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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의 실험은 성공했다

  • 입력 2016.02.04 10:09
  • 기자명 버락킴너의길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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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tvN 드라마의 전성시대가 시작됐다. 이제 이 사실은 누구도 반박하기 힘들 것이다. tvN드라마가 성공을 거둔 데에는 무엇보다 <응답하라> 시리즈의 공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2012년 방영됐던 <응답하라 1997>부터 2013년 전파를 탔던 <응답하라 1994>에 이어 기존의 시리즈와는 달리 '가족 드라마'를 표방하며 모든 세대에서 인기를 구가했던 <응답하라 1988>까지 <응답하라> 시리즈는 tvN 드라마의 든든한 중심축을 맡아주었다. (물론 tvN과 역사를 함께했던 <막대먹은 영애씨>를 빼놓을 수 없다.)

최고 시청률
<응답하라 1997> : 5.109%
<응답하라 1994> : 10.431%
<응답하라 1988> : 18.803%


이처럼
<응답하라> 시리즈가 뼈대가 되어 주었다면 <나인>, <식샤를 합시다>, <로맨스가 필요해>, <갑동이>, <라이어 게임>, <오 나의 귀신님> 등은 그야말로 ''이 되어 tvN 드라마를 더욱 풍성하게 해주었다. 특히 원작인 웹툰을 성실하게 각색했던 <미생>은 시청자들에게 tvN 드라마에 대한 신뢰감을 가져다 주었다. 그리고 <응답하라 1988>이 거둔 성과로 인해 드라마에 있어 tvN은 더 이상 변방이 아니었다.

최고 시청률
<나인> : 2.1%
<로맨스가 필요해 시즌3> : 1.399%
<갑동이> : 2.320%
<라이어 게임> : 1.250%
<식샤를 합시다 시즌2> : 2.989%
<미생> : 8.240%
<오 나의 귀신님> : 7.337%

물론 우려는 있었다. <응답하라> 시리즈를 제외하면 시청률 면에서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할 수 있는 작품은 <미생> <오 나의 귀신님>에 불과했다. 참신하고 독특한 작품들이 제작돼 시청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했다는 측면에선 tvN 드라마가 세운 공이 컸지만, 정작 시청률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것은 뼈아팠다. 위에 정리해놓은 것처럼 호평을 받았던 대부분의 드라마가 1~2%의 시청률에 머물렀다.


온라인 상에서 화제를 몰고 오면서 높은 관심을 받았지만
, 그것이 시청률로 연결되지 않았던 점은 tvN 측에서도 속으로 앓아왔던 고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더 이상 tvN 드라마에 대한 의문은 (당분간은) 불필요할 것 같다. <응답하라 1988>이 떠난 빈자리를 월화 드라마 <치즈인더트랩>과 금토 드라마 <시그널>이 완벽하게 메워내면서 tvN 드라마에 대한 의구심은 기우(杞憂)에 불과하다는 것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평범한 여대생인 홍설(김고은)과 엄친아 선배 유정(박해진)이 만들어가는 캠퍼스 연애물의 동명웹툰을 원작으로 한 <치인트>는 최고 시청률 6.750%를 기록하며 높은 인기를 얻었다. 타임워프(Time Warp)를 소재로 현재의 형사들과 과거의 형사가 무전기로 연락을 취해 장기 미제사건들을 해결하는 수사 드라마인 <시그널>도 최고 시청률 8.239%로 예상을 뛰어넘는 성공을 거두고 있다.
TV 화제성 분석전문 기관인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치즈인더트랩> <시그널>은 화제성 점유율에서 각각 21%, 15.9% 1, 2위를 차지했다. 지상파를 압도한 결과이기에 더욱 고무적이다. 과도기를 넘어선 tvN 드라마는 이제 명실공히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2006년 개국한 이래 흔들림 없는 꾸준한 투자를 통해 변방에서 중심으로 우뚝 선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tvN 드라마가 보유하고 있는 어마어마한 라인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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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의 오과장 이성민이 드라마 복귀작인 <기억>은 복수 3부작 <부활>, <마왕>, <상어>를 완성시킨 박찬홍 감독과 김지우 작가 콤비가 다시 손을 잡은 작품으로, 알츠하이머(Alzheimer'S Disease)를 진단받은 로펌 변호사 박태석(이성민)이 기억을 잃어가는 과정 속에서 깨닫게 되는 삶의 소중한 가치와 가족애를 감동스럽게 담아냈다. 최근 개봉한 <로봇, 소리>에서도 보여줬던 가슴 뭉클한 연기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하균, 유준상, 조윤희가 주연을 맡은 <피리부는 사나이> 3월 방송을 앞두고 있다. 색다른 소재인 '위기 협상팀'을 중심으로 '협상'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냈는데, <라이어 게임>의 김홍선 감독과 류용재 작가가 다시 힘을 합쳤다. 뿐만 아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가인 노희경의 <디어 마이 프렌즈> 5월 첫 방송을 예고하고 있다. 최근 <현정의 틈, 보일 말락>을 통해 진솔한 모습을보여줬던 배우 고현정의 복귀작이라 더욱 주목된다.


