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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애만이 '리얼 러브' 라는 주장에 대한 헌법의 답변

  • 입력 2015.06.08 15:41
  • 수정 2015.06.09 09:47
  • 기자명 영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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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간의 사랑만이 리얼 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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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동영상이 페이스북에서 화제가 됐다. 동영상에는 남녀 한 쌍이 등장했다. 이들은 알파벳 W가 인쇄된 종이를 들고, 먼저 여성 앞에 W, 남성에게 뒤집어 건네주며 M을 만들면서 “저는 여자 OOO와, 저는 남자 OOO와 참사랑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외쳤다. 여기에서 끝났다면 유난하지만 귀여운 한 쌍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동영상은 이어졌다. “진정한 사랑은 남녀가 함께하는 것이기에 동성애에 반대”한다고 덧붙이면서 이 메시지를 다른 남녀 부부가 함께 전해주기를 원한다고 이야기했다. 작년 유행한 아이스 버킷 챌린지의 릴레이 형식을 따른 것이다. 이들은 자신의 동영상에 “동성애 반대 참사랑 운동, <리얼 러브 메시지>”라고 이름 붙였다.

- 동성애 반대 참사랑 운동 -

1.커플 or 부부와 함께 영상을 찍는다.
(W를 여자 앞에 놓으며) - Woman을 의미
남: 저는 0000 여자 000 와
(W를 뒤집어 M을 남자 앞에 놓으며) - Man을의미
여: 저는 0000 남자 000 와
(둘이서 같이 하트를 만들고)
함께: 참사랑을 하고 있습니다.
대사 후 반대운동에 대한 메세지!와
두 커플 or 부부에게 태그추천!
ex)진정한 사랑은 남녀가 함께하는 것이기에 동성애를 반대하고 또 퀴어문화축제를 반대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운동을 000커플과 000부부가 이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2.동성애 반대운동 참사랑운동 '리얼러브 메세지'
라는 제목과 함께 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린다.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어디까지 갈지 모르지만 우리가 참사랑이 무엇인지 모두에게 알려 동성애와 퀴어문화축제를 막아봅시다!* 작은 실천이 큰 변화를 이룹니다*


알파벳 W가 뒤집으면 M이 된다는 사실을 처음 깨닫고 적잖이 놀랐다. 하지만 알파벳이 뒤집어지기 때문에 Woman과 Man이 만난 사랑만이 진정한 사랑이며, 그 외 다른 사랑은 거짓이라는 주장은 납득이 되지 않았다. 겨우 알파벳 한 개의 모양이 변태하는 게 그들 주장의 유일한 근거였을까. 아니다. 보수 개신교가 동성애, 그리고 동성애자들의 사회 참여에 극렬하게 반대하는 것을 주지의 사실이다. 참사랑 운동, <리얼 러브 메시지>를 시작한 이들도 “남녀 간의 사랑이 하나님이 주신 올바른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개신교인들이었다.



Macklemore와 Ryan Lewis 의 "Same love"


보수 개신교가 동성애를 반대하는 이유는 성경이 동성애를 금지하기 때문이다. 성경에 따르면,신은 먼 과거에 동성애 문화에 분노하여서 도시를 불벼락으로 심판하였고, 역시 먼 과거에 영원토록 변하지 않을 율법으로 성소수자를 돌로 쳐서 죽이라고 명령했다. 보수 개신교인들은 동성애를 향한 신의 혐오가 지금까지 계속된다는 믿음에 따라 동성애를 반대한다. 동성애가 가정을 파괴한다거나 성적 문란을 조장한다는 등의 이유는 부차적인 것에 불과하다. 만일 신이 동성애를 엄벌하지 않았다면 그들은 동성애를 반대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의 원칙

성경을 믿는 모든 사람들이 동성애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성경이 당대의 사회문화적 맥락 속에서 기록되었기 때문에 시대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는 견해도 상당수 존재한다. 카톨릭은 지난 해, 교황이 성소수자가 하나님을 찾고 선의를 갖는다면 내가 누구이기에 그를 정죄하겠는가라고 발언하면서 동성애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한국 개신교의 주류는 여전히 성경을 이유로 동성애를 반대하며 공격적인 태도를 보인다. <리얼 러브 메시지>도 그 일환이었다. 그런데 우리 헌법에 비추어 본다면 이 태도는 옹호될 수 있을까. 종교에 관하여 헌법 제20조는 다음과 같다.

