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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정당공천 유지를 밀어붙이는 진짜 이유

  • 입력 2014.01.23 14:56
  • 수정 2014.01.23 14:59
  • 기자명 늙은도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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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란 무릇 자신이 어제 한 정치적 발언일지라도 오늘 이득이 될 때에만 지켜야 한다.

ㅡ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중에서


새누리당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휴지조각으로 만들어버렸다. 주요 공약들을 파기하거나 축소하는 것 때문에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며 국정 장악에도 빨간불이 켜짐에도 불구하고, 중요 공약 중 하나인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번복하고 나온 데는 크게 세 가지 정치적 셈법이 자리하고 있다.

YTN뉴스 방송화면 캡처

첫 번째는 안철수 의원으로 하여금 6월 지방선거 이전에 신당을 창당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을 유지하면 안 의원은 창당을 최대한 늦게 하면서 중량감 있는 인물을 영입할 시간이 부족해진다. 기초선거에서 정당공천이 유지되면 인재영입에 난항을 겪고 있는 안 의원으로서도 창당을 더는 늦출 수 없게 된다.

정당공천이 유지되면 창당을 늦출수록 불리하다. 신당의 장점인 인물론을 들고 나올 수도 없고, 낮은 투표율에서 승리의 원동력인 조직과 돈에서 불리하기 때문이다. 안철수 신당이 인재를 영입할 때 특정지역의 지방선거 출마를 약속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공천을 받지 못한 자들이 신당으로 향하는 것도 어렵게 된다.

뒤늦게 합류한 인사들에게 특정 지역의 후보를 주게 되면, 이미 내정된 후보자들과 중복의 가능성이 발생한다. 새누리당이 대선 공약 파기를 만회하기 위해 오픈프라이머리를 들고 나온 것은 너무나 형편없는 꼼수여서 이번 글에서는 다루지 않겠다.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기득권은 새누리당이다.

tv팟 화면 캡처

두 번째는 신당의 창당 일정을 앞당겨 민주당과의 경쟁을 최대화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신당이 끌어들일 수 있는 인사의 대부분이 민주당 출신이거나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 출신일 수밖에 없다. 현재의 권력구조 하에서 새누리당 출신의 합리적 보수 및 중도 성향의 인사들이 신당에 합류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민주당과 신당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정권탈환을 바라는 유권자들은 안철수 신당이 야권의 분열을 초래한다며, 비판의 수위를 높일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야성을 잃어버린 김한길의 민주당은 안철수 신당이 야권연대를 하지 않으면, 결국 양당이 2,3등(1,2등은 아예 포기한 듯하지만) 싸움을 벌이게 될 것이며, 새누리당은 어부지리를 얻어 지방선거에서 대승을 거둘 것이라고 이미 말한 바 있다.

안철수의 광폭행보에서 보듯이, 안철수 신당은 중도에 멈출 수 없기 때문에 공공의 적으로 전락한다. 안 의원의 서울시장 출마설이 본인의 강력한 부정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이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원순과 안철수가 경쟁하는 관계가 되면 장기적으로 다음 대선에서의 정면충돌까지도 계산에 넣을 수 있다.

경향신문에서 캡처

세 번째는 앞의 두 가지 때문에 안철수 신당의 선택지가 야권연대와 민주당과의 정면승부로 좁혀지게 된다. 아무리 양당이 박 대통령을 비난하고, 새누리당을 공격해도 그들의 지지층은 꿈적도 하지 않는다. 흔들리는 것은 야권지지자들이며, 양당이 연대해도 싸움이 격해져도 2040세대의 투표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국민과의 약속이 아니라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이것 말고도 새누리당이 정당공천 유지를 들고 나온 것은 통진당 후보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 등 다목적 노림수가 숨어 있다. 이번 글에서 이 모두를 다룰 수 없지만, 앞의 세 가지만으로도 왜 새누리당이 정권을 재창출했는지, 야성을 잃은 현재의 민주당이 얼마나 무기력한지, 아직까지도 새정치를 정의내리지 못하는 안철수 신당이 얼마나 허구적인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국민은 <변호인>의 천만 돌파로 아우성을 치는데, 이를 담아내지 못하는 야권은 새누리당의 정치적 꼼수와 프레임에 갇혀 아무 것도 창조해내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박 대통령에 부담이 되는 줄 알면서도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의 번복을 들고 나온 진짜 이유는 여기에 있다. 민주당이 야성을 되찾지 않는 한 어떠한 묘수도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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