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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심 문제 제기한 이재명, 구단주 최초 징계받나

  • 입력 2014.12.02 08:30
  • 수정 2014.12.04 20:46
  • 기자명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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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FC 구단주인 이재명 성남시장이 구단주로는 사상 처음, 징계를 받을 위기에 처했습니다. 한국축구프로연맹은 12월 1일 정기 이사회에서 팀이 오심 피해를 봤다고 SNS에 글을 올린 이재명 성남 구단주에 대한 징계안을 토의했습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이사회에서는 이재명 구단주의 발언이 프로연맹 규정을 위배했기 때문에 조만간 상벌위원회를 개최하고 이 구단주를 회부하기로 했습니다. 도대체 현직 시장이 왜 생뚱맞게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상벌위원회에 넘겨져 징계를 받을 위기에 있는지, 그 사건을 되짚어 보겠습니다.



SNS에 올린 글도 인터뷰에 해당한다?

이번 사건은 이재명 구단주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발단이었습니다. 11월 28일 이재명 구단주는 프로축구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자신의 개인 페이스북에 글을 올립니다. 페이스북에서 이재명 구단주는 성남FC가 2부 리그로 강등될 경우 기업 후원을 받을 수 없거나 예산지원도 축소될 수 있기 때문에 천국과 지옥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했습니다. 이 구단주는 이런 상황이 벌어진 이유가 잘못된 경기운영 때문이라며 몇 가지 사례를 들기도 했습니다.

이재명 구단주는 "축구계의 공정하고 투명한 운영으로 힘없고 연줄 없는 시민구단이 피해 없이 기회를 나눠 가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라며 성남FC가 꼭 1부(클래식) 리그에 있을 수 있도록 마지막 경기의 승리를 기원한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문제로 삼은 부분은 경기운영에 대한 심판 판정 문제를 이재명 구단주가 언급한 내용입니다. 프로축구연맹은 경기 규정 제3장 제36조 5항의 '인터뷰에서는 경기의 판정이나 심판과 관련하여 일체의 부정적인 언급이나 표현을 할 수 없다.'는 규정을 이 구단주가 위배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축구팬을 비롯한 시민들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어떻게 인터뷰가 될 수 있느냐면 반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핵심은 더 심한 프로축구연맹의 규정에 있습니다.



오심에도 무조건 가만히 있으라?

한국프로축구연맹의 경기 규정 제3장을 보면 도저히 이해될 수 없는 문구가 있습니다. 바로 '대중에게 공개될 수 있는 어떠한 경로를 통한 언급이나 표현에도 적용된다.'는 조항입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정관과 규정 제 3장 경기편

제36조 인터뷰 실시
① 홈 클럽은 경기종료 후 15분 이내에 실내기자회견을 개최하여야 한다. 또한 중계방송사의 요청이 있을 경우, 실내기자회견 이전에 그라운드에서도 플래시 인터뷰를 실시하여야 한다. 제재 중인 지도자(코칭스태프 및 팀 스태프 포함)도 경기 종료 후 실시되는 본 기자회견 에는 참석해야 한다.
② 모든 기자회견은 연맹이 지정한 인터뷰 배경막(백드롭)을 배경으로 실시하여야 한다.
③ 인터뷰 대상은 미디어가 요청하는 선수와 양 클럽 감독으로 한다.
④ 인터뷰를 실시하지 않거나 참가하지 않을 경우, 해당 클럽과 선수, 감독에게 제재금(50만 원 이상)을 부과할 수 있다.
⑤ 인터뷰에서는 경기의 판정이나 심판과 관련하여 일체의 부정적인 언급이나 표현을 할 수 없으며, 위반 시 다음의 각 호에 의한다.
1) 각 클럽 소속 선수 및 코칭스태프, 임직원 등 모든 관계자에게 적용되며, 위반할 시 상벌규정 제17조 1항을 적용하여 제재를 부과한다.
2) 공식인터뷰뿐만 아니라 대중에게 공개될 수 있는 어떠한 경로를 통한 언급이나 표현에도 적용된다.
⑥ 경기 후 미디어 부재로 실내기자회견을 개최하지 않은 경우, 홈팀 홍보담당자는 양 클럽 감독의 코멘트를 경기 종료 1시간 이내에 각 언론사에 배포한다.
원래 경기 규정 36조는 경기가 끝난 후 경기 관계자들이 하는 인터뷰 내용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경기 직후 하는 인터뷰에는 경기의 판정이나 심판과 관련한 부정적인 언급 및 표현을 하지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제 36조 5항 자체도 이해하지 못하겠는데 '공식인터뷰뿐만 아니라 대중에게 공개될 수 있는 어떠한 경로를 통한 언급이나 표현에도 적용한다.'는 규정을 보면 마치 독재 국가에서 권력자의 실수는 어디서도 절대 말할 수 없다는 식입니다. 그렇다고 심판의 판정에 대해 말하지 못하게 할 정도로 제대로 되고 있느냐면 그것도 아닙니다.




