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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와서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 입력 2016.04.07 10:33
  • 수정 2016.04.07 10:38
  • 기자명 economic 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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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젊은 층일수록 부동층의 비중이 높아서, 정치권이 그들의 표심을 잡는 데 열중하고 있다는 기사를 봤다. 기사는 새삼스러울 것이 없으나 나의 눈길을 잡아끈 것은 그 기사의 베스트 댓글이었다. (아래 참조) 이 글을 쓴 사람들은 그 정치적 성향을 굳이 나누자면 소위 '진보'측으로 여겨진다. 흔히 진보진영에서는 보수적인 투표성향의 노인층에 대항하여 청년층이 투표를 해야 한다는 – 즉 청년층은 야권을 지지할 것이라는 – 기대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젊은 부동층은 벚꽃구경가느라 투표 안한다. 지들 앞길을 지들이 망친다.

10대 20대에서 43%. 그러나 투표를 하는 사람은 4.3% 정도??

실제로도 청년층의 대통령 지지도를 보면 反여권 성향이 강한 것은 사실인 것 같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관계를 제외하고, 위 베스트 댓글이 비아냥대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여태의 투표에서도 청년층의 투표율은 결코 낮지 않았다. 그리고 더 중요한 사실은 그렇게 투표해서 뽑은 정치권이 실제로 청년층을 위해 한 일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주1). 이는 청년층의 비중이 작아지는 청년 과소대표성 경향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고, 정치권이 이를 간파한 탓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게 정말 청년이 투표를 안 한 탓일까?
2014년 ILO 보고서는 각국 청년의 교육 및 고용현황을 비교하였는데, 이를 보면 우리 청년의 열악한 처지가 잘 드러난다. 보고서에는 1996년 및 2006년 각국의 교육수준을 지수로 표현해놓았는데, 우리나라는 각각 5.96과 7.34를 기록했다(주2). 이 수치는 각 년도 2위, 1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반면 성인소득 대비 청년소득과 고용률은 1996년 꼴찌에서 두 번째, 2006년에는 꼴찌를 기록했다. 요컨대, 남한은 최고 수준의 고등교육을 받은 청년이 가장 열악한 고용수준에 시달리는 나라다.

각국 노동시장에서의 청년층의 교육수준

출처 : At work but earning less : minimum wages and young people, Damian Grimshaw
ILO, 2014, p13 에서 재구성

성인소득 대비 청년소득
출처 : 같은 보고서 p16 에서 재구성

청년고용률
출처 : 같은 보고서 p16 에서 재구성


다시 정치권으로 돌아가 보자. 청년의 상황이 이러한데 앞서도 언급하였다시피 정치권이 청년층을 위해 한 일은 별로 없다. 많은 청년층 노동자들에게 중요한 문제인 최저임금 건에 인색하던 여권이 부랴부랴 총선공약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내놓았지만, 이런 그들이 또 지자체에서 실시하던 청년수당에는 예의 '포퓰리즘'이라는 맹비난을 퍼부은 바 있다. 보수층은 '흙수저'(주3), '헬조선'이란 유행어를 들으면 배부른 소리 하지 말라고 비난하고, 진보층은 투표를 안 해서 그런 것이라 비아냥댄다.
이 나라는 여태껏 노동자와 자본가의 역학구도도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상태다. 그 와중에 노년층은 정치(주4), 경제(주5), 문화(주6) 등에서 권력을 잡고 기득권을 놓지 않고 있어 노자(勞資)간의 대립에 중층적으로 고통 받는 신노동계급이 형성되고 있다.

여기서 젠더의 문제로 가면 한층 복잡해진다. 남녀간 임금차이는 세계최고 수준인데,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여혐'이 일상화되고 있다. 고통 받는 청년, 여성, 노동의 이슈가 맞물려 있는 상태에서 약자들이 그들의 분노를 특정계층-그 중에서도 가장 약한 계층-에 쏟아 붓는 양상이다.

이렇게 위아래로 옥죄인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눈 돌릴 틈도 없는 청년들이 어떻게 행동할 수 있을까. 사회는, 기성세대는 이제까지의 수십년 동안 청년에게 각자도생 이외의 대안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면서 이제 와 '아프니까 청춘', 혹은 '20대 개새끼'란다.

묻고 싶다. 정말 청춘은 아픈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이게 청춘 탓인가?


주1. 국가법령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청년층 관련 법령은 청년고용촉진특별법과 청년위원회 설치·운영 규정 등 단 3건뿐이다.(출처)
주2. 초등, 중등, 고등교육 과정을 각각 1,2,3의 숫자로 표현하여 1~10까지의 범위 내에서 지수화하는 방법을 채택함.
주3. 이 와중에 “흙수저”를 자처하며 청년층을 대거 출마시킨 정체불명(?)의 “진보정당”도 있다.
주4. 여야의 수장들과 후보자를 보라. 노욕으로 가득 찬 노인들 투성이다.
주5. 재벌에서부터 건물주까지 모든 경제적 기득권은 그들의 자산가치가 하락하는 일체의 시도를 거부하고 있다.
주6. 명백해 보이는 표절작가를 감싸고 도는 어떤 '진보' 지식인의 모습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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