‘검사외전’이 12개관을 다 차지하고 있더라. 다른 영화는 보지 마란 소리 아닌가. 그나마 애기들 보는 만화가 하나 있더라. 그것도 중간에 1개관 나눠서 하더라. 사실상 12개관 다 차지하고 있는 건데 너무 심하더라. 기본적으로 ‘퐁당퐁당’(영화 시간을 띄엄띄엄 배치하는 것)은 외국에선 전례가 없다. 1개관을 잡으면 그 영화를 오랫동안 쭉 해 준다. 이런 경우는 우리나라가 좀 심하다.
위원장: 재밌는 건 모두가 이게 문제라는 건 안다. 관객들도 알고 우리도 알고 제작자도 알고 투자사도 안다. 근데 문제는 이걸 바꾸려고 하는 적극적인 주체가 없다. 그게 되게 아이러니다. 모두가 문제제기는 한다. 왜 그럴까? 이유는 간단하다. 적극적인 주체가 없다는 말을 다시 뒤집어 보면 모두가 자기 영화도 천만영화가 됐으면 하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인 거다.
조감독: 이중적인 거다.

위원장: 천만영화가 된다는 건 CJ 같은 데서 천만영화가 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줘야만 한다. 그러니까 더 적극적으로 얘기하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싶다. 결국 이런 문제제기를 하는 건 그런 조건을 마련해 준다 해도 천만영화를 이룰 수 없는, 돈을 벌 수 없는 우리 같은 사람들뿐인 거다.

Q. 천만영화는 만들어진다는 표현이 있다.
위원장: 그건 100%다. 우리나라 인구가 5천만인데 천만명이 영화를 본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인구의 1/5이 영화를 본다는 건데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이 영화적이고 문화적이다? 그거는 말이 안 되는 얘기다. 그렇게 문화적인 소양이 있었다면 다른 문화 산업도 같이 커져야 하는 거다. 문화라고 생각한다면. 책이든 연극이든 공연이든 이런 게 같이 커져야 하는데 왜 영화만 커지겠냐는 거다.
조재휘: 그 영화에서도 특정 영화만 관을 잡아먹고 인기를 끌어서 증식을 하는 것뿐이다. 왜 다양성 영화라는 말을 하지 않나. 흔히들 예술영화 상영관에 걸려 있는 영화들. 다양성 영화라는 말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스크린 독과점이 굉장히 심각하다는 것의 방증이다.

Q. 갑작스럽게 죄송한데, 개인적인 질문 하나만 하겠다.
조재휘: ??

Q. 내가 영화평론가를 실제로 만나면 꼭 물어보고 싶은 질문이 있었다.
조재휘: ㅇㅇ 물어보라.

Q. 한국영화 중에 유명한 대작들이 있지 않나. ‘성냥팔이소녀의 재림’, ‘클레멘타인’ 이런 거.



대한민국이 낳은 자랑스러운 레전설 영화 1편,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대한민국이 낳은 자랑스러운 레전설 영화 2편, <클레멘타인>


Q. 이거 어떻게 평가하시나.

위원장: ㅋㅋㅋㅋㅋㅋㅋㅋ
조감독: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조재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성냥팔이소녀의 재림. 부산의 영화 인재들을 엄청나게 말아먹었던 전설의 그 영화. 근데 이거 할 때는 내가 평론가 등단을 안 하기도 했고 어렸을 때였다. 그리고 클레멘타인에 대한 평론은 네이버 리뷰 베스트 댓글로 대신하겠다. ㅋㅋㅋㅋㅋ.


외계인까지 귀화시키는 영화다.