헌법 제20조
①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②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

헌법 제20조 1항에 따라 모든 국민에게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다. 개인이 종교적인 신념에 따라 동성애에 대해서 부정적인 견해를 갖는 것은 신앙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보호가 된다. 개인이 모여서 동성애에 부정적인 교리를 확립하고 이를 교육하는 것 역시 종교교육의 자유로써 인정될 여지가 있다 하지만 '신앙의 자유로 보호된다'는 이야기는 개인의 생각에 머물 때 법이 간섭하지 않겠다는 것이지, 아무 곳에서나 동성애 혐오 표현을 해도 좋다는 말이 아니다. 다시 말해, 혐오의 감정이 신앙과 교회의 울타리를 넘어서 혐오 발언으로 등장할 때 이는 종교의 자유로 보호받지 못 한다.
우리 헌법재판소도 “종교적 행위의 자유는 신앙의 자유와는 달리 절대적 자유가 아니(헌재 2001. 9. 27. 2000헌마159)”라고 본다. 이는 헌법 제19조의 양심의 자유에 관하여 내심과 표현을 이분하는 태도를 종교의 자유에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양심의 자유 중 양심형성의 자유는 내심에 머무르는 한, 절대적으로 보호되는 기본권이라 할 수 있는 반면, 양심적 결정을 외부로 표현하고 실현할 수 있는 권리인 양심실현의 자유는 법질서에 위배되거나 타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법률에 의하여 제한될 수 있는 상대적 자유(헌재 1998. 7. 16. 96헌바35)”라는 판시를 종교의 자유에 반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혐오의 감정이 비록 종교적 신앙이라고 해도 그것이 외부로 표현되는 한 헌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 누군가를 부인하고 억압하는 교리라면 더욱 그러하다.



나아가 헌법은 국교를 부인하고 정교분리의 원칙을 선언한다. 개신교는 우리 국교가 될 수 없으며, 성경의 율법은 한국 사회를 규율하는 규범이 아니다. 정치와 종교가 분리됐기 때문에 공적 영역의 결정은 특정 종교의 교리로 재단되지 않는다. 물론 정교분리의 원칙이 종교가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선거 등의 과정을 거쳐 정치 세력으로 형성되는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아데나워, , 메르켈 등의 총리를 배출한 독일의 기독교 민주연합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정치적 과정이 없이 종교가 그 자체의 모습으로 타인의 기본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도록 알력을 행사하는 것은 정교분리라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행동이다. 헌법은 분명히 모든 국민이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으며(10), 누구든지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선언하며(11), 성소수자도 예외가 아니다. 개신교의 교리가 사회 내에서 성소수자를 억압할 수 없다.

국교의 부정, 그리고 정교분리의 원칙은 1789년 프랑스 헌법에 처음 기재되는 등 18세기 말 서양 헌법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16, 17세기 종교개혁의 시기 카톨릭만을 국교로 인정하는 유럽 국가들은 개신교를 부인하고 개신교인들을 탄압했다. 여기에 개신교인들은 저항하면서 전 유럽은 종교와 신념을 이유로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지난한 전쟁에 시달렸다. 이내 서로 입장이 다른 것을 관용하자는 반성이 등장했다. 국가는 종교와 거리를 두고 세속화되기로 결정했고, 이를 통해 개신교인들은 신앙의 자유를 얻었다. 과거 정교분리의 원칙을 통해 보호받은 개신교인들이 지금에 이르러 성소수자들을 차별∙배제하기 위해 정교분리의 선을 넘는 것은 역사적인 아이러니이다.


분노와 혐오를 멈추기를

개신교인들은 헌법의 이야기를 동의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그들에게 헌법은 하나님의 법 아래 있는 것일 뿐이다. 세상의 창조자이자 세상을 움직이는 전능한 하나님이 어떻게 헌법의 제한을 받겠는가. 세상의 법과 상관없이 의연하게 하나님의 명령을 실천하는 사람들, 그들은 실로 신의 의지를 수호하는 기사들이다. 그런데 역설적인 사실은 그들로 인하여 신이 무시당한다. 그들 때문에 사람들은 신에게 손가락질을 한다. 이성애만을 참사랑으로 인정하고 동성애를 이해하지 못 하는, 나보다 속 좁은 신이 어찌 전지전능한 존재냐고 의문을 던진다.



물론 이런 교인들도 있다. ⓒ크리스천투데이


그래서 참사랑 운동, <리얼 러브 메시지> 안타까운 광경이다. 사람들은 동영상 아래 이제 이성애가 역겹다고 했다. 사랑의 이름으로 혐오를 표현하는 일에 본능적인 거부감을 느끼고 돌아섰다. <리얼 러브 메시지> 시작한 이들은 자기가 신의 뜻이라고 믿는 바를 사람들에게 설득하는 데에 실패했다. 기획과 논리를 그들은 애초에 설득에는 관심이 없었을 있다. 자기만 주변 사람들로부터 신의 의지의 수호자로 인정 받으면 그만이었는지 모른다. 예수의 생전에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 바리사이들, 예수는 그들을 깨끗하게 단장한 무덤이라고 비난했다.

비난을 피하는 길은 간단하다. 헌법 아래 공적 영역에서 종교를 이유로 혐오를 드러내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예수가 십자가 위에서 박힌 하나의 이유, '사랑' 실천하는 것이다. 그러나 예수를 따른다는 이들이 되려 차별을 조장하고 혐오를 실천한다. 함께 다정한 모습의 동영상을 유포하면서 우리 앞에 함께 서있을 없는 동성애 커플을 조롱하고 있다. 이제 분노와 혐오, 조롱을 멈추기를 바란다. 그때 사람들이 신의 무한한 사랑을 느낄 것이다. 비로소 신과 신을 믿는 이들을 존경하게 것이다. 이는 알파벳만 계속 돌린다고 이루어지지 않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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