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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인을 울린 광고의 비밀

  • 입력 2015.09.24 14:34
  • 수정 2015.09.24 14:35
  • 기자명 두루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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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일생 동안 단 세 번 우는 거란다. 태어날 때,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그리고 나라를 잃었을 때.

삼십 년 전 넘어져 울고 있는 저를 달래기 위해 이 말을 하셨던 할머니는 지금쯤 하늘나라에서 얼마나 어이 없어 하실까요. 춥다고 울고, 배고프다고 울고, 억울해서 울고, 영화보다 슬퍼서 울고, 술 마시고 이유 없이 울고, 심지어 다 커서 여자친구랑 싸우다가 울컥 울어버린 적도 있으니 변명할 여지없이 저는 울보 아저씨임을 인정합니다.


36
년 울보 인생의 하이라이트는 제가 군대에 있었을 때였는데요, 훈련소에서의 첫 주차에 저는 씩씩한 군인아저씨로서의 신분을 망각하고 꺼이꺼이 울어버리고 말았습니다. 훈련소에서의 첫 주는 정말 좌절의 연속이었어요. 뭘 해도 욕을 먹고 제대로 하는 게 하나도 없으니 스스로도 미치겠다 싶은 첫 주였죠. 그렇게 병신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으며 첫 주를 보내고 종교활동을 갔는데, 전 교회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울컥 하고 말았답니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일주일 내내 배터지게 욕만 먹으며 병신이라 불리던 저에게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니... 마치 일주일 동안 제 모습을 지켜보던 할머니가 안타까워하며 절 보듬어 주는 기분이었습니다. 넌 병신이 아니라 사랑받아 마땅한 손주라고 이야기 하는 듯했죠.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말 한마디. 저의 마음을 울린 한마디였답니다.


요즘 기업의 마케팅에서도 이렇게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사례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 마치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짧은 말 한마디가 씩씩한 군인 아저씨를 울컥하게 만들었던 것처럼 1분 내외의 짧은 기업 광고가 소비자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소비자의 마음을 울렸던 대표적인 기업 광고의 사례를 하나 소개하고자 합니다.
바로 세계적인 생활용품 회사 P&G 2012년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실시했던 Thank You Mom 캠페인입니다. 세탁 세제, 건전지, 샴푸 등을 판매하는 회사의 광고가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울릴 수 있을까요? 그것도 1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말이죠. 때가 쏙 잘빠져요~ 세탁 세재, 두 배로 오래가는 쌩쌩한 건전지, 피부가 보들보들 우윳빛 비누... 아무리 생각해도 눈물은커녕 눈곱도 안 나올 거 같은데 말이죠. 한번 직접 광고를 볼까요?




여러분들 어떠셨나요
? 2분여 동안의 이 광고를 보면서 2012년 당시 수많은 시청자들이 눈물이 울컥하는 마음을 참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 광고는 2012년 런던올림픽 개막식에서 미국 선수단 입장을 앞두고 처음 공중파를 통해 소개되었는데요, 당시 시청자들의 반응이 매우 뜨거웠다고 합니다. 이 광고를 보고 난 직후 입장하는 미국 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들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이 선수들을 키워낸 엄마들을 떠올리며 그리고 아이를 키우는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가슴이 뭉클해졌다고 합니다.


P&G
는 런던 올림픽 공식 스폰서로서 이 TV광고를 포함해 지면광고, 소매점에 대한 포스터광고, 소셜미디어 상에 다큐멘터리 개제 등 전방위적인 캠페인을 100일간 실시했습니다. 올림픽 스폰서이자 이 세상 모든 엄마들의 스폰서라는 이미지를 전달하는 이 캠페인은 런던 올림픽 기간뿐만 아니라 그 전후로도 매우 성공적인 소비자 노출 성과를 거두었죠. P&G의 자체적인 평가에 의하면 175 P&G의 기업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마케팅 캠페인이었을 뿐 아니라 미국 내에서만 2억 달러가 넘는 매출 증대 효과를 거두었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Thank you mom 캠페인은 여러 마케팅 지표에서도 전무후무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 소비자 친숙도 22% 증가, 우호적인 감정 13% 증가, 브랜드 신뢰도 10% 증가

