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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의 데쓰노트, 대통령은 무관할까?

  • 입력 2015.04.10 18:58
  • 기자명 오주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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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돈선거’ 의혹과 ‘박근혜 캠프 불법정치자금’ 논란이 다시 되살아날 모양이다. 고인이 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사망 당일 아침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 최측근인 허태열 전 비서실장에게 거액의 돈을 전달했다’고 폭로했다.


돈선거 의혹에 말 돌린 박근혜
성 전 회장의 주장에 의하면 당시 박근혜 캠프 직능총괄본부장이었던 허태열 전 비서실장에게 7억 원을 전달한 시점은 경선 몇 달 전이었다. 그는 “허 본부장을 강남 리베라호텔에서 만나 서너 차례 나눠서 현금으로 줬다.”며 “그렇게 (그 돈으로) 경선을 치른 것”이라고 토로했다. 또 “권력의 중심에 있는 사람이 말하면 무시할 수 없어서” 그랬노라고 덧붙였다.
‘돈선거’로 치러졌다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단정할 수 있다. 외부의 제보나 고발이 아닌 한나라당(새누리당) 의원들의 자성적 폭로로 불거진 논란이었기 때문이다. 홍준표 전 의원(현 경남지사)과 원희룡 전 의원(현 제주지사) 등은 “2007년 경선 때도 지지자들을 동원하기 위해 돈을 썼다.”며 대의원을 동원하기 위해 돈 봉투를 돌리고, 전국 각지에서 버스를 타고 온 지지자들에게 금품을 제공하는 건 일종의 관행이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그러면서 박근혜 후보 진영 역시 돈으로 선거를 치렀다는 의혹이 무성했다. 2012년 초 기자들이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돈선거’ 파문에 대해 물었다. 하지만 박근혜 위원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즉답을 회피하며 짜증스런 반응을 보였다. “여기 오셔서 그걸... 아유, 너무하시네요”라며 어물쩍 넘어가려 하자 다른 기자가 재차 대답을 요구했다. 마지못해 “별로 얘기할 게 없다고 생각한다.”는 애매한 답을 내놓았다. 부인은 하지 않았으니 반은 수긍한 거다.


거액의 자금 어디서 마련했을까?
'돈선거 자금'은 어떻게 마련된 걸까? 적어도 수십억 많게는 100억 원이 넘는 돈을 박근혜 캠프에서 거둬들여 사무실 경비뿐 아니라 비선조직(마포팀 등)과 지지단체(한강포럼 등)를 운영하는 데 사용했다는 신빙성 있는 주장도 있었지만, 검찰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종걸 의원 등 야당진영이 ‘박근혜 캠프 불법정치자금’에 대해 수사를 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으나, 검찰은 움직이지 않았다.
2011년 11월 불법정치자금을 거뒀다고 볼 수 있는 정황이 법원 판결을 통해 밝혀지기도 했다. 박근혜 캠프에서 ‘전문가네트워크위원장’을 맡았던 홍 아무개 씨가 건설업자 최 아무개 씨로부터 불법정치자금 6억 원을 수수한 혐의가 인정돼 1심에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총선 출마를 꿈꾸던 최 씨가 박근혜 후보의 측근 홍 씨에게 거액을 건넨 것이다. 법원이 인정한 불법정치자금은 6억 원에 불과했지만 실제로는 50억 원이 넘는다는 주장도 있다. 최 씨를 홍 씨에게 소개한 A씨는 언론과 가진 인터뷰(2012년 1월/뉴시스)에서 “나를 통해 홍 씨에게 전달된 돈만 100억 원 가까이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박근혜 측근에게 전달된 정치자금, 50억? 100억?
거액의 금품을 건넨 대가일까. 최 씨는 ‘박근혜 지지단체’인 한강포럼에서 핵심으로 활동하며 박 후보와의 친분을 과시했다. 박 후보는 최 씨가 회장을 맡은 레포츠연맹 지역창립대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기도 했다. ‘한강포럼’은 정관계, 법조계, 재계, 문화예술계 인사 3.200명이 참여한 단체로 ‘박근혜 대통령만들기’ 핵심 조직 중 하나다. 최 씨가 ‘한강포럼’에 재정적 지원을 많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씨는 반박한다. 정치자금으로 받은 것이 아니라 “캠프와 무관하게 내가 차용했던 돈”이라고 주장했다. 돈을 차용한 시기가 하필 경선 기간이라서 정치자금으로 오인 받는 것일 뿐이라는 얘기다. 50억 혹은 100억 원을 받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스토커들이 말을 지어낸 것”이라고 둘러댔다.
홍 씨는 2001년부터 박 대통령과 친분을 맺어온 측근이다. 2001년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을 탈당해 미래연합을 만들었을 때도 홍 씨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운동권 출신인 그는 2007년 한강포럼 발대식 때 유신정권의 피해자인 ‘71동지회’의 ‘박근혜 지지선언’을 이끌어 내는 역할도 했다. 정윤회 씨와 더불어 ‘박근혜 외곽조직’의 실세로 불린다. ‘박근혜 비선 외곽조직’의 두 축 중 하나인 ‘마포팀’을 꾸려왔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2007년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공식 캠프로 사용했던 여의도 엔빅스 빌딩은 홍 씨 처남의 소유로 알려졌다.

c 국민TV newK



‘거액 불법정치자금’ 강하게 시사하는 정황들
2012년 잠시 불거졌던 ‘박근혜 불법정치자금’ 논란은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이 ‘봐주기 수사’로 마무리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러다 5년이 지난 지금 성 전 회장의 폭로로 다시 논란이 된 것이다.
성 전 회장의 폭로는 박근혜 캠프에서 불법정치자금을 거뒀다는 정황증거 중 하나다. 그의 진술은 매우 구체적이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누구에게 돈을 전달했는지 명확하다. 이 정도면 ‘불법정치자금 수수’라는 범죄행위 입증의 유력한 증거로 작용할 수 있다. 사실관계 확인만 남았다.
설만 무성했던 의혹의 일면이 성 전 회장에 의해 세상에 알려진 셈이다. 여기에 박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홍 씨의 불법정치자금 의혹도 있다. 2007년 경선 당시 거액의 불법정치자금이 박근혜 캠프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는 정황들이다.
검찰이 나서 수사를 해야 한다. 성 전 회장의 폭로가 사실인지 확인하는 일과, 홍 씨가 수수한 돈이 박근혜 캠프로 흘러들어갔는지를 살펴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혐의를 보고도 또 눈 감을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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