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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찰들이 부러워하는 '선진국'의 시위 현장

  • 입력 2015.11.16 17:24
  • 수정 2015.11.16 22:03
  • 기자명 백스프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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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지루한 논란이 반복된다. ‘폭력시위는 금지해야 한다.’ ‘경찰 버스를 부순 게 옳은 행위인가?’ 한바탕 집회가 끝나면 보수 언론의 지면은 선진국에서 그렇게 시위했다가는’ 어쩌고 하는 훈계로 도배된다. 여당의 어떤 의원은 ‘미국에서는 폴리스라인만 넘어오면 사살한다는 그럴싸한 경고로 시위대를 움츠러들게 했다.

진짜 그럴까? '선진국'의 시위대는 폴리스라인을 준수하고 물리적 폭력과는 거리가 먼 아름다운 시위문화를 보여주고 있을까? 우리 시위문화가 후져서 '폭도' 소리를 듣게 되는 걸까? 그들이 그렇게 부러워하는 나라들의 '선진시위 현장'을 살펴보자.

1.
프랑스
혁명으로 공화정을 쟁취한 나라, 폭력시위의 원조국쯤 되는 나라 프랑스. 이 나라에서는 ‘과도한 민주주의탓에 전쟁을 방불케하는 과격한 시위가 흔하게 벌어지며, 종종 경찰들이 주도해서 시위를 벌이기도 한다. 프랑스 사람들은 일단 시위를 시작하면 뭘 하나 부수고 본다.



2013년에 벌어진 프랑스 소방노조 파업. 물대포를 쓰는 쪽은 시위대다.




워낙 중무장을 한 탓에 최루액이든 진압봉이든 잘 안 먹힌다.


차를 뒤집고 불지르는 건 예삿일이다. 고유가에 항의하는 프랑스 어민 시위


프랑스 페미니스트 단체의 시위.

우크라이나 독재자 야누코비치에 항의하기 위해 사진에 소변을 보고 있다.


꽃병(화염병)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2009년 나토 창설 60주년 정상회담 반대 시위



2. 영국

신사의 나라 영국. 하지만 그들이 늘 신사인 것은 아니다. 영국 신사들이 '갓끈'을 풀고 시위를 시작하면 폴리스라인 같은 건 고무줄놀이하듯 넘어다니며, 바리케이트는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난다. 성난 신사들이 건물을 통째로 불질러버리기도 한다. 한국 시위대를 '폭도'라 부른다면, 이 나라의 시위대는 '반군'쯤으로 불러야 한다.

2011년 토트넘에서 발생한 시위. 불심검문을 요구한 경찰과 이에 응하지 않은 흑인 청년 사이에 총격전이 발생했고 이 흑인 청년은 경찰의 총격으로 사망했다. 영국사회의 만연한 인종차별에 분노해 전국적인 시위로 번졌다.




2010년 영국 정부의 대학 등록금 인상 결정에 항의하는 대학생들. 일단 부순다. 진압하면 할수록 더 부순다.



폴리스라인? 그런 거 영국도 안 지킨다.


3. 독일

왠지 근엄하고 법 하나는 칼같이 지킬 것 같은 독일인. 그렇다고 근엄한 시위대를 상상하면 오산이다. 독인인들도 정부정책이 부당하다 생각이 들면 경찰차를 부수고, 경찰을 '체포'하고, 보도블럭을 깨 투석전을 벌인다.


2015년, 정부의 긴축정책에 반대하는 독일인들의 시위로 경찰차 세 대가 전소됐다.




2011년, 세계화 반대 시위. 죽창까지는 아니지만 깃대는 등장한다.




보도블록 투석전의 흔적




2014년, EU 긴축정책에 반대하기 위해 불을 지른 독일 시위대



붙잡힌 경찰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


4. 스페인

투우와 열정의 나라 스페인. 뭐 이나라의 시위는..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


2014년, 긴축정책에 반대하는 스페인 시위대

상가 곳곳이 파손되어 있다.




2014년 유로존 반대 시위, 차벽을 세운 것도 아닌데 경찰차를 공격하는 시위대



2012년, 높은 실업률과 불황에 항의하기 위해 거리로 나온 스페인 시민들



5. 미국

'폴리스 라인만 넘어오면 바로 사살한다'는 바로 그 폴리스의 천국. 만약 그 말이 사실이라면 아래 사진에 나온 시위대는 이미 이세상 사람이 아니겠지.



2015년, 볼티모어에서 경찰에 체포된 흑인이 의문사한 사건에 항의하기 위한 시위가 열렸다.


불타오르는 경찰차



미국 세인트루이스 시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 마이클 브라운이 비무장인 상태로 경찰의 총격을 받아 숨진 사건. 마이클브라운은 학교를 가던 길에 숨진 것으로 밝혀져 세인트루이스 전역에 시위가 번졌다.




방화도 하고





슈퍼마켓을 털기도 한다


보시다시피 우리나라에서는 민주화의 '유물'이 되어버린 꽃병과 보도블럭이 저 나라들에서는 현역 무기로 사용되고 있다. 물론 그들이라고 과격한 시위를 무제한 용납하는 건 아니다. 저 무지막지한 폭력에 그럴만한 사유가 있는지는 따져 보아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한국의 보수 정치인들이 '선진국'이라 부르는 나라 중에 우리나라처럼 시위 현장의 발췌된 화면조각을 전시하며 시위대를 '폭도'라 몰아붙이는 나라는 없다는 사실이다.

'얘들도 그러니까 우리도 다 때려 부시자'는 말이 아니다. 황금 같은 주말을 포기하고 전국에서 10만 인파가 수도 한복판에 모였다. 차벽에 둘러싸인 채 쓰디 쓴 최루액을 맞아가며 한 목소리를 외친다. 그들이 무얼 부쉈는지를 따지기에 앞서, 이 많은 사람들이 왜 이곳에 모였을까, 이 사람들은 대체 뭐가 그리 분하길래 그렇게 차벽을 흔들어 댔을까를 생각해 보는 게 먼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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