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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사퇴 외치는 박주선의 민낯

  • 입력 2015.05.13 13:55
  • 기자명 오주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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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적장에게 투항하려 했던 사람이 이번엔 아군 대장을 치려 한다. 문재인 대표를 흔드는 박주선 의원을 두고 하는 말이다. 생각과 마음은 적장에게 가 있는 사람이 당의 최고위원이라니. 그러니 야당 꼬락서니가 이 모양인 것이다.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 갈망했던 박주선
싸움에도 도의가 있는 법. 적어도 ‘박주선의 입’에서만큼은 ‘대표 사퇴’라는 말이 나와서는 안 된다.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에게 칼을 겨누려 했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또 다시 문 대표에게 칼을 겨누고 싶다면 먼저 당을 떠나야 한다. 적군의 제복을 입은 뒤에 칠 테면 치라는 얘기다.
그는 ‘문재인의 숨은 적’이었다. 2012년 11월 박근혜 후보 측이 박 의원에게 연락을 해왔고, 대선 11일 전인 2012년 12월 8일 두 사람의 회동이 이뤄진다. 이 자리에서 박 후보가 박 의원에게 ‘새누리당 입당과 박근혜 지지’를 제안했던 모양이다. 당시 회동 분위기와 관련해 박 의원은 “박근혜 후보가 ‘국민대통합과 호남의 발전을 위해 자신을 지지해 달라’고 제안했으며, 박 후보는 흔쾌히 내 의견에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서로 의기투합했다는 얘기다.


그 다음날 거의 모든 언론매체가 ‘DJ맨 박주선 의원 박근혜 지지’ 관련 기사를 쏟아냈다. 기사의 내용은 황당했다. ‘박주선 의원이 새누리당 입당과 박근혜 후보 지지를 결심했는데, 이를 알게 된 지역구(광주 동구) 지지자들이 박 의원을 납치하듯 모처로 끌고 가 기자회견을 막고 있는 상황이며, 박 의원이 지지자들을 설득하고 있는 중’이라는 내용의 기사 수십 건이 속보로 떴다.




호남 출신 촉망 받던 DJ맨, 민주당에서도 내쳐져
<경향신문>과의 인터뷰(12월10일)에는 박 의원이 새누리당 입당과 박근혜 후보 지지를 얼마나 갈망했는지 그 심경이 잘 드러나 있다.


“호남 지지를 받은 정치세력(야당을 지칭) 아래에서는 호남은 계속해서 소외된 섬이 될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이 오히려 할 일이 많다... 영호남 격차 해소와 동서화합을 일궈내기 위한 결단이다... 심청이 인당수에 몸을 던진 심정으로 큰 결심을 했는데 (지지자들의 방해로) 오늘 (박근혜와 새누리당) 지지선언을 할 수 없다... 새누리당 내에서 나를 견제하는 세력들이 (미리 입당 정보를 흘려) 거사를 방해한 것이다... 계속 지지자들을 설득하고 있다…”


결국 지지자들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혀 그의 갈망은 좌절된다. 하지만 대선 코앞에서 불거진 ‘광주가 지역구인 현역의원의 박근혜 지지’의 파문은 ‘문재인 캠프’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정청래 의원이 ‘대표 사퇴’를 외치는 박 의원을 비판하며 ‘박주선의 박근혜 지지’ 논란을 다시 거론하고 나섰다. 그러자 박 의원은 세 가지를 근거로 내세우며 정 의원의 비판을 ‘허위’라고 주장한다. ▲당시 무소속이었으니 여당 대통령 후보를 못 만날 이유가 없었고 ▲박근혜 후보와의 회동은 단순한 ‘만남’이지 ‘지지’의 성격은 아니었으며 ▲그래도 막판에 문재인 지지 선언을 했으니 ‘정 의원의 비판은 허위’라고 강변한다.


호남 출신, DJ 측근, 전 민주당 최고위원, 광주 동구가 지역구인 현역의원. 프로필만 보면 틀림없는 골수 야권 정치인이다. 그런 그가 대선 코앞에서 여당 후보를 만나 ‘투항 문제’를 논의한 게 문제가 안 된다니 무슨 생각인가. 단순한 만남이 아니라 ‘영입 협상’이었다는 정황증거가 부지기수다. 언론 인터뷰만 해도 한보따리인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한다. 새누리당행을 반대하는 지지자들에 이끌려 마지못해 문재인 지지 선언을 해놓고도 뻔뻔스러운 변명만 늘어놓는다.




