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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과 함께 출근할 수 있는 회사가 있다고?

  • 입력 2015.11.30 13:52
  • 기자명 두루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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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미국에서는 Pet-friendly office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Pet-friendly office,우리말로 바꾸면 '반려동물 친화적 사무실'정도가 되겠네요.
필자는 처음 이 이름을 들었을 때 반려동물 용품 회사가 동물들을 위해 하는 이벤트나 봉사활동 쯤으로 상상을 했는데요, 자료를 찾아보니 평소에 생각해보지도 못한 아이디어더군요. 바로 반려동물을 일터에 데려와 주인이 일하는 동안 사무실에서 지내게 하는 개념이라고 합니다.
사실 말만 들어서는 왜 이런 것이 유행인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제가 지금 일하는 사무실에 반려동물을 데리고 간다고 상상해보면 떠오르는 건 난장판 뿐이니까요. 상상해보세요. 사장님 앞에서 땀 뻘뻘 흘리며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데 강아지가 제 바짓단을 물어뜯는다거나, 다른 팀 책임자와 살벌한 기싸움을 하며 미팅을 하고 있는데 제 고양이가 상대편 팀장 무릎위에서 애교를 부리고 있거나, 또는 황금같은 점심시간에 개밥을 먼저 챙겨야 하는 모습...

업무효율과 생산성이라는 가치가 최우선되어야 할 직장에 동물이 함께한다고 생각하니 잘 상상이 가질 않습니다. 물론 동물을 키우는 직원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일 겁니다. 집에 반려동물을 혼자 8시간 이상 둔다는 것이 얼마나 마음 아픈 일인지 이해가 되거든요. 그런데 회사는 왜 동물을 회사에 데리고 오는 일을 허용하는 걸까요? 현재 Pet friendly office를 도입하고 있는 한 기업의 사례를 통해 이를 이해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위 사진은 Ibex Outdoor 라는 회사의 실제 사무실 모습입니다. Ibex는 아웃의류를 만드는 미국계 의류회사로 고어텍스나 폴리에스테르가 아닌 순수 양모로만 아웃도어 의류를 만드는 유명 기업입니다. 이 회사는 1997년 창립 이래 직원들의 반려동물에 사무실을 개방하는 문화를 17년 넘게 이어오고 있는데요, 현재 50여명의 직원이 일하는 가운데 15마리의 개가 매일 사무실로 출근(?) 하고 있다고 합니다. 강아지를 품에 안은채 회의를 하고 있는 직원의 모습이 보이시나요?

Ibex 의 홈페이지를 가보면 이 회사가 얼마나 진지하게 애완동물을 기업의 일원으로 생각하는지 볼 수 있습니다. 회사 소개 글에서도 스스로를 dog-friendly(반려견 친화)가 아니라 dog-obsessed(반려견 집착)에 가깝다고 이야기 할 만큼 Pet-friendly 문화를 인정하고 있군요.
Ibex는 회사의 가장 중요한 가치를 Fun(즐거움)으로 보고 반려동물이야 말로 fun을 함께 추구할 수 있는 친구라는 말로 자신들의 동물 친화적 문화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멋지지 않습니까? 일단 회사의 제일 큰 가치를 수익이 아닌 직원과 고객의 즐거움에 두는 것도 놀랍지만, 그를 위해 실제로 반려동물을 사무실에 데려올 수 있는 그 분위기 자체가 부러울 따름입니다.
이런 동물 친화적인 문화가 미국 내에서 점점 확산되어가는 이유는 뭘까요?

경영혁신을 주제로 하는 잡지인 Fast Company에 따르면, 미국에서 Pet friendly office가 점점 확산되고 있는 이유를 6가지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Improved work-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성 증진)
반려동물을 사무실에 데리고 옴으로써 직원들은 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고 합니다. 집에 강아지나 고양이를 혼자 두고 온 직원이 있다면 하루종일 사무실에서 마음이 편치는 않을 겁니다. 사무실에 반려동물이 함께 있을 경우에는 직원들이 야근도 더 편하게 느낀다고 합니다. 퇴근시간이 되자마자 집에 혼자 있는 반려동물에게 달려갈 필요가 없기 때문이지요.
Improved relationship among human coworkers (동료들 간 관계 증진)
반려동물은 "social catalyst(사회관계 촉매제)"라는 말이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는 공원이나 길거리에서 예쁜 강아지를 본 사람들이 강아지 주인과 자연스럽게 말을 주고받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사무실에서도 마찬가지로, 동료의 반려동물을 쓰다듬어 주면서 직원들 간의 대화가 늘어나고 관계가 부드러워지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Central Michigan university에서 2010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일터에 반려동물을 데려왔을 경우 직원들 간의 신뢰와 협력이 더 증진된다는 결과도 있습니다
Lower stress (스트레스 감소)
이에 대해서는 재미있는 조사 결과가 있네요. 2012년에 Pet friendly정책을 가진 한 미국의 식기류 제조회사에 대해 연구한 결과, 반려견을 일터에 데려오는 직원들의 혈액에서 스트레스를 받을때 나오는 호르몬인 코티솔이 더 적게 검출되는 경향이 있었다고 합니다. 심지어 반려견과 함께한 직원은 아침에 출근했을 때보다 퇴근할 때 스트레스가 11% 감소된 반면, 그렇지 않은 직원들은 스트레스가 70% 가량 증가한 채 퇴근한다고 합니다.
Improved employee's health (직원의 건강 증진)
반려견을 사무실에 데려오면 건강이 나아진다? 미국 질병통제본부가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 만으로도 혈압과 콜레스트롤 수치가 낮아진다고 합니다. 앞에서 이야기 한 Ibex 사의 마케팅 총 책임자 Anderson씨는 이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직원들이 반려견을 산책시키기 위해서라도 자주 사무실 밖에서 걷습니다. 반려동물은 사무실을 종종 벗어날 수 있는 좋은 핑계거리가 되죠"
Boost creativity (창의력 증대)
반려견과 함께 걷게 되면 정신건강이 증진되는 것 뿐 아니라 심리적 휴식을 충분히 취하는 덕에 창의성도 높아진다고 합니다.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에 실린 최근 논문에 따르면 걷는 것이 앉아 있는 것 보다 창의적 사고를 60% 까지 증진시킨다고 하네요.
Connecting with customers (고객과의 유대감)
반려견을 사무실에 데려오는 것이 유익한 가장 실질적 이유 중 하나로 볼 수 있는데요. 사무실에 동물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광경은 회사를 찾는 고객들로 하여금 해당 기업에 대한 좋은 이미지와 긍정적인 인식을 갖도록 만든다고 합니다. 또한 반려동물이 주변에 가까이 있는 업무 환경에서는 회사의 마케팅이나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도 보다 인간적이고 부드럽게 된다고 합니다.

미국에서 Pet friendly office 문화가 확산되는 배경에는 반려동물을 아끼는 마음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직원의 심리적 안정과 행복이 더 나은 업무성과로 이어진다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이 더 크게 작용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언젠가, 한국에도 Pet friendly office를 적극 도입하는 회사가 생겨나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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