위원장: 그 부분에서도 할 말이 있다. 그 영화 별점이 9.2점인가 그렇다. 처음 보는 사람은 그 영화가 어떻다고 생각하겠나. 실제 작품성이나 대중성이랑 별개로. 결국 ‘보고 싶게 만드는 요인들’은 만들어진다는 거다. 어차피 지금 상영되는 영화도 우리가 안 본 거다. 내가 보고 싶으려면 누군가가 재밌다고 얘기를 해 줘야 하는 거다. 결국은 마케팅인 건데, 그 수많은 기법들 중 하나가 포털 별점이기도 한 거고 천만관객에 들 수 있는 좌석일 수도 있는 거다. 결국 핵심은 ‘사람들이 영화를 보는 것’은 만들어진다는 거다.
조재휘: 첨언하자면 천만영화에는 명확한 특징들이 있다. <태극기 휘날리며>, <왕의 남자>, <괴물> 같이 멀티플렉스가 본격화되기 이전에 천만을 찍은 영화들을 보면 이런 게 있다. 분단 현실을 바탕으로 한, 한국인들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역사의 트라우마를 건드리는 영화들은 대체로 잘나간다. <괴물>도 보면 한국 사회에 내재된 어둠을 어떤 식으로 들춰낼 것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그 괴물 하나 나타나니까 사회 시스템이 완전히 무너져 버리는 파국을 보여준 게 영화 괴물이 아니었나.

그런 식으로 사회적 징후를 보여 주는 영화 혹은 민족주의 감성을 건드리는 영화들이 뜨니까 2007년쯤을 기점으로 해서 대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영화 시장에 직접 투자하고 뛰어들게 된다. 그런 컨셉으로 만들면 영화가 뜬다는 걸 간파하고 영화를 양산형으로 찍어내기 시작한 거다. 그래서 대기업에서 만든 영화들은 대게 3가지 중 하나로 그 컨셉을 규정지을 수 있다. 첫째는 한국의 사회적 징후를 건드리는 영화. 둘째는 민족주의적인 감성을 건드리는 영화. 그리고 마지막으로 헐리우드 장르영화의 본떠 만든 아류 영화. 실제로 그렇다. <7광구> 같은 영화가 <에일리언>의 아류가 되어버리고, <타워>가 <타워링>에 대한 변주인 것이고, <태극기 휘날리며>나 <암살> 같은 영화가 한국의 민족주의를 건드린 것이고.



한국 영화 산업, 어쩌다 이 지경까지 몰린 거야?
Q. 영화 산업 종사자들의 수명이 짧다고 하더라.
조재휘: 나는 개인적으로 한국영화의 전성기는 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였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제작자분들 만나면 ‘그때의 활력이 그립다’고 말한다. 최근에도 <올드데이즈>라고 <올드보이>에 대한 회고다큐가 나왔는데 거기서도 “올드보이 같은 영화를 한국에서 만들 수 있던 시절이 그립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그리운 시절인데도, 영화 노동자 입장에서는 그때도 그리 좋은 시절은 아니었다는 거다.

위원장: 90년대 후반이 어땠냐면, 감독이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그때만한 적기가 없었다. 그때 아니었으면 감독 못 했다. 실제로 그 시기에 감독이나 촬영감독으로 데뷔한 사람만 거의 100명 가까이 된다. 그 뒤로는 후속작을 못 내고 다 사라졌다. 그 이유가 뭐냐,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안 되니까 그런 거다. 이 사람들이 계속 영화판에서 일하고 영화로 밥을 먹고살게 하기 위해서 좀 더 근본적인 게 바뀌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한 거다. 단순히 영화가 많아지고 천만 영화가 늘어나는 것만으로 이런 환경이 바뀌고 나아지는 건 아니라는 거다.
조재휘: 나는 영화를 볼 때 보통 엔딩크레딧에 나오는 스탭들 이름을 다 챙겨보는 편인데, 헐리웃 영화 스탭들을 보면 깜짝 놀란다. 70~80년대에 활동했던 노장 스탭들이 아직도 현역에서 엄청난 활동들을 하고 있으니까.

<007 스카이폴>의 편집을 맡았던 스튜어트 베어드는 예전에 <슈퍼맨>의 편집을 맡았던 사람이고 <엑스맨 : 아포칼립스>의 특수효과를 맡았던 스탭이 <스타워즈 에피소드 4>의 특수효과 담당이었고. 뭐, 이런 식이다.

하지만 또 이런 사람들이 자리를 독식하는가 하면 그건 또 아니다. 그 사람들이 후배를 키우고 후배들이 그 영역을 이어간다. 그리고 무엇보다 스탭들이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적정한 급여와 노동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에 그렇게 오랫동안 프로 의식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거다.

