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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전자담배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 입력 2015.06.30 10:55
  • 기자명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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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적인 금연 보조제, 혹은 몸에 덜 해로운 새로운 담배라는 찬사부터 공중보건에 가장 큰 위협이 될 문제의 제품이라는 우려까지, 출시 이후 지금까지 전자담배를 둘러싼 논란은 잠시도 멈춘 적이 없습니다. 이 기사를 쓰기 위해 심층적으로, 다각도로 문제를 살펴보고 인터뷰한 결과 내린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린 전자담배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

(
기존의 담배보다) 전자담배가 건강에 덜 해롭다는 주장에 많은 과학자들이 동의하고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는 당신이 이미 오랫동안 담배를 피워온 흡연자로 니코틴에 상당히 중독돼 당장 담배를 끊기 어려울 때나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담배를 피우지 않던 사람이, 혹은 예전에 피우다 끊은 사람이 전자담배를 피우는 건 어리석은 짓입니다. 전자담배가 기존의 담배보다는 조금 덜 해로울지 몰라도 건강 제품이라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전자담배를 오랫동안 피웠을 때 우리 몸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장기적으로 추적한 연구는 아직 없습니다. 다시 말해, 우리는 아직 전자담배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뜻입니다.


현재 시중에는 약
5백 개 브랜드에서 출시한 7천여 종의 전자담배 제품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각기 니코틴 함유량도 다르고, 들어 있는 독성 물질, 발암 물질도 조금씩 다릅니다. 전자담배 전체에 대해 단정적인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입니다. 또 다른 문제는 연구의 객관성입니다. 전자담배와 관련된 연구 셋 중 하나는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당사자들이 얽혀있는 연구이거나 객관적으로 문제를 다루지 못했습니다.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뜻이죠.
담배가 인체에 해롭다는 연구를 계속해온 연구진들은 전자담배도 마찬가지로 백해무익하다는 의견을 내놓습니다. 이들 가운데는 담배 자체가 백해무익하니 담배 회사들을 더욱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부류도 있고, 아직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려지지 않은 제품을 유통시켜서는 안 된다는 공중보건 학자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순한 담배가 몸에 덜 나쁘다는 근거 없는 믿음을 소비자들에게 심으려 노력했던 담배 회사들을 한 목소리로 규탄합니다. 반면 전자담배에서 조금이나마 긍정적인 부분을 찾아내야 한다고 믿으며 이를 연구하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전자담배가 그나마 덜 해롭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다면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다고 이들은 믿고 있습니다.
전자담배와 관련해 믿을 만한 과학적 연구를 찾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수많은 연구들이 연구 방법론에서부터 기본을 지키지 않아 과학 연구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의 형편 없는 수준이고, 담배 회사나 다른 이익 단체로부터 지원을 받고 연구에 필요한 양심은 팔아버린 채 결과를 짜맞춘 연구도 널렸습니다.

그나마 믿을 만한 연구는 이 두 가지입니다.
[연구 1]
[연구
2]

여러 연구들을 종합, 검토해 내리는 비평(review)들 가운데도 업계의 지원금을 받지 않은 글을 찾기 어려운데, 그 중에 찾아낸깨끗한비평은 전자담배 연구의 어려움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전자담배가 안전한지에 대해 아직 어떤 확정적인 결론도 내릴 수 없다. (연구의) 방법론에 문제가 많으며, 이해 관계 당사자들이 연구에 얽혀있는 경우도 많고, 연구의 절대적인 숫자도, 규모도 모두 충분히 크지 않다. 여기에 결과도 일정하지가 않고 제각각인 데다가 장기적인 관찰을 토대로 한 연구는 거의 없다.


지난해 미국 예방의학지에 실린 이 비평은 전자담배에 관한 총 76편의 연구를 검토해 쓴 것인데, 이 가운데 무려 26편의 저자들이 (연구에 불필요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이해관계 당사자이거나 이들의 돈을 받는 등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자담배 제조업체로부터 직접 돈을 받고 연구를 진행한 이들도 있었고, 금연 클리닉 혹은 금연 보조제 제조업체의 자문을 맡고 있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일반화 하기 어려운 전자담배

전자담배의 종류가 매우 다양한 것도 연구의 어려움입니다
. 같은 전자담배라고 해도 성분과 맛, 향이 제각각이고, 니코틴을 비롯해 그 물질을 태우고 체내로 흡입시키는 방법도 모두 같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기술이 매우 빠르게 변하고 있기도 합니다. 엄밀하게 따지면 전자담배에 대한 어떤 일반화된 결론을 내리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일 수도 있는 겁니다.


