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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김무성 애증의 10년, 오월동주 가능할까?

  • 입력 2015.05.18 13:32
  • 기자명 오주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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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친박의 좌장. 정치적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 탈박 시도. 친박의 수장으로부터 파문을 당한 뒤 비박의 맹주가 된 사람.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밀월과 충돌, 반발과 보복.. 애증의 10년
박근혜와 김무성. 이들 관계의 시발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5년 당시 박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표였고, 김무성 대표는 한나라당 소속 3선 의원으로 국회 재정경제위원장이었다. 박 대표가 김 의원에게 당 사무총장을 맡아달라고 부탁한다. 함께 차 한 잔 나눈 적도 없는 박 대표의 제안에 당황한 김 의원이 “왜 나입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박 대표는 “오랜 기간 지켜봐 왔다.”고 말하며 거듭 부탁했고, 김 의원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두 사람의 ‘정치적 인연’은 이렇게 시작됐다.
친화력과 장악력이 부족한 박 대표에게 김 의원은 훌륭한 ‘보완재’였다. 그래서 당 내에서는 둘의 관계를 ‘밀월’이라고 불렀다. 결과도 좋았다. 그해 4.30재보선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을 상대로 대승을 거뒀다. 김 의원은 2007년 대선 경선에서 ‘박근혜 캠프’ 조직총괄본부장을 맡았다. 자신의 정치적 사부인 YS가 ‘이명박을 도우라’는 엄명을 내렸는데도 “신의를 지켜야 한다.”며 박근혜 후보를 지원한 것이다. 이때부터 ‘친박 좌장’이라는 별칭이 그의 이름 뒤에 붙게 된다.
MB는 이런 김 의원이 미웠던 모양이다. 친이계가 주도한 2008년 18대 총선 공천에서 ‘보복공천’의 희생양이 된다. 하지만 그는 ‘친박 무소속 연대’를 주도해 국회로 생환, ‘친박 좌장’의 위상을 과시한다. 그러나 친박 수장은 자신의 계파가 커질 경우 MB와 충돌하게 될 것을 염려해 ‘조용한 행보’를 이어간다. 이런 수장에게 답답함을 느끼던 차 친이계가 김 의원에게 접근해 원내대표 자리를 맡기려 했다. 그러자 친박 수장이 막아 섰고, 원내대표직에 욕심이 있던 김 의원은 수장에게 서운함을 내비쳤다.




‘박-김’의 첫 번째 오월동주(吳越同舟)
이 서운함이 ‘세종시 항명’으로 표출된다. 2010년 2월 김 의원은 ‘일부 독립기관 이전’을 골자로 한 ‘세종시 절충안’을 들고 나온다. 원안을 고수하는 친박 수장에게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김 의원의 이러한 ‘탈박’ 시도에 대해 박근혜 의원은 “친박에는 좌장이 없다.”고 응수했다. 친박 좌장이 수장으로부터 파문을 당한 셈이다. 이렇게 내쳐진 김에 김 의원은 친이계와 손을 잡는다. ‘세종시 항명’이 있은 지 3개월 뒤 그는 MB와 친이계의 지원을 받아 당대표에 선출됐다.


친박 수장은 보복을 감행했다. MB정권이 레임덕에 허덕이자 2012년 19대 총선에서 공천 주도권을 잡게 된 박근혜 의원이 ‘탈박 김무성’을 낙천시킨 것이다. 그러자 김 의원은 출마를 포기하고 당에 남아 백의종군하겠다고 선언했다. 친박 수장은 이런 그에게 선대위 총괄본부장직을 맡겼다. 다가온 대선을 생각해 ‘쓸모 있는 탈박’과 손을 잡은 것이다. 이것이 ‘박근혜-김무성’의 첫 번째 ‘오월동주’다.
대통령이 된 친박 수장은 대선을 승리로 이끈 선봉장 김무성에게 재보선이 치러지는 ‘부산 영도’를 떼 주었다. 전리품까지 ‘하사’했지만 둘 간의 앙금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여전히 서먹한 관계임을 입증해 주는 사건이 벌어진다. 5선 고지에 오른 ‘탈박 김무성’은 2014년 당 대표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친박 진영은 ‘친박의 맏형’으로 불리는 서청원 의원을 내세웠다.
당 대표를 뽑는 날, 친박 수장은 현장을 찾아 연설을 했다. ‘친박 서청원’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행보였다. ‘탈박’이 당 대표가 되는 걸 막기 위한 제스처라는 게 역력했다. 친박 수장이 연설하는 동안 ‘탈박 김무성’은 박수 한 번 치지 않은 채 꼿꼿했다.