헐리웃 영화를 함부로 욕할 수가 없는 게, 여기는 영화 제작에 참여하는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아주 옛날부터 지속되어왔다. 그런 노력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확고히 자리매김한 스탭들을 만들었고 또 그 스탭들이 지금 헐리웃의 무시무시한 퀄리티를 낳은 거다. 한국은 그게 안 되는 거다. 빨리빨리 소모되니까.
위원장: 한국 영화, 옛날 한국 영화를 보면 그런 게 있다. 90년대 영화만 봐도, 엔딩크레딧 마지막에 올라오는 연출부 누구누구 하는 이름들 중에 익숙한 이름들이 많이 있었다. 그런데 저 사람들이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나 하고 보면, 그 중에 살아남은 사람은 다섯 명도 채 안 된다.

얼마 전에 방송에서도 언급을 했었는데, 개인적으로 ‘10년 전에 영화를 했던 사람이 지금도 하고 있나’가 굉장히 궁금했었다. 그래서 이 사람들이 지금 뭐하고 있나 검색해 봤더니 전부 그 이후로 경력이 단절되어 있더라. 그러니까 일인데도 불구하고 지속할 수가 없는 상황이 계속되는 거다. 헐리웃은 영화가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 게, 물론 돈이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어떤 식으로든 신경 써주고 책임을 진다. 그렇게 해서 더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는 원동력을 만든 게 아닌가 싶다.


이거 정~~말 심각한 문제입니다.


조재휘: (헐리웃의 노동환경 개선 노력은) 역사가 아주 오래됐다. 최근에 나온 영화 중 <트럼보>라는 작품이 있다. 공산주의자로 몰려서 10년 가까이 헐리웃에서 매장당했다가 극적으로 자기 경력을 되찾은 각본가의 실화인데, 이 분은 자기 각본을 가명으로 보내서 영화로 올리고 그랬다. 물론 나중에 다 밝혀졌지만.

그런데 그때 이 사람이 왜 헐리웃에서 미움을 사게 됐냐 하면 ‘작가, 배우, 감독만 돈을 많이 받는데, 그래선 안 되고 스탭들도 먹고살 길을 마련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 하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서운 건 이게 1940년대 이야기라는 거다. 그때부터 이런 논의가 있었던 거다. 한국은 해방이 될까 말까 하던 그때부터.

이런 일도 있었다. 2006년에 일어난 일인데, <타이타닉> 스탭으로 일하기도 했던 조감독 중 한 명이 밤샘 작업을 하고 집에 차를 몰고 가다가 교통사고가 나서 죽었다. 이걸로 헐리웃이 쇼크에 빠지고, 촬영계의 거장 중 한명인 하스켈 웩슬러 촬영감독이 “영화 노동자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실태파악을 해야 한다” 해서 그걸 위한 다큐를 하나 만든다. <누가 더 잠이 필요한가>라는 제목으로. 그런 식의 문제제기가 꾸준히 이어져 온 거다. 그런데 한국은 영화 역사가 짧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유독 더 그런 식의 고민이 없다. 그래서 우리 팟캐스트가 떠야 하는 거다. ㅎㅎ.
조감독: 영화산업의 노동환경이 열악한 건 전세계적으로 다 비슷하긴 하다. 우리나라가 유독 심한 곳 중 하나일 뿐.
조재휘: 어딜 가도 헬조선만 하겠나. ㅎㅎ.
위원장: 우리나라에서 영화가 산업의 범주에 든 것도 아주 최근의 일이다. 속이는 거다. ‘영화로는 돈을 버는 게 아니야’, ‘영화는 예술이지’ 등등. 그런 말들을 하면서 한 쪽에서는 영화로 돈을 번다. ‘영화는 산업이 될 수 없다’라고 하는 그때도 이미 영화는 산업이 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산업으로서 마땅히 이야기해야 할 것들을 놓치고 있었던 거다. 결국 버는 사람만 벌고, 착취 당하는 사람은 계속 착취만 당한다. 굉장히 불합리한 구조다.
조감독: 영화판의 구조상 실력이 있는 사람이 끝까지 남아 돈을 버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공장에서 똑같은 제품을 찍어내는 일이 아니니까. 예를 들면 시나리오가 만들어지고, 그 다음에 작품 기획을 해야 하고. 중간에 멈추는 시간이 너무 많기 때문에 견딜 수 있는 사람만 남고 나머지는 다 나가게 된다.