게다가 전자담배가 시중에서 팔려나가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탓에 그에 대한 연구 자체가 여전히 초보 단계라는 것도 문제라면 문제입니다
. 심사(peer review)를 거친 학술지에 관련 연구가 처음 실린 것이 불과 5년 전입니다. 10, 20년 이상 장기적으로 추이를 추적하며 관찰해 결론을 내린 연구를 애당초 지금 기대한다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전자담배의 원리부터 살펴보죠. 배터리로 작동되는 전자담배는 프로필렌 글리콜(propylene glycol) 혹은 식물성 글리세린(vegetable glycerin) 성분에 향과 다른 첨가물을 섞은 용액을 가열해 증기로 만듭니다. 흡연자는 이 증기를 흡입해 니코틴을 채웁니다. 그 향은 과일향부터 캐러멜 마키아또 향까지 다양합니다. 전자담배의 인기는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는데, 미국 질병관리본부(CDC,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2013년과 2014년 사이에 중, 고등학생 사이에서 전자담배 이용이 세 배나 늘었고, 오는 2017년이면 전자담배 판매가 전통적인 담배 판매를 추월해 시장 규모가 1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전자담배 업체가 주장하는 가장 큰 장점은 전자담배에는 실제 담뱃잎으로 만든 담배 성분이 없고 몸에 안 좋은 독성 물질, 발암 물질은 없거나 있어도 그 양이 현저히 적다는 것, 그리고 담배 피우는 사람이 내뿜는 담배 연기에 타르나 일산화탄소 등 나쁜 물질이 없다는 것입니다.


정말 그럴까요
? 이에 대한 답은 미국 심장 협회(American Heart Association)의 공식 의견은 다음과 같습니다. “전자담배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제대로 연구되지 않았다. 특히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우리는 여전히 아무 것도 알지 못한다.” 지금까지 진행된 단기적인 효과를 확인한 연구를 보면, 건강한 사람들이 (비교적) 짧은 기간 (전자담배를) 피웠을 때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이 연구 결과가 소수의 샘플만 갖고 도출한 초기의, 잠정적인, 임시 결론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전자담배의 연기, 그리고 용액이 정말 안전한지도 논쟁의 대상이자 연구 주제입니다. 로스웰 파크 암 연구소의 고니에비츠(Maciej Goniewicz) 박사는 오랫동안 전자담배 연기를 분석해 왔는데, 그가 12가지 제품의 연기를 분석한 결과 증기의 성분은 대개 니코틴 혹은 니코틴 용액이었습니다. 또한 전자담배 연기에는 기존의 담배 연기보다 독성 물질이나 발암 물질이 훨씬 적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프로필렌 글리콜이나 글리세린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대체물질이라고는 해도, 그 장기적인 효과에 대해서는 여전히 알려진 것이 없습니다. 이 물질을 극장에서 연기를 피우는 데 썼다가 관객 가운데 일부가 폐에 불편함을 느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고니에비츠 박사는 또한 일부 전자담배 제품에서 폐암을 일으키는 성분으로 알려진 포름알데히드나 아세트알데히드가 검출되기도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단기적으로는 덜 해로운데 장기적으론 어떨까

문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옵니다
. 아직 장기적인 효과를 모른다는 것, 그리고 제품이 워낙 다양하고 성분이 제각각이라는 점입니다. 전자담배 연기에 노출된 세포가 기존 담배 연기에 노출됐을 때와 똑같이 반응한다는 연구는 전자담배도 궁극적으로 폐암을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독성물질 함유량도, 용액을 가열해서 증기로 만드는 방법도 각각 다른데, 담배를 태울 때 열을 지나치게 많이 가하면 독성 물질이 더 많이 나오는 것도 일반화를 어렵게 합니다. 오클랜드 대학(University of Auckland) 공중보건 대학원의 불렌(Chris Bullen) 교수는 최근 개발된 제품들은 대개 용액을 지나치게 가열하는 것을 방지하는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만큼 자체적인 결함으로 인체에 유해한 알데하이드 같은 물질이 생성될 가능성을 낮췄다는 것이지만, 동시에 불렌 교수는 많은 제품들이 품질이 균일하지 않다는 점을 들어 신제품이라고 무조건 안심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를 덧붙였습니다.