비박 맹주된 김무성, 박근혜와 정면 충돌
‘탈박’을 감행한 것이 괘씸죄로 작용해 ‘공천 보복’을 당하고 백의종군해야 했던 김무성 대표. 그는 이제 ‘비박’의 맹주가 됐다. 한동안 로키 행보를 보이더니 최근 불거진 ‘연금개혁 파동’을 기화로 목청을 높인다. ‘비박’의 맹주가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공무원연금개혁을 국민연금에 연계하고 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하기로 한 여야 합의에 대해 박 대통령이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월권행위”라고 비난하고 나서자, “월권은 맞지만 최선책이 어려우면 차선 택하는 게 협상”이라며 자세를 낮췄던 김 대표였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질타가 거듭되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둘의 충돌이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박 대통령이 “심각하다. 이것(연금개혁협상안)만 생각하면 한숨이 나온다.”며 맹공을 퍼붓자 김 대표는 “악조건 속에서 대타협을 이뤄낸 것은 얘기하지 않는다.”며 “(협상안) 내용을 읽어보고 비판하기 바란다.”고 맞받아쳤다. 그러면서 굳은 표정으로 작심 발언까지 쏟아 냈다.


“5월 2일 날 여야 대표가 합의서에 서명한 그 내용대로 우리(새누리당)는 약속을 지킨다. 그 누구도 거기에 대해서 관여할 수 없다.”


당이 하는 일에 대통령이 더 이상 끼어들지 말라는 경고다. 여당 대표가 대통령을 향해 분명한 ‘선긋기’를 하고 나선 것이다. 2010년 세종시 절충안으로 친박 수장에게 맞섰던 그가 이번엔 연금개혁으로 박 대통령과 정면충돌하고 있다.




여당의 '오월동주' 학습효과 VS 분열하고 반목하는 야당
둘 간 충돌과 대립이 계속될까, 아니면 두 번째 ‘오월동주’를 시도할까? 당분간 치고 받는 싸움이 벌어지겠지만, 큰일을 앞둔 시점이 되면 의기투합할 가능성이 높다. 내년 총선쯤이나 늦어도 대선 직전에는 ‘오월동주’에 나설 것이다.
중국의 오악(五岳) 중 하나인 상산(常山)에는 ‘솔연’이라는 민첩하고 사나운 불사(不死)의 뱀이 산다고 전해진다. 상대가 머리를 때리면 꼬리를 들어 공격하고, 꼬리를 치면 머리를 들어 반격하고, 허리를 공격하면 머리와 꼬리로 동시에 반격해 싸움에서는 절대 지지 않는다는 전설 속 뱀이다.
손자는 ‘손자병법’에서 서로 미워하는 관계일지라도 동일한 목적과 절실함이 있다면 ‘솔연’과 같은 용맹한 팀워크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오월동주’다. 서로 적이지만 같은 배를 타고 있는 이상 바람을 만나면 서로 돕기를 ‘솔연’의 민첩함처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대선 때 정권을 거머쥐기 위해 ‘오월동주’를 시도했던 이들이다. 이 때 얻은 ‘학습효과’를 십분 발휘할 경우 솔연처럼 강해질 수도 있다. '오월동주'는커녕 밤톨만한 이익 앞에서 서로 시기하고 질투하며 분열만 거듭하는 지금의 야당에게 저들 같은 ‘오월동주’는 기대하기 어렵다. ‘박근혜-김무성’의 조합이 솔연처럼 강해지는 것을 야당이 돕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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