그래서 구조 자체가 사람이 계속 바뀔 수밖에 없는 형태이긴 한데, 이 상태에서 어떻게 개선해야 하느냐 하면, 나갈 때 나가더라도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인건비는 정확히 챙겨줘야 한다는 거다. 그거마저도 지키지 못하면 문제라는 거다. 외국 같은 경우는 스튜디오 시스템이다. ‘파라마운트’ 같은 제작사 봐라. 엄청나게 크지 않나. 이런 데들은 일도 많이 시키지만 돈도 제대로 잘 챙겨준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제작사 자체가 기본적으로 작다. 외국은 투자사가 아니라 제작사에 힘이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제작사는 그냥 영화를 만들어내는 곳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하청 같은 거다. 그래서 제작사가 힘이 없으니 제작 스탭들도 힘이 없어지는 거다. 이건 당연한 논리다.
그런 감독이 늘어날수록 제작사는 계속 생겨나고, 그렇다고 전에 있던 부조리들을 없애는 것도 아니고. 참고로 지금 등록된 제작사만 2,000여개 정도가 된다.

Q. 하긴, 영화볼 때 제작사 나오는 장면에서 같은 로고가 등장하는 걸 본 적이 없다.
위원장: 내가 알기로 우리나라에서 1년에 한 작품씩이라도 찍어내는 영화사는 한 3개 정도밖에 없다. 그것도 근자에 일어난 일이다.
조감독: 그나마 그런 회사들이 꾸준히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건 감독을 보유하고 있어서 그렇다. 류승환, 최동훈, 윤제균 같은 사람들이 있고 이런 감독들이 내놓은 작품은 믿고 가니까. 제작사 대표도 다 이런 감독들이다.
조재휘: 감독들은 이런 방식을 반복하면서 자기 지분을 높이고 또 다음 영화를 제작하게 되는 거고.
조감독: 영화판에 있지 않은 사람이라면 잘 알 수가 없는 얘기다. 일반 회사하고는 완전히 다르니까.

Q. 개선을 하려고 해도 쉽지 않겠다. 긴 시간이 들 것 같은데.
조감독: 그래도 지금 개선이 많이 된 거다.
위원장: 여기서 조금씩 조금씩 더 이야기를 해 나가야 한다. 그런데 이제 말하다가 부딪히는 건 이제까지 안 해 온 것들이다. 예를 들면 야간에 촬영을 했을 때 그에 대한 수당들. 일부 개선이 되긴 했지만 아직도 그런 이야기를 하면 ‘에이~ 영화판에서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고 한다.

Q.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인데도.
위원장: 그렇다. ‘영화니까 그래야 한다’는 거다. 그런데 영화는 공장에서 계속 같은 제품을 찍어내는 게 아니고 몇십 명의 사람이 3개월이면 3개월, 6개월이면 6개월씩 모여 작품 하나를 만들어 내는 일 아닌가. 순전히 사람들의 힘으로. 나는 그렇기 때문에 그 사람들을 더욱 신경쓰고, 영화니까 이런 (수당) 것들이 더 잘 지켜져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거다.
조재휘: 조지 루카스가 한 유명한 말 중 하나가 ‘영화는 산업이자 곧 예술이다’라는 거다. 굉장히 단순한 이야기인데 이게 실제로 무슨 뜻이냐 하면, 산업적인 뒷받침이 되어야 예술이고 뭐고 할 게 아니냐는 얘기다. 그런데 한국은 예술을 명분 삼아서 그런 뒷받침을 하지 않아 왔다. 그리고 예술한다고 하면 소위 ‘딴따라’라고 할 때의 그 어감이 주는 느낌에서 알 수 있듯 돈 안 되는 짓을 한다는 편견들이 있지 않나.