- 다른 올림픽 스폰서 기업과 비교했을 때 36% 높은 브랜드 기억도(recall rate) 달성

- 올림픽 이후 브랜드 가치 8% 증가

- 유튜브 시청 수 17백만건, Facebook 팬 수 3억명 증가, 트위터 팔로잉 20
배 증가



이렇게 소비자들에게 많은 감동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P&G 스스로에게도 엄청난 성과를 가져온 Thank you mom 캠페인. 그 시작은 사실 소비자들을 감동시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P&G가 이 캠페인을 고민하게 된 시작은 2008년 시작된 미국 경기의 불황으로 P&G의 주력 품목인 생활용품의 판매가 점차 줄기 시작한 것이었죠. 41개의 브랜드를 가지고 전세계에서 2억불에 달하는 연매출을 거두는 초거대 생활용품 기업 P&G였지만, 각각의 브랜드를 가지고 매출감소를 극복하기란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팸퍼스, 바운티, 타이드, 질레트 등 41개의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하나로 결집시켜 고객의 충성도를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 것이죠. 어떻게 하면 41개의 브랜드를 아우르는 P&G라는 기업 브랜드를 통해 소비자들의 로열티를 끌어올릴 수 있을까? 이 질문이 바로 Thank you mom 캠페인의 시작이었습니다.



P&G
는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전세계인의 축제이자 브랜드 마케팅의 현장인 올림픽에서 찾았습니다. 올림픽의 공식 스폰서가 됨으로써 P&G의 브랜드를 집중적으로 노출시키는 것이지요. 하지만 올림픽 스폰서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었습니다. 2010년 동계올림픽에서도 경험했지만 십여 개의 공식 스폰서와 수십 개의 비공식 스폰서의 브랜드 마케팅이 난무하는 올림픽에서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단순히 올림픽 기간 동안 매체를 통해 브랜드를 노출시키는 것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전세계 수억 명에게 P&G가 눈으로만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머리와 마음속에 남도록 하기 위한 매개체가 필요했습니다.


올림픽과
P&G를 연결시킬 수 있는 매개체. 그 해답의 실마리는 공감(Empathy)’에 있었습니다. P&G의 마케팅 팀은 올림픽이라는 이벤트 자체를 보기보다 그 이벤트에 참여하는 수만 명의 선수들을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마음에 공감하고자 했습니다.


저 많은 선수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선수들은 지금 누굴 떠올리고 있을까?
경기에서 이겼을 때, 저들은 누구에게 가장 먼저 달려갈까
?




선수들의 마음을 통해 바라본 올림픽
. 그러자 올림픽은 더 이상 1등을 하기 위한 국가들의 전쟁이 아니라 저 선수들을 지켜보고 키워온 엄마들의 간절한 마음과 그리움으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아이를 아침에 깨우고, 아침을 든든히 먹여 경기장으로 보내는 엄마, 아이가 훈련하는 모습을 걱정스런 눈빛으로 바라보는 엄마, 아이가 부상을 당하고 슬럼프에 괴로워하는 모습을 더 괴로운 마음으로 지켜주는 엄마. 그런 수년의 세월이 흘러 아이가 청년이 되고, 내 아이가 아닌 나라의 대표가 되어 경기장에 선 모습을 가슴 졸이며 바라보는 엄마. 그리고 그 엄마를 떠올리며 힘차게 뛰어오르는 아이. 올림픽에 모인 수만 명의 선수들 뒤에는 수만 명의 엄마가 있다는 것을 마케팅 팀은 발견하게 된 것이지요. 결국 마케팅팀은 P&G가 후원하는 것이 올림픽이 아니라 선수들 뒤에 숨어있는 엄마들을 후원하고 있다는 것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결국 ‘Sponsor of Olympic’이 아닌 ‘Proud Sponsor of Moms’라는 Thank you mom 캠페인의 문구가 이렇게 탄생되었습니다.


