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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총기 소지를 규제할 수 있을까?

  • 입력 2015.08.31 10:10
  • 수정 2015.08.31 15:29
  • 기자명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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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요일, 미국 버지니아에서 생방송 도중 일어난 총기사고로 리포터 두 명이 사망했습니다. 이전 총기 사고 때도 그래왔듯, 미국 내에서는 총기 규제에 관한 국가적 논의가 다시 일었습니다. 이 논의의 일부는 과연 미국 정부가 몇 백만에 이르는 개인 소유 총기를 규제할 수 있는가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미국은 세계 그 어떤 나라보다 개인 총기 보유율이 높습니다.
호주는 미국과 많은 유사성을 지니고 있지만, 호주에서 사용한 정책이 미국에서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단언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호주의 총기 정책에서 얻은 경험을 통해, 어떤 종류의 총기 정책이 효과가 있을지 따져보는 것은 충분히 의미 있는 일입니다.
1996년 10월부터 1년간 호주 정부는 총기 사건을 줄이기 위해 직접적이고 강도 높은 정책을 실행하였습니다. 정부는 개인이 소유한 총기 65만 정을 수거했습니다. 최근 실시한 총기 환매(Buyback) 사업 중 가장 큰 규모였습니다. 그리고 이 정책은 효과가 있었습니다.

1996년 4월 28일, 28세 남성 마틴 브라이언트는 호주 남부 타즈마니아 섬 관광지의 한 카페에서 반자동 소총을 난사합니다. 이 사건으로 35명이 사망했고 28명이 부상당했습니다.

당시 호주 수상이었던 존 하워드가 중도우익 연립 정부를 통해 수상의 자리에 오른지 겨우 6주 만의 일이었습니다. 이 사건 이후, 하워드는 호주인이 너무 많은 총기를 소유하고 있으며 총기를 얻는 과정도 너무나 쉽다는 명확한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그는 2013년 뉴욕타임즈 인터뷰에서 이렇게 회고했습니다.

저는 수상이라는 권위를 활용해, 무고한 시민 35명을 죽게 만든 이러한 무기 소유와 사용을 억제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추진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전국적 총기법안 개정을 위해 연립 정부 의원들뿐만 아니라 주 정부도 설득해야만 했습니다. 이 개정안은 전국 총기 협약(National Firearms Agreement:NFA)이라고 이름 붙여졌으며, 협약은 합법적인 개인 총기소유를 현격하게 제한하였습니다. 또한 이 협약은 국가 내 모든 총기를 등록하고, 총기 구입시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였습니다.

NFA(전국 총기 협약)의 가장 중요한 조항은 자동/반자도 소총과 산탄총 소유를 완전히 금지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총기들은 이미 사용되고 있었기 때문에, 정부는 이들을 수거해야만 했습니다.
호주 정부는 이런 총기를 강제로 환매하는 정책을 시행하여 문제를 해결하였습니다. 그리고 주정부들은 불법으로 규정된 모든 총기를 제거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총기를 반납하는 조건으로 정부는 시장가격을 고려해 측정한 적정한 가격을 총기 소유자에게 지불하였습니다. 또한 NFA는 불법으로 총기를 소유했던 사람이 총기를 반납할 경우 법적 책임을 묻지 않았습니다.

이런 강제 환매 정책이 저항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총기 사용 권한 옹호자들을 설득하러 나설 경우, 하워드는 방탄조끼를 착용하였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폭력을 동반한 저항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환매를 통해 수거된 총기를 포함한, 불법으로 규정된 약 65만의 총기는 비교적 평화롭게 압수되어 파기되었습니다.
한 학술 연구에 따르면, 이 총기 환매 정책을 통해 호주에서 개인이 소유하던 총기의 20%가 수거되어 파기되었습니다. 최근까지의 수입물품을 분석한 연구에 의하면 지난 18년간 수입된 총기의 숫자가 그 당시 줄어든 총기 숫자를 메우지는 못하였습니다.
2011년 하버드 대학교의 다니엘 헤멘웨이와 매리 그리니오티스는 NFA 시행 이후 호주의 자살률 및 살인률에 대해 조사하였습니다. 그들의 결론은 명확했습니다.

NFA는 자살률 및 살인률을 낮추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NFA시행 이후 자살률과 살인률 모두 감소했음을 찾아내었습니다. 정책 시행 이후 7년간 호주에서 총기를 이용한 자살은 그 이전과 비교해 평균 57% 감소하였습니다. 총기를 이용한 살인도 약 42% 줄었습니다.
정책 시행 당시 이미 호주에서 살인률은 점차 줄고 있었기 때문에 줄어든 살인률의 모든 부분이 NFA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살인률 감소의 많은 부분이 NFA와 총기 환매 시행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할 이유는 충분했습니다. 헤멘웨이와 브리니오티스는 이렇게 적었습니다.

첫 번째, 지난 1915년에서 2004년까지의 살인률 변동을 보면, NFA를 시행한 직후 2년동안 살인률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습니다. 두 번째, 인구대비 총기 환매율이 높은 주의 총기 사고 사망이 총기 환매율이 낮은 주보다 더 큰 폭으로 줄었습니다.

NFA가 이런 감소에 정확히 얼마만큼 기여했는지를 측정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어떤 연구는 인구 10만명당 3천5백정의 총기 환수는 총기 사용으로 인한 살인의 50%가 감소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결론지었습니다. 하지만 Vox의 딜란 매튜스 기자가 지적하듯, 이러한 결과는 이미 살인률이 아주 낮아진 호주의 환경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치에 이르지 못합니다.
하지만 같은 연구에서 자살률 변동 수치는 통계적으로 의미를 가지며, 그 결과는 아주 놀랍습니다. 인구 10만명당 3천 5백정의 총기 환매는 총기 사용 자살의 74% 감소와 관련 있습니다. 그리고 총기를 사용하지 않은 자살이 대신 증가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총기 제한이 자살을 방지한다는 근거는 충분합니다. 매튜스가 설명하듯이, 자살은 종종 충동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첫 자살시도 이후 같은 행동이 반복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총은 사람을 효과적으로 죽일 수 있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에 총기를 사용한 자살 시도는 면도칼이나 약을 이용한 자살 시도보다 성공 확률이 높습니다. 총기 제한은 이런 자살 시도의 실패 확률을 높여 생명을 구할 수 있으며, 살아난 사람이 또다시 시도를 할 확률은 적습니다.
호주의 총기 환매 정책은 자살률을 낮추고 살인률을 줄여 많은 생명을 구했습니다. 그렇지만 호주의 경우에서 얻은 교훈이 반드시 미국에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두 국가가 문화적으로 그리고 정치적으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총기를 이용한 폭력과 이런 폭력을 제한할 방법에 대해 생각해볼 때, 호주의 경험으로부터 얻은 교훈은 아주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원문보기 : V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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