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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차 사이렌 소리가 작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 입력 2015.02.17 11:41
  • 기자명 버락킴너의길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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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차 사이렌 소리가 작다?.. "약한 공권력 때문" <문화일보>
또 소방 진입로 막혀..화마가 삼킨 안타까운 죽음 <SBS>

최근 소방차와 관련한 두 가지 뉴스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우선 <문화일보>의 기사부터 살펴보자. 기자는 '우리나라 소방차 사이렌 소리가 미국 등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덜 요란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그 이유를 '우리나라 특유의 약한 공권력'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소방차로부터 30m 거리에서 90~120㏈. 소방차 사이렌 소리 기준이다. 다른 나라와 유사한 수준이라고 한다. 하지만 실제 울리는 사이렌 소리는 이보다 작을 때가 많은데, 그 이유는 '시끄럽다'는 민원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 소방관은 "사이렌을 울리며 달리고 있었는데 옆 차로에 있는 한 운전자가 사이렌 소리가 너무 커 운전할 수 없다고 해 볼륨을 줄인 적도 있다."고 경험담을 전했다.

얼마나 많은 민원이 접수되고 있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지만, '사이렌'을 울릴 수밖에 없는 소방차나 병원 구급차 등은 민원에 대한 부담 때문에 사이렌 소리를 자체적으로 줄이게 되는 모양이다. <문화일보>는 이를 '공권력이 약한 탓'으로 보고 있다. 이는 보수적인 색채를 짙게 드러내는 <문화일보> 특유의 논리와도 잘 맞아 떨어지는데, 아무래도 소방차 사이렌 소리와 공권력을 '애써' 연결짓는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오히려 기사의 말미에서 잘 지적하고 있듯이 '소방차, 구급차 등 긴급차량의 사이렌 사용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은 긴급차량 운영주체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민간 구급차와 특히 렉카들이 사이렌을 무분별하게 사용해 왔던 것이 가장 큰 문제이고, 이 때문에 쌓인 불신이 '사이렌'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을 누적시켰다고 봐야 한다.


c 채널A


따라서 사이렌에 대한 바람직한 접근 방법은 '공권력 강화'가 아니라 소방차 이외의 긴급 차량(렉카는 별도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민간 구급차의 경우에는 원래의 목적 이외에 사이렌을 사용하는 것을 엄격히 제한하고, 불만의 주범이라고 할 수 있는 렉카는 애초부터 사이렌의 소리 자체를 규제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더불어 시민의식의 제고도 함께 이뤄져야 하는 숙제다. 화재가 발생한 상황에서 현장에 출동하는 소방차에게 '사이렌 소리가 너무 커 운전할 수 없다'고 불평을 하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물론 바로 옆에서 사이렌 소리를 듣게 되면 괴로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사이렌 소리를 울리는 의미는 화재 등의 위기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시민들에게 재빨리 알리고, 현장까지 신속하게 출동하기 위해 협조를 구하는 것임을 생각한다면 그 정도의 불편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

한편, 지난 12일 새벽에 발생한 화재로 잠을 자고 있던 40세 임 씨와 8살 딸이 숨진 채로 발견되었고, 임 씨의 어머니는 전신 3도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호송됐다. 이 안타까운 사건은 불법주차된 승합차 때문에 소방차가 도로로 진입하지 못했던 억장 터지는 상황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소방차가 더 이상 진입할 수 없게 되자 소방대원들은 소방호스를 연결해서 화재를 진압해야만 했다.


c SBS

만약 소방차가 화재 현장까지 진입할 수 있었다면, 불법주차된 차량 때문에 화재 진압이 지연되지 않았다면 모녀의 생명을 구할 수 있지 않았을까? 물론, 불법주차된 차량과 골든타임을 놓친 것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불법주정차로 인해 소방차가 도로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그로 인해 더 많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평상시에도 차가 워낙 많아 못 들어가다 보니까. 항상 이중으로 차가 주차되어 있어요."

SBS 예능프로그램 <심장이 뛴다>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시청률 때문에 폐지됐지만, 굵직한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며 때로는 감동을 때로는 경각심을 불어넣어줬던 착한 프로그램이었다. <심장이 뛴다>에서는 불법주차 차량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들을 적나라하게 고발했지만, 여전히 변한 것은 별로 없는 듯하다.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의 조사(2014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소방차의 진입이 불가능한 지역이 1,600구간에 이르고, 도로 길이는 716km나 된다고 한다. 그 중에서 주거지역이 968구간으로 비율로 치면 60%에 달한다. 그 다음은 전통시장 등 상업지역으로 349구간이었다. 두 지역이 화재에 취약한 지역이라는 것은 두 말 하면 잔소리다.

소방차의 진입이 어려운 이유는 비좁은 진입로 탓이 가장 많았지만, 상습 불법주정차로 인한 경우도 30%나 차지했다. 구체적인 통계 자료는 없지만, 일반적인 주거 지역과 상업 지역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지난 12일 발생한 화재 사건에서 출동한 소방차의 블랙박스 영상에서 볼 수 있는 장면,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인해 도로의 절반 가량이 잠식당해 소방차가 진입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서울시는 대책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김경호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은 "화재 발생 후 골든타임이 5분인데 1분이 지연될 때마다 불길 크기가 10배 커진다. 불법주정차 문제에 대한 근본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소방차 통행을 막는 상습 불법주정차 구역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현재 4만 원인 과태료를 2배 수준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물론 장기적으로 주차 공간을 더 늘려 주차난을 해소하는 방안도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


c 민중의소리


지금까지 살펴본 두 가지 사례, 눈치를 보느라 사이렌 소리를 줄이는 소방차와 불법주정차로 인해 길이 막혀버린 소방차는 우리 시대 소방차가 처해 있는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정부(사이렌과 관련한 규제와 정책)와 지자체(도로 정비, 불법주정차 단속)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문제다.

무엇보다 그 바탕에는 성숙한 시민 의식이 자리잡고 있어야만 한다. 소방차의 사이렌 소리에 짜증을 내기보다는 오히려 힘든 여건 속에서도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위해 목숨 걸고 일하는 소방관들에게 응원과 박수를 보내도록 하자. 또, 불법주정차로 도로를 막아 소방차의 진입을 방해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화재 현장으로 출동하는 소방차에게 길을 양보하는 시민 정신을 발휘하는 것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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