역경의 정치인생 15년, 민주-친노에 대한 앙금
정치인 박주선. 수차례 구속과 석방, 탈당과 복당으로 점철된 정치인생이다. 보기에 딱하다. 아직도 여전히 안착할 ‘둥지’를 찾지 못하고 이곳저곳을 기웃거린다. 그러면서도 다섯 차례 출마해 세 번이나 당선에 성공했으니 집념은 높이 살만 하다.
그는 DJ가 ‘나와 역사를 같이 쓸 인물’이라고 칭찬했을 정도로 촉망 받는 호남의 유망주였다. 하지만 민주당 공천조차 받지 못했다. 1999년 ‘옷로비 사건’과 2003년 ‘나라종금 사건’에 연루돼 구속 수감되며 민주당과 시민단체로부터 ‘낙천대상’으로 찍혔기 때문이다. 두 사건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낙인을 지우는 건 쉽지 않았다. 결국 택한 길은 무소속. 16대 총선에서는 DJ가 천거한 민주당 후보를 꺾고 당선된다. 17대 총선 때는 옥중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민주당은 ‘노무현 탄핵 역풍’으로 바닥까지 추락한 뒤에야 그를 받아 준다. 2006년 현대건설 비자금 사건에 연루돼 세 번째 구속수감 됐다가 무죄 판결을 받아 민주당 후보로 서울시장에 도전했지만 패하고 만다. 그러면서 ‘3번 구속 3번 무죄’라는 진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이 진기록은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였다. 광주 동구에서 출마(18대 총선)해 전국 최고득표율을 기록하며 당선증을 손에 넣었다. 하지만 19대 총선 때 또 문제가 생긴다. 자신을 돕던 전직 동장이 투신자살하는 사건이 불거지며 선거법위반으로 기소된 것이다.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돼 구속됐지만, 일부 무죄 판결을 받아 의원직은 유지할 수 있었다. ‘4번 구속 4번 무죄’로 기록이 경신되는 순간이었다.




‘문재인 사퇴’ 외치지만 ‘박근혜 지지’로 들려
사시 수석합격 타이틀의 호남 기대주였던 그는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 동안 무려 세 차례나 구속 수감됐다. 이러면서 심중에 민주계와 친노계에 대한 앙금이 쌓였던 모양이다. 그는 세 번째 무죄 판결 당시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2005년)를 통해 “사악한 정치검찰이 저를 검찰 살인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했다.”며 울분을 토했다. 증오 때문일까? 호남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민주당 후보에게 참패를 안기기도 했다.


친노를 향한 앙금도 많다. ‘전 동장 투신 자살 사건’(19대 총선)과 관련해 그를 공천에서 배제한 사람은 당시 한명숙 당 대표. 친노의 대모로 불리는 인물이다. 국회가 자신의 체포동의안을 통과(2012년)시킨 것과 관련해서도 당에 대한 불만이 클 것이다. 이런 앙금들이 지난 대선 때 ‘박근혜 지지와 새누리당 입당’ 시도로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한때 ‘안철수 신당’에 합류하겠다는 의사도 피력한 바 있다. ‘탈민주와 탈친노’를 위한 몸부림은 그의 과거사와 깊이 연결돼 있다.
그는 4번 구속과 4번 무죄를 ‘훈장’으로 생각한다. 또 정치적 핍박의 증거이자 자신의 도덕성을 입증하는 자랑스러운 승리라고 말한다. 그렇지 않다. 틀린 얘기다. 법리로는 무죄일지언정 도덕적으로는 ‘유죄’이기 때문이다. 나라종금과 현대건설에서 돈을 받았다는 사실은 재판부도 인정했다. 단지 대가성으로 볼 수 있는 증거가 부족해 무죄로 판결한 것일 뿐이다. 2012년 총선과 관련한 혐의도 마찬가지다. 투신 사건과의 연루사실은 증거가 불충분해 무죄로 판결이 났지만, 구청장과 동장을 상대로 한 사전선거운동 혐의는 재판부도 인정했다.
과거의 앙금 때문인지 그가 문재인 사퇴를 외친다. 이유야 어쨌든 그의 외침은 ‘박근혜 지지’로 들릴 뿐이다. 2012년 대선 직전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 편에 서서 문재인 후보에게 칼을 대려 했던 사람의 외침이니 그렇게 들릴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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