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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는 한국을 지켜주지 않는다

  • 입력 2016.02.24 12:18
  • 기자명 정봉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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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주 동안 사드(THAAD)에 관해 셀 수 없는 이야기가 쏟아졌다. 그런데 아무리 많은 이야기를 들어도 더 많은 의문이 들 뿐 상황을 속 시원히 이해하기는 힘들다. 기본적으로 이 문제가 숨바꼭질에 가까운 방향으로 흘러가는 탓이다. 사드를 추진하는 쪽은 관련된 사실을 숨기려고 하고, 이를 반대하는 쪽은 사드가 왜 위험한지를 밝히려 한다. 이러니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
늘 지적하듯 한-미간 동맹 관계의 기본은 투명성이다. 그런데 ‘사드’와 관련해서는 한치의 투명성도 보이질 않는다. 사드 문제의 뒤에는 어떤 진실이 숨어 있는지, 또 진실을 숨기려 하는 이들은 무엇을 위해 그렇게 움직이는지 짚어 보자.


1.

우선 사드와 관련된 몇 가지 팩트는 다음과 같다.
1) 사드는 기본적으로 한반도를 위한 방어체계가 아니라 미국을 위한 방위체계이다. 우선 레이더의 방향이 한반도를 향하고 있지 않으며, 사드의 미사일 요격 고도는 50~150km라는 점을 생각하면 명확하다. 북측이 쏘아 올릴 것이라 예상하는 무기 중 요격 대상이 되는 미사일은 한반도 남쪽을 겨냥한 것들이 아니다. 북이 남쪽을 겨냥하는 것은 장사정포, 스커드 미사일 등이다. 그런데 이런 미사일들은 사드 요격 고도까지 올라가지도 않는다. 사드가 겨냥하는 미사일, 미국이 모두 요격할 수 있다고 허세를 떠는 미사일들은 모두 미국이나 일본, 오키나와, 괌 등을 위협하는 것들이다.


2) 미국을 위한 방위체계인 사드를 설치하는 데는 약 2조 원 정도가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 비용 또한 우리측에서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3) 사드는 아직 완성된 시스템이 아니다. 미국 스스로 2012년 수십 가지의 개선 사항이 있다고 밝히며 개발을 중단했던 사업이고, 이를 개선하여 2017년에 실험을 재개하겠다고 공시한 사업이다.
4) 사드는 군사접경지대에 설치할 수 없는 무기다. 사드에서 나오는 강력한 전자파가 3km 이내의 모든 전자장비들을 다 파괴시키는 탓이다. 때문에 사드는 미국에서도 텍사스 사막 지역에 설치되어 있다.

2.
2014년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이 처음 촉발했던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한 논의가, 2015년 5월경 잠시 쏙 들어간 적이 있었다. 그 때 북은 SLBM (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을 했다. SLBM은 현존하는 비대칭 전략무기 중에 가장 위협적인 무기다. 북한은 이 실험이 성공했다고 주장하면서 임의의 수역에서 언제, 어느 때든 미국을 타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배타적 경제 수역인 200해리만 나오면 모두 공해상이다. 그 수역에서는 어느 나라 잠수함이든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데다, 공교롭게도 북한 해군의 주력 또한 잠수함이다. 이런 지점도 위협적이었다.
애초 사드의 군사 전략적, 논리적 배경은 대륙을 날아오는 대륙간 탄도 미사일 ICBM을 요격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SLBM이 튀어나오면서 사드 필요성의 논리가 상당 부분 부정됐다. 북은 지난해 5월에 이어 11월과 12월에도 SLBM을 발사했고 이 실험 또한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그 때, 스스로의 존립 논거가 부정된 사드 배치 논쟁은 잠시 사라진 듯 싶었다.

3.
북한은 자신들의 핵개발이 방어용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래서 핵문제와 평화의 문제를 동시에 일괄타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후, 북은 대통령의 아버지 박정희를 불러냈다. 7.4 남북공동성명을 다시 들고 나온 것이다. 그리고 91년 남북기본합의서, 6.15 공동선언, 10.4 남북선언, 이 역사적 4대합의가 실천될 수 있을 때 남북회담을 하자고 제안했다. 우리나라는 이 주장에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며 일축했다. 핵 문제 먼저 해결하라는 것이었다.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이 전쟁을 할 수 없었던 것은 공포의 균형, 즉 힘의 균형(Balance of Power)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상호간의 무력이 두려워서 균형이 만들어진 것, 바로 이것이 북이 목표로 하고 있는 공포의 균형이다. 그래서 핵도 개발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북한은 2012년 군사적 강성대국 건설을 선언했고, 13년에는 사회주의 수정 헌법에다 ‘핵 보유국가’임을 명시했다. 미국에 ‘군사적인 공포의 균형이 형성됐다’는 선언과 같은 셈이다. 그러면서 핵을 포기하라는 서방 국가들에게 핵 개발 포기와 북-미간 맺어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문제를 일괄타결하자고 말하고 있다.
북한은 ‘북미공동코뮤니케(2000), 9.19공동성명(2015), 2.13합의(2016)’등을 사례로 들며 꾸준히 핵과 평화협정의 맞교환을 주장하지만, 한-미 양국은 핵을 먼저 포기하라고 맞서고 있다. 중국은 이 문제에 있어 북한과 더 비슷한 입장이다.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은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평화협정 체계는 같은 바퀴로 돌아가야 된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4.
2003년 미국은 이라크를 침공했다. 이라크에 대량 살상 무기가 있다는 것이 공격의 이유였다. 하지만 전쟁을 선포한 순간도, 전쟁을 하는 도중에도 대량 살상 무기는 찾지 못했다. 아니 없었다. 전쟁이 발발하기 전에 유엔이 이라크를 살펴봤을 때도 대량 살상 무기가 있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지만 어쨌든 부시는 이라크를 때렸다.


이는 북한이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다. 그들이 공포의 균형을 맹신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실제로 살상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이라크는 공격을 당했지만 핵 무기 보유를 공식 선언한 북한은 미국의 군사적 제재를 받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평화협정으로의 전환은 반대하고 있다. 이런 내용은 백악관을 출입하는 기자들도 의혹을 갖고 있는 부분이다.
이런 점을 종합해 볼 때, 미국의 본심이 평화협정 타결로 한반도의 비핵화를 이루고 평화를 정착시키는 게 아니라는 점은 명확해 보인다. 그게 아니라면 뭘까.

1) 한반도의 전쟁 공포를 조성해 사드 배치를 밀어붙이는 것.

2) 사드의 레이더망을 들어 북이 아닌 중국의 안방을 들여다보려는 것.
3) 군산복합체계를 틀어쥐고 있는 미 극우 보수파로서는 한반도의 국지전을 원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점. 물론 미국 군수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

미국은 국제 외교 관계에서 철저하게 자국의 이익을 중시하고 있다. 외국의 입장에서는 못마땅하겠지만 어쩔 수 없는 냉철한 현실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외교 안보 라인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인가.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아무리 사대적인 외교관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한반도의 전쟁 위협을 방치하거나 오히려 조성함으로써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하는 자세는 도저히 용납되지 않는다.
이제 한반도에서의 국지전은 설사 미국이 한 발을 빼며 일본을 전면에 내세운다고 해도 바로 북-미간 전쟁으로 확전될 것이라는 국제적인 평가가 있다. 5천만 명 이상의 목숨이 달린 문제다. 북의 군사력을 과소평가하면서 강행하는 모험은 이제 위험하다는, 국제 전략 전문가들의 충고를 깊이 새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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