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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째 세계 1위, 친절한 인천공항의 두 얼굴

  • 입력 2016.02.05 15:00
  • 수정 2016.07.08 15:54
  • 기자명 미디어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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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투명인간이었다. 반드시 있어야 했지만 보이면 안 되는 존재였다. 8년 연속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는 커다란 공항은 그 이름을 지키기 위해 언제나 막힘없이 돌아가야 했고 뭐든지 빠르게 처리되어야 했으며 티끌 한 점 없이 깨끗해야 했다. 그들, 인천공항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그 모든 일을 도맡아 했다. 짐을 나르고 승객을 돕고 청소를 했다.

그러나 공항이 보다 완벽한 공간이기를 바라는 '높으신 분'들의 눈에는 그들 역시 치워져야 할 티끌에 불과했다. 인천공항을 방문한 이들은 공항의 큰 규모와 빠른 일처리, 산뜻한 서비스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러나 같은 시간, 그 서비스를 가능하게 만든 노동자들은 화장실에 숨어 빵을 먹고 있었다.

13년을 일해도 월급은 그대로였다. 휴가도 명절도 없었다. 사람노릇은 커녕 24시간 돌아가는 공항에서 교대근무를 하는 탓에 가족들 얼굴 한 번 보기도 힘들었다. 그런데도 월급봉투는 정규직 노동자의 절반도 되지 않을 정도로 얇았다. 인천공항 개항 후 처음으로 터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은 투쟁이라기보다 비명에 가까웠다.

더 이상 투명인간으로 살고 싶지 않다는 절규. 그러나 공항은 이 노동자들을 또 한 번 치워버리려 하는 중이다. 비정규직 자리는 너무도 간단하게 또 다른 비정규직으로 채워졌다. 노동자들이 사람 이하의 대접을 받고 있을 때 외면했던 경찰은 이제야 나타나 이들에게 해산 경고를 내린다.

일해 온 기억을 떠올리기만 해도 서러운 눈물이 치밀어 말을 잇지 못하는 사람들이 근무하는 인천공항. 수많은 절규를 딛고 만들어진 세계 1위는 정말 그 눈물만큼의 가치가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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