이재명 성남FC 구단주가 경기운영 문제점으로 삼은 사례는 10월 26일 성남 대 울산 전에서 받은 부당한 페널티킥 선언입니다. 이날의 오심 문제는 KBS 스포츠 9시 뉴스에서도 보도된 바 있습니다. 프로축구는 매번 오심 때문에 선수와 감독은 물론이고 팬들로부터 많은 원성과 비판을 받아 오고 있습니다.




이운택 프로축구연맹 심판위원장도 오심을 인정하고 경기를 다시 하는 등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K리그는 347경기 중 심판의 오심으로 심판 배정이 정지된 경우만 29차례가 될 정도로 끊임없이 오심 논란이 제기됐었습니다. 오심이 계속 나오자 '특정 팀 봐주기'냐는 의혹이 나오는 등 경기 자체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져 있는 상황입니다.

핵심은 문제점을 제기하는 일 자체를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왜 강제로 규정하고 입을 막으려고 하느냐에 있습니다. '어떠한 경로를 통한 언급이나 표현'을 금지하는 조항 자체가 자신들의 문제점을 숨기고만 하려는 태도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알면서? 모르면서? 일부러? 황당한 언론

이재명 구단주의 징계위원회 회부는 몇몇 스포츠 기자들이 이 구단주가 올린 페이스북을 문제 삼아 올린 기사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음스포츠 '김세훈의 창와 방패'에서는 '심판을 범죄인 취급한 이재명 시장의 행동은 잘못됐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재명 구단주가 심판들을 범죄인 취급했다며 이 구단주를 비판했습니다. 본문 중 '리그 최종전을 앞둔 시기에 구단주가 엄포성에 가까운 발언을 했고 이건 어떤 식으로든 판정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문장을 보면 더 이해할 수 없습니다. 구단주가 오심이 있었다고 페이스북에 글 하나 올렸다고 심판들의 판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예상하는 일 자체가 오히려 심판들을 더 무시하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일간스포츠의 '취재파일 이재명 구단주의 말바꾸기 물타기 묵과해선 안된다'는 기사에서는 오심에 대한 문제점보다는 이재명 구단주가 했던 말에 대한 비판 기사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실제 이 기사를 썼던 기자의 과거 기사들을 보면 오심 관련 문제를 제기하는 기사를 그다지 많지는 않았습니다. 왜 기자는 오심에 대해서는 그토록 묵과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KBS 뉴스는 'SNS 오심 발언. 성남 구단주, 징계 받나?'라는 뉴스를 통해 미국 프로농구의 구단주가 심판에 폭언을 했다가 벌금 1억 원을 낸 사례가 있다며 이재명 구단주의 징계가 당연하다는 식으로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이재명 구단주와 미국프로농구 댈러스 매버릭스의 마크 큐반의 사례는 다릅니다. KBS가 사례로 든 마크 큐반 구단주는 벤처사업 CEO로 프로농구에서 괴짜 구단주로 불립니다. 2000년 댈러스를 인수한 이후로 무려 19차례 징계를 받았고 벌금 액수만 대략 200만 달러, 우리 돈 21억 원에 달합니다. 큐반은 벌금을 낼 때마다 같은 금액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기도 합니다. 단순히 벌금을 받은 사례만 얘기했지, 그 뒤의 자세한 배경과 상황은 설명하지 않고 넘어간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재명 성남시장은 성남FC를 시민구단으로 만들었던 인물인 동시에 프로축구 구단주 중에서 자신의 구단을 홍보하는 데 가장 앞장서는 구단주입니다. 경기가 있을 때마다 SNS에 경기 소식을 전하며 응원과 경기 직관을 추천합니다.

이재명 구단주를 정치인으로 보느냐 구단주로 보느냐에 따라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를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가 그만큼 자신의 구단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기에 단순히 페이스북에 올린 글 자체를 징계대상으로 삼아서는 프로축구에 대한 신뢰성만 더 떨어뜨릴 수가 있다는 점입니다.

축구판 '가만히 있으라'는 이재명 성남FC 구단주에 대한 징계는, 상황과 과정을 무시한 독재 행정과 시대착오적인 발상에서 나온 결과이자, 대한민국 축구의 발전을 가로막는 사건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과연 이런 것이 축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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