P&G
Thank you mom 캠페인은 선수들의 마음과 그 선수들을 키워온 엄마들의 마음에 공감하면서 탄생되었습니다. 그리그 그 공감은 올림픽 경기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마음에도 전달이 되었죠.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시청자들은 선수들 엄마의 마음을 절절히 공감했습니다. 그런데 P&G에게 엄마라는 매개체를 이용한 접근은 P&G의 제품과도 딱 맞아 떨어지는 선택이었습니다. P&G 41개 브랜드 대부분의 소비자가 바로 엄마들이었던 것이죠. 기저귀, 휴지, 로션, 샴푸, 세탁세제 등 생활용품을 구매하는 결정권자는 바로 엄마들입니다. P&G의 캠페인은 주 소비자인 엄마들에게 엄마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브랜드로서 P&G를 각인시키는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P&G
Thank you mom 캠페인은 소비자들의 마음에 공감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엄청난 효과를 가져오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P&G의 사례에서 드러나듯 이제는 감성적인 마케팅이 제품에 대한 정보 전달 위주인 이성적인 마케팅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동의를 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지난 10년간 880여 개의 마케팅 캠페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감성마케팅이 이성마케팅보다 19% 더 높은 매출 증대를 이끌어 냈고 1,400여 개의 마케팅 캠페인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감성 마케팅으로 인한 수익성이 이성 마케팅의 수익성보다 두 배 더 높았다는 결과도 있습니다. 구글의 글로벌 마케팅 부사장이 "If we don't make you cry, we fail.(우리가 당신을 울리지 못했다면, 우리는 실패한 것.)"이라고 말했던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감성마케팅이 더 효과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설명이 있지만, 가장 설득력 있는 이유로 감성 마케팅은 소비자들의 가격민감도를 떨어뜨린다가 자주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감성마케팅이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전에는 감성 마케팅이라는 이름으로 소비자들을 펑펑 울리는 마케팅을 하는 것이 유행인 적도 있었습니다. 의류 광고에서 아프리카의 기아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나온다거나 식음료 광고에서 버려진 애완동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등, 왠지 슬프지만 뜬금없는 광고들이 우리를 당황케 하던 적이 있었죠. 당연하게도 이런 마케팅이 모두 효과를 보진 못했습니다. 핵심은 공감에 있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들의 감정을 건드리는 장난질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 그대로를 공감하는 게 중요한 것이죠. 그리고 그 공감의 포인트가 브랜드와 연관되었을 때, P&G Thank you mom 캠페인과 같은 효과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성공적인 공감 마케팅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사례입니다
. SK텔레콤의 사람을 향합니다캠페인의 한 TV광고인데요, 5년 전 12월 즈음에 방영된 이 광고는 당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었죠. 연말 TV에서는 연예대상이니 코미디대상이니 하며 각종 시상식으로 시끌벅적하지만 2010년 당시 우리들은 결코 시끌벅적할 수 없었습니다. 리만브라더스 사태에서 촉발된 미국 경제 위기가 우리의 일상에 까지 힘겨움으로 드리워지고 있던 때였습니다.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어느 때보다 불안한 한해였지만 불안한 국민들을 다독여줄 리더십은 찾아보기 힘들었죠. 밴쿠버 올림픽에서 김연아는 영웅이었지만 우리의 일상 속에서 자랑스러워하고 기댈 수 있는 가까운 영웅이 필요했습니다. SK텔레콤의 이 광고는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영웅입니다라는 말로 일상의 영웅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마음의 공감을 일으켰던 기억이 납니다.
이제 남자로서 세 번만 울며 사는 것이 너무나 힘들어진 세상이 되었습니다. 아파도 참고 억울해도 참았지만 기업의 마케팅마저 우리의 울리는 세상이 되어버렸으니까요. 하지만 누군가 내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는데 울지 않을 수 있을까요? 가까운 가족도 친구도 내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고 그들이 원망스러울 때, 기업의 마케팅이 내 마음에 공감해준다면, 전 제 지갑을 열고 기업 브랜드에 충성하는 데 망설임이 없을 것 같습니다. 아래 Thank you mom 캠페인의 2014년 소치 올림픽 후속 광고를 보시면서 여러분들 특히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에게 P&G가 주는, ‘공감이라는 선물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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