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국화꽃 대신 허니버터칩 놓인 단원고 교실

  • 입력 2015.04.01 16:34
  • 기자명 잡곡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기미술관을 나와 차로 5분 남짓한 거리에 있는 안산 단원고등학교. 2층과 3층에 있는 옛 2학년 교실은 2014년 4월 16일에 시간이 멈춰 있었습니다. 책상마다 사진이 놓여 있었고 꽃과 화분, 사연이 담긴 쪽지와 편지지들이 가득하였습니다.



책상 위에 아무 것도 없는 자리는 살아남은 아이들의 자리였고, 추모가 가득한 곳은 모두 작년 4월 16일에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의 자리였습니다.



그 구하기 힘들다던 허니버터칩이 책상 마다 놓여 있습니다. 누군가 반 아이들 모두에게 그 귀한 걸 사주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발렌타인데이에 받은 초콜렛도 있었고 화이트데이에 받은 사탕도 있었습니다. 빼빼로데이에 올려놓았을지도 모르는 빼빼로도 있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돌아오지 못한 선생님들을 그리워하는 마음도 정말 많습니다. 반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함께 찍은 단체 사진이 곳곳에 붙어 있었습니다. 학생들과 함께 예쁜 미래를 꿈꾸었던 선생님들의 시간도 그날에 멈추어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단원고를 찾아오셨습니다. 젊은 신부님도 계셨고 중학생 남짓으로 보이는 아이들 여럿도 차근차근 교실을 둘러보았습니다. 무거운 마음으로 교실을 둘러보고 있을 때, 일행 중 한명이 단체 사진을 찍자고 하시더군요. 그런데 막상 카메라 앞에 선 일행의 표정이 모두 굳어 있었습니다.



사진 찍으시는 분이 한 마디 하시더군요.

"아이들도 굳은 표정으로 사진 찍으면 싫어할 겁니다. 괜찮습니다. 웃으면서 찍으세요. 웃으세요"

그러고 보니 책상 위에 놓인 아이들 사진은 모두 하나 같이 활짝 웃는 사진들이었습니다.

마침 아이의 아버님 한 분이 단원고에 오셨습니다. 이전에 만났을 때 “학교에 가면 우리 아들 한 번 찾아봐 주세요" 라며 당부 말씀을 하셨던 분이셨지만 정작 당신은 아들이 있는 교실에 들어가지 못하고 복도를 서성거리고 계십니다. 여전히 아버지는 아들의 교실을 들어가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아직도 사고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왜 죽었는지 이유도 모른 채 아이들을 땅에 묻을 수도 없고, 가슴에 묻을 수도 없는 것이 그 부모들이더군요.

단원고등학교를 떠날 때 일행 중 한 분이 하신 말씀이 귓가에 선명합니다.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겁니다. 쉽게 진실이 밝혀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사고를 당하고 지난 1년 동안 아무 것도 밝혀진 것이 없습니다. 죽을 때까지 싸울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