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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정말 몰랐을까?

  • 입력 2015.08.27 17:16
  • 수정 2015.09.03 14:51
  • 기자명 김순종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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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박근혜 정부는 집권 반환점을 돌았다. 레임덕을 신경 써야 할 시기가 돌아온 것이다. 하지만 지금 대통령으로서는 레임덕보다 더 골치 아플 일이 터져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종사촌 형부가 특정인의 사건을 무마해주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지난 19일 구속 수감됐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 혐의 사건임에도 별다른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다. 다른 정권의 경우 친인척 비리 정황이 드러나면 모든 언론이 앞다퉈 보도하기 바빴던 것과 차이가 크다. 더구나 이번 사건은 2년 전인 2013년 7월, 박 대통령의 이종사촌 형부인 윤 모 씨에게 돈을 건넨 황 씨가 진정서를 작성하면서 검찰이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논란이 있다. 왜 이 사건이 2년이나 수면 아래에 묻혀 있었냐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윤 씨의 사건에 처음 의혹을 제기한 김경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청와대가 2013년 본 사건을 인지한 뒤 검찰을 압박해 사건이 은폐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의원에 따르면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지난 2008년 경남 통영 아파트 청탁비리 사건을 일으킨 후 5년 간 수배 중이던 황 모 씨는, 2013년 3월 윤 씨를 만나 그에게 자신의 사건을 해결해줄 것을 부탁했다. 윤 씨는 대통령의 이종사촌 형부일 뿐 아니라, 지난 대선 박근혜 캠프의 외곽단체이던 '상록포럼'의 핵심인사로 활동했고, 11대 국회의원을 역임한 인사였다.
황 씨의 이야기에 따르면, 윤 씨는 황 씨의 청탁을 듣고 "이번 대선 때 충청도에서 표가 많이 나오는데 내가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대통령 친·인척 가운데 내가 가장 큰 공헌자"라며 사건을 무마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고 한다. 또한 청와대 비서관은 물론 현직 장관과 청와대 비서관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자신과 잘 아는 사이라고 했고, 이들을 통해 황 씨의 사건을 해결해주겠다고도 했다. 이름이 거론된 당시의 청와대 비서관은 윤 씨가 ‘상록포럼’에 있을 때 해당 단체의 상임이사였다.
황 씨는 이 말을 믿고, 그에게 총 5300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을 건넸다. 하지만 윤 씨의 자신감은 현실에선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황 씨는 윤 씨가 추천해 준 법무법인 변호사와 통영지청에 자진 출두했지만 그날 바로 구속됐다. 윤 씨는 황 씨에게 어떠한 도움도 주지 못했다. 황 씨는 5300만원을 되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윤 씨는 그마저도 돌려주지 않았다. 화가 난 황씨는 2013년 7월 황 씨는 청와대로 보낼 진정서를 작성했다. <일요신문>이 밝힌 진정서의 내용은 이러하다.

지금 윤 ㅁㅁ은 대통령님을 빙자하여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으며, 저 말고도 여러 피해자가 있는 것으로 들었습니다. 다시는 저 같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방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황 씨의 진술이 매우 상세한 점과, 그가 자진출두할 때 윤 씨가 동행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혐의가 사실일 확률은 높다. 또 황 씨가 구속된 이후 윤 씨와 네 번이나 접견을 했기 때문에, 청와대는 이미 2013년 7월 즈음 이 사건을 인지했을 가능성도 크다. 대통령 친·인척과 관련된 사건은 청와대로 곧바로 보고된다는 점, 그리고 윤 씨가 황 씨에게 사건 해결을 부탁할 것이라 했던 청와대 비서관이 공교롭게도 이 일 직후인 2013년 8월 경에 경질된 것을 보면 그렇다.


그럼에도 이 사건은 지난 2년 간 지하 깊숙한 곳에 묻혀져 있었다. 그리고 박 대통령의 형부인 윤 씨가 구속된 지금도, 대다수 언론이 이 사건에 침묵하면서, 또 다시 유야무야 잊혀지고 있다. 대통령과 관련된 권력형 비리 사건임에도 그렇다.
필자가 확인해 본 결과 윤 씨에 대해 무게있게 다른 언론은 <일요신문>, <미디어오늘>, <노컷뉴스>,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정도였다. 대다수 언론은 윤 씨에 대해 거론하기보다, 이 사건과는 별개로 황 씨에게 공무원을 소개해주고 돈을 받은 제갈 모 전 대전국세청장의 체포 소식에 중점을 두고 보도했다.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보다 전직 지방국세청장의 비리가 더 중요한 이슈로 다루어진 적이 또 있었던가?
어쨌든, 박근혜 대통령의 이종사촌 형부인 윤 씨는 이번 사건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는 지난 7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무슨 일인지도 모르고, 할 얘기도 없다."라며 "사실관계가 다른 것이 보도가 됐기 때문에, 명예훼손으로 해당 보도를 한 언론사와 제보자를 고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이 사건에 대해선 여전히 많은 의문점이 남아있다. 2013년 청와대가 이를 인지했는가, 그리고 사건을 인지하고도 검찰에게 사건을 덮으라는 지시를 내린 것은 아닌가, 검찰 또한 왜 2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윤 씨를 구속한 것인가 하는 점 등이다. 청와대와 검찰이 이 사건을 인지하고도 덮었다면 이는 직무를 유기한 셈이다. 청와대가 검찰에 압력을 가했다면 더 큰 문제다.
언론에도 책임이 있다. 이들은 권력을 견제해야 한다는 언론의 본분을 망각한 채 박근혜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 혐의에 눈을 감고 있다. 이들 역시 직무를 유기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윤 씨의 금품 수수 사건에 대해선 반드시 실체적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 정치권을 향한 불신이 쌓일 대로 쌓인 지금 우리 사회에서, 권력형 비리는 가장 경계해야 할 죄 중 하나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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