그러면서 또 ‘예술가는 배고파야 작품이 잘 나온다’하는 말도 안 되는 환상 같은 게 굉장히 많이 퍼져 있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보면 어느 나라나 문화예술의 전성기는 그 사회 혹은 국가의 경제적 전성기와 맞물려 있다. 가장 대표적인 르네상스도 메디치가의 융성기에 시작되지 않았나. 예술가들이 입으로야 힘들다 힘들다 해도 활동을 계속할 수 있다는 건 어쨌든 먹고살 수 있었기 때문인 것 아닌가. 그런데 한국에서는 그런 문제를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영화계도 그런 거지.
Q. 그럼 앞으로도 이런 인식을 개선하는 데 기여하는 방향으로 팟캐스트를 진행할 건가.
위원장: 그렇다. 전반적인 인식 개선과 스탭들 간의 이해도도 높이려고 한다. 그래서 우리가 주요하게 해오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실제로 스탭들을 우리 스튜디오로 불러 직접 이야기를 듣는 거다. 엔딩 크레딧 뒤쪽에 나오는 50명에 대한 이야기다. 어떤 부서의 감독이 아니라 그 감독을 뒷받침하는 스탭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촬영팀, 연출팀, 분장팀 등등의 스탭들이 나와 다른 팀의 스탭과 일반 청취자들에게 ‘우리는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하는 이야기를 직접 들려주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다.
조재휘: 그리고 그분들이 나름의 이야기를 쏟아내고 털어놓을 수 있는 창구 역할도 했으면 한다. 실제로 게스트 분들을 모시면 굉장히 열정적으로 말씀하고 설명하신다. 쌓인 게 많으니까. ㅎㅎ. 이런 식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위원장: 방송이 언제 사라질지 몰라서 그렇지. ㅎㅎㅎ. 어쨌든 영화 노동자들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는 게 매우 유용하다고 본다.

Q. 잘되시길 바란다. 그리고 잘될 거 같다.
위원장: 고맙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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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편 - 인터뷰가 끝난 뒤...

Q. 오늘 고생 많으셨다.

위원장: 아니다. ㅎㅎ. 근데.. 분명히 인터뷰 재밌을 것 같다고 하고 오셨는데 너무 재미없는 얘기만 한 것 같아서 좀 걱정이다.. ㅎㅎ;

Q. 아니다. 재밌게 잘 끝난 거 같다. 다만, (조재휘 평론가님을 가리키며) 분명히 개그를 담당하겠다고 하신 거 같은데 그게 좀 ㅎㅎㅎㅎ
조재휘: ㅋㅋㅋㅋㅋ. 개그를 많이 치고 싶었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너무 억제했나 보다.

우리 팟캐스트가 무르플 꾸렀던 거슨 추진려글 얻기 위함이어따!!!!

이런 것들. ㅎㅎ.

Q. (정색) 한 말씀 드리자면, 그런 거 계속 하면 청취율 안 오를 거 같다...

조재휘: ... 이상하게 요즘 들어
개그가 안 먹힌다. 근데 나 잘하는 거 많다. 예를 들면 ‘넘버3’ 성대모사 같은 것.

Q. 오오.... 연기 하셔도 잘할 것 같다.
조재휘: (신남) 실제로 어떤 감독님이 연기 잘할 것 같다고, 악당 역할 있으면 캐스팅한다고 하셨는데 연락이 없다. ㅋㅋ. 사실 제일 잘하는 게 스타워즈 성대모사인데. ㅋㅋㅋㅋㅋㅋ.

Q. ㅎㅎㅎ

조재휘: (신남x2) 함 들어 봐라.

Q. 앜ㅋㅋㅋㅋㅋㅋㅋㅋ
조재휘: (신남x3) 이런 것도 된다.

Q. 엌ㅋㅋㅋㅋ 이런 건 안 하시는 게.. ㅋㅋㅋㅋㅋ.
조감독: 그만해..
조재휘: 이거 말고도 많다. 외국 배우 성대모사 이런 거.

Q. (정색) 그만하셔도 될 거 같다.
위원장: 워낙 멀티플레이어시다 보니까... ㅎㅎ
조재휘: (신남x4) 스타할 때 멀티 못 세워서 욕 많이 먹었다.

Q. 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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