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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노무현이 대북 심리전을 중단한 탓이라고?

  • 입력 2015.08.24 10:41
  • 수정 2015.09.03 14:54
  • 기자명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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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함지뢰 사건과 경기도 연천 포격 도발 사건으로 위기에 처했던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상황에, 남북 고위급 접촉이라는 카드가 등장했습니다. 남측에서는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북측에서는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노동당 비서가 대표로 나왔고, 이들은 지난 8월 22일 오후 6시 30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만났습니다. 남북은 8월 22일을 시작으로 8월 24일 새벽까지 무박 2일을 넘기는 장시간의 협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양측의 견해 차이가 워낙 커서 쉽게 결론이 나지 않는 듯 합니다.

남과 북이 만났지만, 달라도 너무 다른 상황
남과 북은 서로 무기와 병력을 휴전선 쪽으로 이동하며 군사적 긴장 상황을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이 고위급 접촉의 결과가 미궁에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남한은 목함지뢰 사건과 포격 도발에 관한 사과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대북 확성기방송 중단을 요구합니다. 요구사항을 서로 주고 받으면 끝날 것 같지만, 북한이 도발 자체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쉽지 않습니다.


북한은 2004년 6월 3일의 제2차 남북장성급 군사 회담에서 나온 '군사분계선 지역에서의 선전활동 중지 및 선전수단 제거에 관한 합의'를 근거로 들며 들며 대북 방송 중단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남한은 북한이 목함지뢰 사건으로 먼저 도발을 했기에 대북 방송을 재개할 명분이 충분했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북한이 도발 자체를 부정하는 탓에 진전이 없는 것입니다. 결국 이번 회담은 소극적인 합의로 끝날 가능성이 큽니다. 남측은 약간의 대북 경제 제재를 해제하고 북한은 유감 표명과 비상 해제를 하는 수준으로 예상됩니다.

이 모든 것이 노무현 때문이다?
그런데 북한이 이런 고집을 부리는 일이, 노무현 대통령의 책임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TV조선은 대북심리전을 두고 <노무현 정부 때 중단.. 남북 대화 성과 욕심에 포기>라는 제목의 보도를 내보내며 이를 노무현 정부의 실책으로 돌렸습니다.

ⓒTV조선캡처

TV조선의 논리는, 노무현 대통령이 남북대화의 성과를 내기 위해 대북 심리전을 중단해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식입니다. 그러나 남북 관계의 진전을 위한 대북 방송 중지는 노무현 정권에서 처음 벌어진 것이 아닙니다.
박정희 정권 하의 1972년 7월 4일, 이후락과 김일성이 만나 성사된 '7.4 남북 공동 성명' 이후에도 대북방송은 중단됐습니다. TV조선이 말하는 대로라면, 박정희 대통령 또한 남북 대화의 성과를 낼 욕심에 대북 심리전을 포기한 셈이 됩니다. 이명박 정권도 천안함 사건 이후 대북방송을 하기 위해 전방에 스피커와 앰프 등을 설치한 적이 있지만, 혹시나 있을 북한 포격이나 군사적 긴장 고조를 우려해 실제 방송은 하지 않았습니다.
정치적 성향과 성과주의를 떠나, 남북의 군사적 긴장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면 어떤 대통령이든 대북방송을 중단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대북방송은 성과가 높은 심리전 수단 중의 하나입니다. 그러나 대북방송만이 남한의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다는 논리는 우리가 절대적인 군사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평소의 주장과 모순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남북 군사회담, 노무현 29회, 박근혜 단 1회
진심으로 전쟁을 원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전쟁을 막으려면 우선 많은 대화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이제까지 남과 북은 여러 차례 만나 대화를 이어왔지만,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뒤 남북의 군사회담은 단 1회에 그쳤습니다. 국민의 정부가 16회, 참여정부는 29회, MB 정부가 3회의 군사회담을 열었던 것을 감안하면, 현격하게 적은 수치입니다.


2000년 제주와 판문점에서 열린 제1차 남북국방장관회담과 제1차 남북군사실무회담을 시작으로,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는 남북군사회담을 수십 차례 열어 북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특히 참여정부는 '남북 함정간 공용통신망 개설'이나 '북측해역 선박조난시 남한 구조함정과 초계기 진입 허용' 등을 통해 효과적인 긴장 완화 대책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남과 북이 만난다고 무조건 협의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대화가 늘어날수록 전쟁의 위협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 CNN이 보도한 남북관련 전쟁 위협 뉴스 ⓒCNN캡처

이런 성과를 두고, 돈으로 산 가짜 평화라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전쟁이 발발할 경우 생겨날 인명피해와, 전후 우리나라가 떠안게 될 경제 손실에 비교하면 오히려 적은 비용이 드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경제 위기를 논하며 수출과 성장의 효과를 아무리 강조한다 해도, 전쟁의 공포는 이 모든 것을 한 번에 무너뜨릴 수 있는 까닭입니다. 이제 시작한 한 번의 군사회담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언론은 박근혜 대통령이 전쟁의 공포를 해결했다며 떠받드는 것을 접어두고, 그동안 우리가 왜 군사회담에 소극적이었는지를 분석하며 재발 방지를 청해야 할 것입니다.

필자 주 : 남북회담본부 자료를 보면 참여정부가 29회이나, 통일부 발간 자료를 보면 32회로 되어 있다. 그러나 통일부 통계 자료를 보면 연도별 자료에 차이가 난다. 이 글에서는 남북회담본부 자료를 인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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