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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각하' 아부하던 이완구, 직언하는 책임총리 가능할까

  • 입력 2015.02.17 15:21
  • 기자명 오주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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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에게 쓴소리 못 하면 총리가 아니다.”라며 책임총리가 되겠다고 강조했던 이완구 후보자가 신임총리가 됐다. 어떤 이들은 그가 뚝심 있는 사람이어서 대통령에 직언할 줄 아는 책임총리가 될 거라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단소리’ 잘할 낙제점 총리

‘절대 아니다’가 정답이다. 이완구 신임총리는 권력자 앞에서 ‘아니다’라고 말하기보다 권력자의 힘에 기대는 편에 서온 인물이기 때문이다. 과거 행적을 보면 그는 ‘권력 해바라기형’에 가깝다. 입신출세에 대한 야망이 대단하다는 사실이 국회청문회 과정에서 속속 드러난 바 있다. 쓴소리보다는 단소리를 해서 권력자의 환심을 사는 데 정력을 쏟을 타입이다.

책임총리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대통령이 자신의 권한 상당부분을 위임해줘야 하는데 ‘만기친람형’인 박 대통령의 스타일로 볼 때 절대 그럴 리 없다. ‘직언하는 책임총리’ 운운했던 건 청문회 직전 여론의 환심을 사기 위한 자가발전에 불과하다고 봐야 한다.

설령 그가 독한 마음먹고 ‘직언하는 책임총리’ 역할을 해보겠다고 나선다 해도 이젠 소용없게 됐다. 국회 인준표결에서 낙제점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를 뒷받침해 줄 동력은 이미 사라진 상태다. 양파처럼 까도 까도 또 의혹이 나오니 여당 의원들 일부가 반대표를 던진 결과다. 여당 지도부가 사활을 걸고 당 내 의원 단속에 나섰건만 오죽하면 이탈표가 나왔을까.



‘식물총리’ 만들 준비 끝낸 대통령

새누리당 소속 의원 155명과 정의화 국회의장 등 여당 성향 무소속 2명 등 157명이 이완구 총리 인준안에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과는 148표에 그쳤다. 최소 9표가 이탈했다는 얘기다. 인준안 통과에 필요한 141표보다 겨우 7표 많은데 그쳤다. 찬성률 52%로 역대 인준표결 최저 성적이다. 52점이면 분명 낙제점이다. 이렇게 성적이 나쁘니 어떻게 얼굴 똑바로 들고 목소리를 낼 수 있겠는가.


c 민중의소리

박 대통령이 책임총리와는 상극이라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모든 권한을 제 손에 쥐고 야금야금 하나씩 꺼내 먹으며 풍미를 즐기는 걸 좋아하는 대통령이다. 절대 책임총리제를 수용할 리 없다. 박 대통령은 이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신임총리가 임명장을 받기도 전에 책임총리에서 ‘책임’을 떼어내 ‘식물총리’로 만들 준비를 해 두었다.

헌법에 보장된 국무총리의 대표적 권한은 각료 제청권과 해임건의권이다. 총리가 이 권한조차 행사할 수 없다면 명백한 식물총리다. 그런데 청와대는 ‘17일 오전 10시 신임국무총리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환담하는 자리에서 신임총리의 제청을 받아 개각을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입 속의 혀와 같은 역할 할 사람

임명장을 주자마자 그 자리에서 장관 제청을 받겠단다. 박 대통령이 미리 준비한 명단 보여주고 ‘제청하시겠습니까?’ 이렇게 물을 게 분명하다. 이때 낙제점 성적표를 들고 온 ‘해바라기형 총리’가 할 대답은 딱 한 가지. “예, 각하.” 이밖에 어떤 다른 말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이미 누가 장관에 될지 그 이름이 대충 나온 상태다. 해수부장관, 통일부장관, 국토부장관에 여당 중진 아무개와 친박 아무개, 그리고 전 광역단체장 등이 내정될 거라는 언론보도가 국무총리 인사청문회가 열리기 전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총리후보자 청문회가 끝나기도 전에 이런 기사가 나왔다는 건 장관 제청권이 총리에게 있지 않다는 명확한 증거가 된다. 대통령이 원맨쇼하듯 제청하고 임명하고, 모든 걸 다 해왔다는 얘기다.



책임총리. 이 말은 이완구 신임총리 자신에게도 어울리지 않는다. 대통령 입 속에 있는 혀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게 적성에 맞을 타입이기 때문이다. 전두환과 함께 군사정변을 일으켰던 노태우도 자신을 ‘각하’라고 부르는 걸 꺼려했다. 그가 이 말의 사용을 금한 이후 ‘각하’란 단어는 김대중 정부를 거치며 정계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그런데 얼마 전 이완구 신임총리는 ‘박근혜 각하’를 대놓고 세 번이나 외쳤다.



‘총리설’ 나오자 박 대통령 향해 “각하, 각하” 연발

그가 여당 원내대표로 있을 때다. 지난해 12월 7일 박 대통령이 여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불러 오찬을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김무성 대표는 “저희를 격려하기 위해 초청해 주신 대통령께 감사드립니다.”라고 인사말을 했지만, 이완구 원내대표는 긴 인사말과 함께 박 대통령을 ‘각하’라고 불렀다.

“힘들게 국정을 이끌어 오신 대통령 각하께 여러분 박수 한번 보내주시지요.”

“못 할 것이 있겠습니까. 대통령 각하를 중심으로 해서 한다면 능히 해낼 수 있습니다.”

“오늘 이런 자리를 만들어 주신 대통령 각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당 대표도 ‘각하’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았는데 원내대표가 온갖 수사를 동원해가며 대통령을 연거푸 각하라고 부른 것이다. 이유가 있었다. 그 당시 세간에는 ‘이완구가 차기 총리 후보군에 들어있다’는 소문이 퍼져있었다. 대통령이 자신을 심중에 넣고 저울질하고 있다는 걸 모를 리 없던 그가 임명권자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각하’라는 극존칭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총리직에 오르기 위해 최대한 아첨을 떤 것이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했다. 출발부터 엉망이다. 의혹투성이인데 게다가 ‘낙제점 성적표’를 받았으며, 성향은 출세를 위해 권력자에게 아첨하는 해바라기형이다. 이런 사람이 ‘만기친람형’ 대통령 밑에서 살아남으려면 대통령 입 속의 혀가 되는 것 말고 뭐가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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