아직 연구 결과가 충분히 쌓이지 않았음에도
, 과학자들은 대개 단기적인 효과만을 놓고 봤을 때 전자담배가 기존 담배보다 인체에 덜 해롭다는 주장을 지지하는 편입니다. 장기적으로 인체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계속 연구를 해야 할 문제입니다. 담배 연구 센터(Center for the Study of Tobacco Product)의 아이센베르그(Thomas Eissenberg) 박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마도 전자담배를 (오랫동안) 피운 사람이 담배 때문에 걸리는 병(tobacco-caused disease)에는 (기존 흡연자보다) 덜 걸리겠죠. (전자담배에는 담배 성분은 없으니까요.) 대신 전자담배를 피워서 걸리는 병(e-cigarette-caused disease)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갈지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기존 담배보다 훨씬 안전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훨씬 치명적일 수도 있어요. 아직은 아무도 모릅니다.


전자담배는 금연 보조제일까?

전자담배가 금연 보조제로 훌륭한 역할을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이는 몇몇 연구를 통해서 어느 정도 효과가 입증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연구들을 검토한 이들 가운데는 여전히 연구 샘플 수가 작고 신뢰구간도 지나치게 넓으며, 사례도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어 아직 단정적인 결론을 내릴 수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연구 방법론의 기초에 해당하는 무작위 시험 통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연구가 많은데
, 예를 들어 담배를 끊으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금연 패치와 전자담배의 효과를 비교한 한 연구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실험 참가자들이 금연 패치를 선택했을 경우 약국에 가서 직접 패치를 사야 했지만, 전자담배를 선택하면 제품을 집으로 배달해줬기 때문입니다. 이는 결론을 왜곡하기에 충분한 형편 없는 시험 설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자담배가 금연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관찰 결과도 있습니다. 2014년 발표된 한 연구는 전자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금연에 성공하거나 하루에 피우는 담배 개비 수를 줄이지 못했다고 결론 내렸고, 2015년 발표된 연구도 전자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기존의 담배를 끊거나 개수를 줄이려는 시도는 더 하지만, 실제로 금연에 성공하는 비율은 딱히 높지 않았다고 지적합니다. 하지만 이 두 연구는 무작위 실험이 아니라 설문조사를 종합한 분석에 불과합니다. 과학적 결과로 받아들이기엔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죠.
전자담배가 인기를 끌면서 전체 사회적으로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던 흡연률 자체가 반등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점점 커집니다. 특히 전자담배 때문에 니코틴에 중독되는 사람들이 자꾸 늘어난다면, 결국 기존의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 숫자마저 늘어날 수도 있는 일입니다. 전자담배가 담배나 다른 약물로 가는 일종의 징검다리가 되는 셈이죠. 전자담배에 우호적인 연구진들은 이런 우려를 일축합니다.

이들은 질병관리본부의 자료만 봐도 청소년의 전자담배 사용률은 세 배 늘었지만, 전통적인 종이 담배 흡연율은 줄었다는 점, 다른 연구에서도 기존에 담배를 피우지 않다가 전자담배를 피운 사람들의 대부분이 다른 약물이나 담배로 옮겨가는 비율이 매우 낮았다는 점을 이유로 듭니다. 하지만 여전히 전자담배를 우려하는 연구진들은 전체적인 니코틴 중독률이 높아지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기존의 애연가들이 담배를 끊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전자담배가 없었다면) 아예 담배에 손을 대지도 않았을 자라나는 세대의 청소년들이 니코틴에 노출되는 것 자체가 나쁘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니코틴에 대해 이야기를 해봅시다. 전자담배를 옹호하는 학자들은 특히 니코틴 자체는 인체에 해롭지 않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문제는 니코틴이 아니라 담뱃잎이나 다른 성분이라는 거죠. 반대로 담배가 백해무익하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은 니코틴 자체도 인체에 해롭다고 단호히 말합니다. 아마도 진실은 양극단 사이 어딘가에 있을 겁니다. “니코틴은 담배에 들어 있는 중독 물질로, 니코틴이 유발하는 직접적인 피해는 (임산부에게 나타날 수 있는 심각한 부작용을 제외하면) 담배에 들어있는 다른 물질에 비해 상당히 미미하다는 게 학계의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담배를 끊으려면 적당히 니코틴을 주입해주면서 점차적으로 줄여나가야 하는데
, 전자담배가 니코틴을 제대로 공급하느냐는 것도 논란의 대상입니다. 연구 결과를 보면 대개 전자담배로 채우는 니코틴 양은 기존 담배의 30%에 불과합니다.

(V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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