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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쓰레기 800만톤이 바다 위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

  • 입력 2015.10.22 10:51
  • 기자명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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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재활용되는 플라스틱은 전체의 10%가 채 되지 않습니다. 대부분은 땅에 매립되는데, 완전히 썩어 없어지기까지 수백, 수천 년이 걸립니다. 사용할 땐 편리해도 쓰레기가 되고 나면 깔끔하게 처리하기가 무척 까다로운 물질이 플라스틱입니다.
그래서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도 꽤 많습니다. 사람이 직접 버리기도 하고, 태풍이나 홍수로 인해 떠밀려 가기도 하죠. 땅 속에서 안 썩는 플라스틱이 바다 위에 떠있는다고 사라질 리가 없으니, 생태학자와 생물학자들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해양 생태계에 미칠 악영향을 크게 우려해 왔습니다.
최근 <사이언스>에 실린 연구 결과를 보면, 2010년 한 해 동안 바다로 흘러들어간 플라스틱 쓰레기는 적게는 500만 톤, 많게는 1,300만 톤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획기적인 쓰레기 처리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는 한 2025년에는 지금보다 네 배나 많은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들어갈 거란 예측이 덧붙었습니다. 그런데 그보다도 더 당황스러운 점은 바다로 흘러들어간 그 많은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어디에 있는지 우리가 정확히 모른다는 사실입니다.




앞서 지난해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PNAS)>에 실린 한 연구에 따르면 대양 한 가운데 총 35,000톤 정도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무리를 지어 떠다닌다고 합니다. 하지만 35,000톤은 인류가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의 1%도 채 되지 않는 양입니다. 나머지 99%는 어디에 있는 걸까요? 해양 생물이 잘게 잘린 플라스틱 조각을 먹어치워서 어떤 식으로든 플라스틱이 다시 생태계 먹이사슬에 들어와있다는 주장이 있지만, 아직 사실로 검증된 건 아닙니다.
<사이언스> 논문 저자들은 전 세계 193개 연안 국가의 플라스틱 생산량, 소비량, 쓰레기 처리 데이터 등을 모두 모아 분석했습니다. 이를 통해 저자들은 2010년 발생한 플라스틱 쓰레기가 총 2억 7,50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대부분은 플라스틱 포장용기였습니다.
저자들은 이 가운데 470만 ~ 1,270만 톤 가량이 바다로 흘러들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이 수치는 육지에서 바다로 흘러든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만을 측정한 것으로, 어선을 비롯한 배에서 직접 나왔을 플라스틱 쓰레기는 포함하지 않은 수치입니다.) 범주 대신 숫자 하나를 꼽으라면 800만 톤으로 추정하는 게 가장 가까울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쓰레기 800만 톤을 모두 이으면 전 세계 모든 해안선을 다 덮고도 남을 것입니다.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25% 가량이 중국에서 나왔습니다.



자, 어쨌든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들어간 건 알겠는데,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요? 이 문제를 살펴보겠습니다.
열대 북태평양 한 가운데쯤에 엄청난 플라스틱 쓰레기 소용돌이가 있다는 이야기는 다들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앞서 소개한 PNAS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현재 대양 한 가운데 이런 쓰레기 더미 소용돌이가 적어도 다섯 개 있다고 합니다. 이 더미들은 하늘에서는 물론이고 배를 타고 가까이 지나가도 잘 보이지 않습니다. 바다 위에 떠있는 게 아니라 수면 아래 있고, 파도에 부서지고 태양에 분해돼 크기도 대개 직경 1cm 이하로 작기 때문입니다. 북태평양에 있는 소용돌이가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대부분 중국에서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여기 모여있고, 바다에 떠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의 1/3이 여기에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여전히 쓰레기 수백만 톤이 흘러들어간 바다에서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게 고작 3만 5천 톤이라는 사실은 많은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연구자들은 직경 1mm가 안 되는 작은 조각들은 흩어졌을 거라고 예측했었지만, 이 더미 속에는 아주 작은 잔해들도 섞여있었습니다. 그럼 대체 나머지 쓰레기는 어디에 있는 걸까요? PNAS에 실린 연구에서 저자들이 제시한 몇 가지 가설을 토대로 여러 시나리오를 소개합니다.


1.
바다로 흘러들어간 쓰레기 대부분이 다시 해안가로 밀려나왔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이 가설은 해안가로 떠밀려온 쓰레기들 가운데 직경이 1mm 이하의 작은 잔해들이 좀처럼 없는 이유를 잘 설명하지 못합니다.


2.
쓰레기들이 아주 잘게 조각나 감지할 수 없는 정도로 작은 입자가 되었다는 주장입니다.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로 태양에 의한 쓰레기나 부유물의 분해가 더 활발히 일어났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3.
플라스틱 쓰레기에 아주 작은 생물이나 유기체가 달라붙어 자랐고, 그로 인해 무거워져서 해저로 가라앉았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이 또한 그럴 듯한 설명입니다. 이에 대해 무거워진 플라스틱이 바다 아래로 가라앉으면 거기에 붙어 살던 생명체는 달라진 환경 때문에 죽고, 다시 가벼워진 플라스틱 쓰레기는 수면으로 떠올라야 한다는 반론이 있습니다.





4.
플랑크톤이나 물고기들이 플라스틱을 먹는다는 주장은 많은 이들을 불안하게 할 만합니다. 동물성 플랑크톤이 플라스틱을 먹는다는 사실은 알려졌고, 잘게 분해된 플라스틱은 플랑크톤이나 작은 물고기들의 먹잇감이 될 만합니다. 저자들은 수심 200 ~ 1,000미터인 중심해(中深海)에 사는 물고기들이 또한 플라스틱을 먹고 배설해 그 성분이 해저에 쌓여있을 거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플랑크톤이나 물고기가 플라스틱을 먹었다면, 그래서 먹이사슬에 플라스틱이 들어왔다면 이는 생태계에 얼마나 심각한 위협일까요? 사실 이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은 아직 없습니다. 바다갈매기 같은 조류들이 큰 플라스틱 조각을 삼켰다가 죽었다는 기록은 있지만 지금 문제가 되는 건 아주 잘게 분해된 플라스틱 조각입니다. 또한 플라스틱 쓰레기에 유해 화학물질이 남았거나 축적돼 있는 경우 생태계에 큰 위협이 될 수 있지만 이 또한 정확히 어떻게 문제가 될지 아직 알려지지 않은 사실입니다.


5.
플라스틱 쓰레기가 극지방의 빙산에 쌓인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2014년 <지구의 미래(Earth’s Future)>라는 학술지에 이런 연구 결과가 실렸는데, 해빙이 형성되고 팽창하는 과정에서 바다에 떠 있던 플라스틱이 자연스레 섞여들어간다는 주장입니다.


6.
아니면 바다로 흘러들어간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이 실제로 정말 적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의 계산이 완전히 틀렸을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사실이 어떻든간에 적어도 지금까지 알려진 연구 결과만 놓고 보면, 바다로 흘러들어간 플라스틱 쓰레기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한 상태입니다.
원문 : V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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