새로운 변화, 새로운 창조는 늘 변방에서 나타납니다. 중심부는 언제나 기득권 세력들이 장악하고 있는 영역입니다. 중심부에서는 창조적인 변화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습니다. 인류 역사의 전개 과정을 보더라도 문명의 중심부는 늘 변방으로, 변방으로 옮아갔어요. 왜그러냐면 중심부의 저항이 완고할 뿐 아니라 변방은 정신적으로 자유롭고 새로운 것이 태동할 수 있는 창조의 기반이거든요.

- 신영복 -

변방에 불과했던 tvN 드라마의 이와 같은 성공은 거저 얻은 것이 아니다. 지금의 비약적인 성장세는 10년에 걸친 꾸준한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 창작에 대한 욕구를 최대한 충족하도록 지원하는 제작 환경과 좋은 작품을 알아보는 선구안, 그 작품을 훼손하지 않고 제작진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는 독립적 제작 시스템도 한 몫 했다.
<미생>의 원작자인 윤태호 작가가 "지상파에서 찾아오셨던 분들은 앉자마자 하는 이야기가 '러브라인 안 나오면 안됩니다'고 말씀하시더라. 러브라인이 나오면 그만큼 이야기가 변질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러브라인 보다는 뉘앙스 정도만 있는 드라마로 갔으면 어떨까 싶었다. 하지만 지상파에서는 그런 부분에 대해 포기를 못하더라"고 말했던 것은 지상파 드라마가 얼마나 획일적으로 변질됐는지를 보여주는 유명한 일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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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의 경우에도 SBS 측에서 "재미를 보지 못한 장르 드라마의 부담감" 때문에 편성을 포기했다고 한다. 그 이후에 tvN과 계약을 맺고, 김혜수의 캐스팅에 성공하면서 <시그널>은 지금의 성공을 맛볼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여전히 케이블 드라마의 제작 환경이 지상파에 비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미생>, <시그널>을 연출한 김원석 감독은 "광고 단가도 훨씬 싸고, 제작비도 지상파에 비해 높지 않다. 최근에는 인식이 조금씩 달라졌지만, 그동안은 캐스팅도 힘들었다"고 털어놓는다.
하지만 10년동안 차곡차곡 쌓아왔던 tvN의 고집있는 성과들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탄탄대로를 열 것이다. () 신영복 선생의 말씀처럼, 정신적으로 자유롭고 새로운 것이 태동할 수 있는 창조의 기반인 변방은 늘 새로운 중심부가 되어 왔다. 이를 tvN이 아주 명징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제 지상파가 tvN으로부터 배워야 할 시기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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